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이런 CEO 없나요?”

 

 

▲ 이대현

 

 


얼마 전 한 재미있는 기사를 보았다. 미국의 한 CEO의 이야기였다. 그는 지난해 자신의 회사 직원 120명 중에 연봉이 7만 달러 이하인 30명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들의 연봉을 일시에 7만 달러(약 8,000만원)로 올려주었다는 것이다.

 

▲ 미국의 카드결제 대행회사인 그래비티 페이먼트(Gravity Payments)의 설립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댄 프라이스는 자신의 연봉에서 93만 달러를 삭감했다. 사진은 프라이스가 직원들에게 자신의 연봉삭감을 밝히고 있는 모습. 허핑턴포스트 화면 캡쳐 ⓒ SR타임스

 

 

미국의 신용카드 처리업체 그래비티 페이먼트의 댄 프라이스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동시에 무려 110만 달러인 자신의 연봉도 15분의 1인 7만 달러로 깎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는 연봉 7만 달러에 맞는 생활을 위해 자신의 큰 집은 민박업체에 빌려주고 회사 근처의 게스트하우스에 방을 얻어 지낸다는 것이다. 그의 결정에 감격한 직원들은 돈을 모아 전기자동차 테슬라 한 대를 선물하자, 프라이스는 감동의 눈물을 쏟고 말았다고 한다.

그가 이런 파격적인 결정을 한 이유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프린스턴대 앵거스 디턴 교수의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를 실제 기업 현장에서 실험해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디턴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소득 역시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 따라 연봉 7만5000달러가 될 때까지만 행복감이 늘어나고, 그보다 많아지면서부터는 소득이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댄 프라이스는 ‘연봉 7만달러 실험’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경제적 효과, 즉 돈 문제만을 갖고 접근한 것이 아니다. 진짜 주목한 것은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의 증대"라고 말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우선 회사 직원들의 이직률은 뚝 떨어졌고, 만족감은 올라갔다고 한다. 5년 전부터 계속 증가해 2013년 13.2%까지 치솟았던 이직률이 대폭 낮아졌다. 연봉이 올라 회사 근처인 시애틀에 집을 구하는 직원들이 생기면서 출퇴근 시간이 짧아졌고, 퇴근 뒤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많아졌다.


 

▲ CEO 댄 프라이스

 

 

회사 이미지도 크게 높아져 입사지원서가 3만장이 넘게 들어왔고, 그중 50명을 신규 채용했다. 더욱 놀라운 일은 1년에 1, 2명이 고작이던 직원들의 아이 출산이 10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으면 당연히 그것이 업무성과와 연결되어 회사 경영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그래비티 페이먼트는 지난해 새 고객 4,155명이 생겼다. 전년에 비해 무려 55%나 증가한 것으로 연평균 증가율이 5% 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추세이다. 반면 9%에 이르던 고객 이탈율은 5%대로 감소해 매출이 35%나 증가한 2,180만 달러(약 240억원)를 기록했다. 수익 역시 650만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댄 프라이스는 최근 NBC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자선사업 하듯, 아니면 나를 희생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고도 말할 수도 없다. 일종의 장기적 투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연히 일부에서는 소영웅주의라고 비난하거나,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냈다. 그는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많은 어려움과 부정적 의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다. 기업의 대표이자 기업계의 리더로서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고, 인간과 사회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디턴 교수는“이미 많이 행복한 사람들의 행복을 증대시키는 데 집중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의 연구결과가 모든 나라, 회사, 직원들에게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나라 경제수준이나 사람에 따라 행복의 기준도 다르고, 돈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특히 돈이 모든 행복의 조건이 되어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8,000만원이 아니라, 80억원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7만 달러 실험’이 모든 월급쟁이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에도 수십억 원 받고 있는 연봉을 과감히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또라이’ CEO가 있었으면. 그것이 결국 자신의 기업을 키우고, 나아가 사회에도 이익임을 댄 프라이스가 보여주었다. 하긴 변칙 배당으로라도 자기 주머니 먼저 채우고, 1000억원을 가진 자가 만족하지 못해 더 가지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나라에서 이런 기적을 바라는 인간이 바보일 테지만.

 

<주필ㆍ국민대 겸임교수ㆍ前 한국일보 논설위원>
이대현 주필  guriq@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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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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