※ 이 칼럼은 문화일보  [오피니언] '오후여담'을 옮긴 것을 밝힙니다.

 

 

 출처: 문화일보

 

 

박현수 조사팀장

2017년은 60간지 상 34번째인 정유년(丁酉年)이다. ‘정(丁)’이 붉은 색을 뜻해 ‘붉은 닭’의 해다. 물론 정유년은 음력 기준이니 정확히는 오는 28일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닭은 인간에게 유익한 동물 중 하나다. 식량원으로 유용할 뿐만 아니라 아침마다 일정한 시각에 울기 때문에 옛날 사람들에겐 시계 역할도 했다. 달걀은 세계 공통의 식재료다. 어느 나라를 가도 계란 요리는 비슷하다. 그런데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닭이 최악의 수난을 당하는 가운데 정유년을 맞게 됐다. 양계농가는 살처분으로, 국민은 계란 품귀로 고통을 겪고 있다. 닭에게도, 사람에게도 두루 안타까운 일이다.

역사적으로 정유년에 발발한 가장 큰 사건은 1597년의 ‘정유재란(丁酉再亂)’과 1897년 대한제국 설립이다. 두 가지 모두 역사에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을 많이 남겼다. 일본의 1차 침략전쟁인 임진왜란 6년간보다, 2차 전쟁인 정유재란 1년간의 피해 규모가 더 컸다. 양란으로 목숨을 잃은 백성이 무려 100만 명이 넘고 국토는 황폐해졌다. 임금 선조는 백성이 왜군에게 무자비한 살육을 당하는 시점에도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도망 다니기에 급급했다. ‘징비록’을 읽어보면 ‘나라도 아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대한제국 역시 무너져가는 조선 왕조의 몸부림으로 곧 망국과 식민지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이번에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을 보탤 가능성이 크다. 국회에서는 탄핵소추가 의결됐고, 헌법재판소가 3월쯤 심판을 내릴 것이다. ‘정유탄핵’의 기록을 남길까.  

그래도 정유년에는 희망을 얘기해야 한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오듯, 우리 국민은 늘 역경을 헤쳐나왔고, 오늘의 자유와 번영을 일궜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은 원균 일당에게 모함당해 관직을 박탈당하고 옥사에 갇혔어도 어느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정유재란이 터지자, 다시 선조의 부름을 받고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 각오로 싸웠다.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을 맞아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고, ‘노량해전’에서 최후를 맞이한 이순신 같은 난세의 영웅은 지금 보이지 않는다.

닭의 울음소리는 어둠 속에서 새벽을 알리며 만물의 영혼을 일깨운다. 새해는 암흑과 혼돈을 걷어내고 국태민안(國泰民安)의 해가 되길 소망한다. 

문화일보 2017-01-01 게재.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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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들의 반란’ 경고메세지

 

 

 

▲ 이대현

 

2000만 마리. 올 겨울 찾아온 AI (조류 인플루엔자)로 살처분된 가금류의 숫자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는 사이, 우리나라 인구의 3분의1이 넘는 닭과 오리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농가와 식당들의 절망과 아픔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어마어마한 양을 땅에 묻었으니 환경오염은 또 어찌할꼬. 지금이야 겨울이어서 괜찮겠지만 여름이 되고 장마가 지면 2000만 마리의 썩은 닭과 오리가 토양과 지하수로 스며들 것이다.


 

< 출처 : SR타임스 >

 

 

조류독감으로 불리는 AI는 야생조류가 닭이나 오리에게 전파하는 급성 바이러스 질병으로 한번 유행하면 걷잡을 수 없다. 아무리 방제를 하고, 사전에 차단작업을 펼친들 어느 총리의 하소연처럼 “날아다니는 새들에게 가만히 있어” 라고 명령할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속수무책, 빨리 봄이 와서 철새들이 돌아가고 기온이 올라 바이러스가 저절로 죽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인가.


백신도 좋고, 울타리도 좋지만 역시 최선의 방책은 인간이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한 것처럼 닭과 오리들의 면역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최선의 방법은 말 그대로 옴짝달싹 못하는‘닭장’이 아닌 ‘자연’ 속에서 자라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소와 돼지 등이 걸리는 구제역과 함께 AI를 두고 인간이 탐욕으로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고 있는 것에 대한 동물들의 최후의 반란, 자신의 목숨까지 내던지는 항변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새>의 경고가 결코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AI의 창궐은 처음이 아니다. 3년 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위력으로 전국의 축산농가를 초토화시켰다. 그때에도 열악한 사육환경개선 정책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그러니 이번에 또다시 AI 폭풍을 맞을 수밖에.


자연이 이렇게 결사적으로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데도 이를 무시하면 어떻게 될까. 아직은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간에 옮겨지는 경우가 드물지만, 언젠가는 사람이 감염되는 유행성 독감으로 변이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지난해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단백질을 갖고 있어, 각종 독감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변종에 대해서는 전혀 저항력을 갖지 못한다.


이미 그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사람에게 전염되는 것으로 밝혀진 조류독감 바이러스 중에 H5N1는 1997년 홍콩에서 6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고, 이후 베트남, 태국 등지에서도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죽음으로 항거하면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데도 그것을 무시하고 탐욕은 버리지 않은 채 알량한 과학과 의학으로 그것을 막아보겠다는 인간의 오만함이 부른 재앙 AI. 어떤 일이 더 벌어져야 인간은 자연에 대한 겸손한 마음을 가질까.

 

<주필ㆍ국민대 겸임교수ㆍ前 한국일보 논설위원>
이대현 주필  guriq@naver.com

이 칼럼은 에스알(SR)타임스와 콘텐츠 제휴로 게재하는 것이며, 외부 칼럼은 본 협회의 공식 의견과 편집 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여러 블로그 독자들의 많은 구독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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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정근 변호사 ⓒ SR타임스

 

 

살다보면 억울한 일이 많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대법원 판례가 변경된 경우일 것이다. 과거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여 본인을 기망하고 착오에 빠진 본인에게서 재물을 교부받은 경우, 사기죄만 성립하고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었다(1983. 7. 12. 선고 82도1910 판결). 이 판례는 판례공보에도 실려 있는 중요판결이다. 사법연수생 시절에 자치회 차원에서 판례공보를 책 형태로 복사 제본한 것으로 공부하였다. 1년 치 판례공보를 두 권 정도로 합치면 두툼한 책이 된다. 형사재판실무 시험에서 죄수(罪數)를 물어보는 것은 변별력도 있어 당연히 예상문제였다. 그러니 1984~1985년에 연수원을 다닌 필자 기수에서는 1983년의 위 대법원 판결은 시험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 판례였다.

 

< 출처 SR타임스 >
 

 

실제로 위 판결이 형사재판실무 시험에 출제되었다. 그런데 공부가 소홀했던 나는 법조경합설을 취한 판례가 있다는 것이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판례를 모르는 나는 용감하게도 뭐 이렇게 쉬운 문제를 다 냈나 하고 생각하면서 ‘사기죄와 배임죄의 상상적 경합’으로 판결문을 써냈다. 시험을 보고 나서 동료들과 대화하다가 판례가 있는데 그것도 몰랐냐는 핀잔을 들었다. 친구의 말을 듣고 찾아보니 과연 1983년 판례는 법조경합이라고 판결했다. 최신 판례를 미처 공부하지 않았던 내가 부끄러웠다. 당연히 나의 답안은 오답(誤答)으로 처리되어 감점을 받았다.

 

나는 판례를 못 외운 것이 부끄러웠지만, 그 판례의 법리는 도저히 수긍이 가지 않았다. 1개의 행위에 대하여 사기죄와 배임죄의 구성요건이 모두 구비된 경우는 당연히 상상적 경합이지 어떻게 법조경합이란 말인가? 대법원 판례가 있다손 치더라도 반대의 다른 법리도 가능하다면 모두 정답으로 처리 되어야 하지 않을까? 판례 암기식 출제는 지양하고 리걸 마인드를 테스트하는 시험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식의 자기합리화를 아무리 해본들 이미 오답 처리된 것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세월이 흘러 2002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할 때다. 당시 재판연구관들은 점심 식사 후 12층 휴게실에 삼삼오오 모여 각자가 고민하고 있는 각종 현안을 토론의 시장에 내놓는다. 동료 연구관이 위 1983년 판례가 잘못되어서 상상적 경합으로 판례를 변경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가? 연수생 시절 판례를 몰라 시험에서 틀렸던 나는 그러면 그렇지 하고 맞장구를 쳤다. 대법원 2002. 7. 18. 선고 2002도669 전원합의체 판결은 13인 전원일치로 상상적 경합설을 취하여 위 1983년 판결을 변경하였다. 나는 비로소 명예회복이 되었다.

 

변호사와 검사가 잘못된 판례의 변경을 과감하게 주장하고, 판사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판례와 다른 판결을 용기 있게 선고하는 것은 법률가의 특권이자 의무이다. 법률문화는 그렇게 발전하는 것이다. <바른선거문화연구소장. hwang08442@daum.net>

 

[황정근 변호사 경력]

 

2015.03 ~ 황정근법률사무소 변호사
2004.03 ~ 2015.02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02 ~ 2004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장판사
2000 ~ 2002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부장판사
1998 ~ 2000 서울고등법원 판사
1996 ~ 1998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1996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 판사
1993 ~ 1996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판사
1991 ~ 1993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
1989 ~ 1991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SR타임스 deasimmm@srtimes.kr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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