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리 (분당영덕여고)

 

 

<고등부 우수상> 대한민국의 건국은 ‘진행’중이다.

 

국가의 사전적 정의는 영토, 국민, 주권을 가진 나라이다. 국가에 소속된 국민들은 영토와 영해 위에서 살아가며 가정과 국가, 그리고 개인의 삶을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최근 이것과 관련된 건국절 제정 논란으로 나라가 시끄러워졌다. 그리고 진정한 국가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이 심화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여전히 진행형이며 그렇기 때문에 특정 시점을 건국절이다고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첫번째 논점은 만약 건국절이 제정되어야 한다면, 언제가 적절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개천절이 적당하다고 하기도 하며, 또 다른 사람들은 임시정부수립기념일이 되어야 한다고도 하고, 광복절이나 대한민국 공식 정부수립일이라고도 한다. 이렇듯 그 시점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오히려 이러한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는 점이 대한민국의 건국은 진행 중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건국절은 일부에게만 기념되는 반쪽 기념일이 될 것이다.

 

 두번째 논점은 진정한 건국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건국이라 함은 국가가 건설된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상당히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물론 단순하게 헌법을 살펴보면, 광복으로 국민과 영토를 얻고,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정부수립일에 주권을 찾았으니 그 날이 건국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참된 의미가 아니다. 국민이 모두 평등하고 합리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국가. 외국인이라 해도 귀화하여 한국인이 되면 인정받을 수 있는 국가. 사회적으로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윤택하게 살 수 있는 국가. 통일이 되어 다양한 문화를 발전시키는 국가가 되는 그 날이 건국절일 것이다. 그 전까지는 그 누구도 함부로 정할 수도 건드릴 수도 없다.

 

 세번째 논점은 우리 대한민국의 정체성의 기원이 어디에서 출발했는가에 대한 것이다. 하늘이 열린 개천절에 시작되었는지, 아니면 정부수립일에 시작되었는지 의견이 분분하니 알 수 없다. 헬조선, 금수저, 은수저라는 용어가 유행인 요즘 사회에서 이것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보고자 하는 시도가 한국사 의무 시험에서 시도되고 있으나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세대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생각에 대해 성찰하고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고 이러한 교육을 통해 우리의 진실된 정체성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시기는 그 시점에 대해서 논하기엔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건국절은 제정할 수 없다.

 

 모든 언어에 현재, 과거, 미래를 나타내는 표현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은 게속해서 변화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정체성에 대하여 탐구하고 성찰하며, 진정한 의미의 국가를 만들어나가는 일은 특정 시점에서 그치는 일이 아니다. 사드 배치 문제, 지진 발생 등으로 지속적인 격한 논쟁의 소용돌이에서 휘말리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그저 이름뿐인 건국절, 허울 좋은 정체성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사고와 생산적이면서도 세대 통합적인 논의일 것이다.<김규리,분당영덕여자고등학교>

 

※ 본 논술문은 한국조사기자협회가  주최한 제4회 대한민국 신문논술대회 우수상 수상작 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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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조사기자협회는 1987년 국내의 신문, 방송, 통신사의 조사, 정보, 자료, DB업무를 담당하는 조사기자들의 모임으로 출범하여, 2009년 회원들의 연구활동에 기초한 신문 및 방송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하였으며, 언론공익활동으로 신문논술대회, 조사연구 발간, 세미나·토론회, 보도연감 출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언론단체입니다

한국조사기자협회는 제4회 대한민국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중 부문별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순차적으로 게재해, 신문 읽기·쓰기 문화 확산과 비판 지성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글쓰기를 확산하기로 했다. <편집자 주>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 이푸르메 (향일고)

 

 

 

<고등부  최우수상> 건국절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려 하지 마라.

 

모든 역사의 시초를 흔히들 건국이라 한다. 건국은 말그대로 나라를 세운다는 의미이며, 이 시점을 기준으로 역사와 선사가 나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역사의 시발점으로 기원전 2333년에 건국된 고조선을 내세운다. 그리고 그 이전의 시기를 역사가 없었던 시절, 즉 선사라고 부른다.

이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망국이 있다. '원래 있던 나라가 사라짐'의 의미를 갖고 있는 망국은 모든 역사의 종말이다. 국가가 소멸한 것이기에 망국 이후의 역사는 역사라고 할 수 없다. 법도 역사도 없는 망국 이후의 세상은 그야말고 초자연적이다. 

국가가 있을 때는 법으로 제약됐던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자연법칙이 세상에 정착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일부인사들이 주장하는 '건국설'은 가당치도 않은 것이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국호가 대한민국이고, 국기가 태극기인 오늘날에는 말이다.
 
1897년, 고종은 기존의 모든 봉건적 질서를 혁파하고 대한제곡을 수립한 뒤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고종과 대한제국은 열강이 침노하는 당시 상활을 극복하려 하였지만, 결국 1910년 경술국치를 당한다. 경술국치의 다른 이름은 한일병학, 즉 대한제국이 강제적으로 일본과 나라를 합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불명예스럽게도 한반도는 '대일본제국'의 치하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일제에 적극 항거하였고, 그 결실로써 마침내 3·1운동으로 폭발한 전 민족적 열기에 힘입어 서울에 한성정부라는 국치 이후 최초의 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훗날 한성정부는 국내의 타 민족정부를 통합하여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되었으며, 일제의 탄압을 피해 상하이로 옮겨가 망명정부를 건설하였다. 이 과정에서 임시정부는 국호를 대한민국, 국기를 태극기로 하였는데, 그 이유는 1910년 없어진 대한제국의 족적을 계승하여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임시정부는 뒤이어 민주공화국의 원칙을 담은 임시헌법을 반포하고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할 것과, 주권이 광복운동자에게 있음을 천명했다. 그리고 헌법에 따라 임시국회(의정원), 임시정부(국무원), 임시법원을 설립하였으며, 임시정부를 세운 1919년을 대한민국 원년으로 선포하였다. 이때부터 대한민국은 이미 역사에 존재했던 것이다. 

 

광복 이후 정식 정부수립에 관여했던 요인들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들이 주축이 되어 작성한 제헌헌법의 전문을 보면 '국가를 재건'한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재건의 사전적 정의는 '원래 있었던 것을 다시 일으켜 세움'이다. 과연 그들이 재건하려 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임시적이나마 수립되었던 대한민국 정부이다. 따라서 1928년 8월 15일의 사건은 원래 있었던 정부를 정식적으로 선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날의 일을 '건국'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라 부르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만약 이날을 건국절이라 참칭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일제 치하 35년 동안 초자연적 사회를 경험했다는 오명의 역사를 뒤집어 쓰게 된다. 더불어 대한제국,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한민국 정부로 이어지는 정통성 역시 부정하게 된다. 

 

이와 관련된 예로 북한이 있다. 우리나라가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선언하고 헌법에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겠다고 하자, 북한은 한달 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건국'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정부수립이라 하면서 북한은 건국이라 하는 것은, 북한이 역사의 정통을 이은 우리와는 달리 세상에 아예 없던 나라를 세웠다는 역사적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화만 봐도 법통을 계승하며 '정부수립'을 단행한 우리나라가 '건국'된 북한보다 훨씬 정통성있는 정부임을 실감할 수 있다.

 

건국이라는 비정통적 역사보단 정부수립이라는 자랑스럽고 떳떳한 역사를 후손들에게 가르쳐 그들로 하여금 선조들이 피로 쓴 역사 앞에 전율케하라. 암울한 어둠의 시대를 걷어내고 이 땅에 마침내 태극기를 다시 꽂은 선조들의 애국정신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정부수립이라는 명칭은 꼭 지켜져야만 할 것이다. <이푸르메, 향일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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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조사기자협회는 1987년 국내의 신문, 방송, 통신사의 조사, 정보, 자료, DB업무를 담당하는 조사기자들의 모임으로 출범하여, 2009년 회원들의 연구활동에 기초한 신문 및 방송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하였으며, 언론공익활동으로 신문논술대회, 조사연구 발간, 세미나·토론회, 보도연감 출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언론단체입니다

※ 이 칼럼은 문화일보  [오피니언] '오후여담'을 옮긴 것을 밝힙니다.

 

 

 

출처: 문화일보

 

 

박현수 조사팀장

 

건강을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다이어트다. 비만으로 인해 당뇨병과 고지혈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성기능 장애, 관절염, 암 발생과도 연관이 있다. 이 같은 연유로 다이어트는 현대인들에게 일상이 돼 버렸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실패한 이들은 약물을 이용하거나 시술도 서슴지 않는다. 다이어트 종류와 방법도 다양하다. 하루 한 끼만 식사하는 간헐적 다이어트,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한 가지 식품만 섭취하는 원푸드 다이어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가 성공해 화제가 됐던 사우스비치 다이어트, 고기 등 육식을 주로 섭취한다 해서 이름 붙여진 황제 다이어트, 구석기 다이어트….

 

최근 버터가 품귀 현상을 빚고 삼겹살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고지방·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열풍 때문이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논란이 뜨거워지자 마침내 의학 및 건강 관련 5개 전문학회까지 나섰다. “고지방·저탄수화물 식사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오히려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서를 지난 26일 발표했다.

 

비만은 단순히 많이 먹어서 생기는 게 아니다. 잘못된 식습관이나 몸의 기운이 떨어질 때, 스트레스가 많을 때도 발생한다. 때만 되면 등장하는 다이어트 열풍에는 공통점이 있다.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 또 영양결핍과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성 등 부작용도 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이어트 열풍에 현혹되지 않고 균형 잡힌 식단에 규칙적인 식사와 꾸준한 운동이 기본이다. 이 세 가지만 잘 지켜도 비만은 찾아오지 않는다. 쉬운 것 같지만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오죽하면 ‘고시 패스’보다 더 어렵다는 말까지 나올까.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비만 기준을 세계 기준에 맞춰 완화하자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체질량지수 30 이상을 비만으로 지정하는 세계 기준에 반해, 우리나라는 25 이상을 비만으로 인정하고 있다. 비만인을 지나치게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 기준으로는 비만이 아닌 건강한 국민까지도 다이어트 열풍에 동참하게 만들고 있다. 

 

 

그나저나 지금처럼 ‘저탄수화물·고지방 다이어트’ 바람이 계속된다면 가뜩이나 소비가 줄어들어 남아도는 쌀 소비는 또 어떻게 할지 걱정이다.

 

문화일보 2016-09-20 게재.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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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부 대상> 건국절에 담긴 의미

 

 

▲ 강하늘 (망포고)

 

 

과거를 배워야하는 이유는 미래를 위해서이다. 하지만, 과거에 연연해 현재를 충실히 살지 못 하는 행위는 어리석다.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적절한 배웅은 현재와 미래를 윤택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만, 역사에 얽매인 개인과 사회는 개혁에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역사 학습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사회는 없다. 건국절 제정은 한 국가의 역사의 출발점을 찍는 중대한 일이다. 따라서, 건국절에 대한 여러 논란과 논쟁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논쟁의 중심에는 ‘건국이 성립하는가’와 ‘그 시점은 언제인가’가 자리하고 있다. 일부는 건국의 시점을 1948년 8월 15일이고 판단하지만, 다른 일부는 건국을 지속적, 연속적인 관점에서 바라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이러한 두 주장에 모두 오류가 존재함을 지적하며, 건국절 논란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헌법에 근거해,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분명한 억지가 있다. 국가의 성립 요소 중 주권과 국민을 광복을 통해 얻었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남은 하나의 구성 요서인 영토의 불완전성을 비논리적으로 부정한다. 반정부 세력인 북한 정권이 불법 점거를 했다‘는 주장인데, 헌법에 명시된 영토의 조건을 억지로 충족시키려 만든 논리이다. 결과적으로, 남한 영토뿐인 대한민국은 불완전한 국가로 판단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의하면 아직 건국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건국의 시점이 불분명하다는 관점과 이와 같은 논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하는 시각이 더 설득력이 있다. 건국절은 건국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국가와 민족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건국절을 제정해야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만으로 국가의 수립일을 기념하는 것은 아니다. 세워진 국가의 앞으로의 날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도 분명히 존재한다. 과거를 붙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충실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함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건국절 제정에 대한 논쟁은 불필요하다. 오히려 진보된 미래를 위한 논쟁이 필요한 것이다.

 

건국절을 제정하기 위한 논쟁에는 역사적 사건들이 자주 언급된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과 배타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을 비판하기 위해 역사를 끌어들인다. 분명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지만, 논쟁은 역사의 굴레 속에서 돌고 도는 것이다. 소모적인 논쟁이 되어 갈 우려가 있다. 더하여, 과거에 얽매인 좋은 예시로 남게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멈춰야할 것은 불필요한 논쟁이다. 현재 국가가 필요로하는 본질을 파악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로 나아가야한다. 건국절 제정의 중요성을 절대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건국’의 개념이 완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건국절 제정을 위한 논쟁들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국가와 헌법 모두 가변적이고 유연한 특징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만든 최초의 시점보다 완성형에 가까워지기 위한 변화와 진보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현재에 충실하는 태도가 건국의 완성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강하늘,망포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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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일반부 우수상> ‘부패근절을 포함한 사회 정의의 실현–구성원들의 소통을 중심으로'

 

 

 

 ▲ 임효정 씨

 

 

물이 한 방향으로만 흘러 움직이지 못한다면 그 물은 썩고 만다. 연못이나 개울물처럼 말이다. 반대로 강이나 바다처럼 열린 공간에서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도 마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부패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공권력의 폐쇄성과 소통부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부패근절을 위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조차도 소통부재의 환경 속에서 졸속적으로 입법되어, 다양한 절차적 한계와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사실 우리 사회의 지난 행보를 보면 김영란법의 존립근거는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10년 2011년의 스폰서검사와 벤츠검사 사건은 우리 사회의 부패척결에 대한 문제의식과 의지를 강하게 촉발시켰고, 그에 반하여 OECD 국가 대상 반부패청렴지수는 여전히 하위권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부패는 상당히 진행되어 고착되었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양심에 호소하여 자발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따라서 현재로선 강력한 규칙과 절차를 강제하는 법집행이 불가피하다. 김영란법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는 지점은 이러한 법의 존립근거라기보다는 그 입법과정에서 사회구성원들과의 충분한 소통과 논의가 이루어졌는가의 여부이다. 실제로 김영란법은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 이전에 국회에서 자의적이고 일방적으로 추진되어 몇 가지 충돌하는 쟁점을 안고 있다. 그 쟁점들은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법이 적용하고 있는 대상범위가 과연 합당한가에 대한 쟁점이 있다. 현재 김영란법은 법의 범위를 공직자와 언론, 사학 교원들로 적용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언론과 교육 분야 종사자들을 법 적용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정당하며 다른 민간분야로 제도를 확대하기 위한 초석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이 적용되어야 하는 주요대상인 고위관료와 특정직위 이상으로 범위가 확대됨으로써, 부패단속의 집중도가 분산되고 그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또한 이는 특정 직업의 자유도를 통제하는 선택적 차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둘째, 신고의무조항에서 배우자가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보다 강력하고 확실한 법 집행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조항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연좌제의 논란을 가중시키고 법 적용범위를 필요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있다. 사실 가족 내 특정인이 부패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것이 배우자가 아닌 어머니나 아버지, 형이나 누나, 동생, 자식일 수도 있다. 친족 간의 신고의무를 만들어 법을 강력하게 집행하려면 모든 가족구성원을 포함시켜야 할 텐데 김영란법에서는 배우자만을 적용하고 있어서 연좌제의 논란만 남기고 강력한 법 집행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법 조항으로 남게 되었다.

 

셋째, 부정청탁의 예외조항에서 국회의원의 고충민원이 포함되어 예외가 된다는 점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는 국민청원권을 위해 국민들의 의견과 민원을 수렴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부정청탁의 유형과 범위를 더 세분화하고 제대로 정의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예외조항을 둠으로써 오히려 법의 구멍이 만들어지는 형국이다.

 

이처럼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부패근절을 위한 규칙과 절차로 적용되기에는 여전히 합의되지 않은 쟁점과 한계점을 수반하고 있다. 물론 법의 취지인 부패척결과 강력한 제재라는 목적은 부정할 여지없이 충분하고 바람직한 존립근거이다. 그러나 그 법의 입법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과의 소통 창구가 없고 국회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에 의해 처리된 점에 대해서는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그러한 졸속입법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다양한 한계들을 낳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현상이 소통이 없고 폐쇄적인 공권력 속에서 산재한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부패척결을 목적으로 하는 김영란법이 입법되는 과정에서 소통부재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부정부패 척결을 포함하여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 간의 원활한 소통과 투명한 합의가 선결과제인 것이다. <임효정, 이화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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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일반부 우수상>  ‘새 희망의 출생(出生)에는 진통이 따른다

 

 

▲ 이유미 씨 

 

 

‘인심사철(人心似鐵) 관법여로(官法如爐)’라고 했다. 사람이 쇠철처럼 굳게 마음을 먹어도 관직으로 나아가는 길에 놓인 유혹들이 용광로와 같아 금세 녹아버린다는 의미다. 고려 말의 무신(武臣) 최영 장군은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굳센 다짐을 후세에 남겼으며, 조선조의 관료들도 ‘나랏녹을 먹는 선비로서…….’ 청렴함을 미덕으로 여겼다. 권력이 모이는 곳에 온갖 청탁과 부정(不正)한 물질적 유혹이 따라드는 것은 예로부터 권력이 지배해온 인간 사회의 자연한 이치였던 까닭이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현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익을 중대하고 불합리한 비용을 제거하기 위한 최소한의 합의점이다. 모두가 만족할 수 없고, 법안이 잉태되어 빛을 보기까지 지지부진한 과정을 거쳐 여러 차례 공방과 손질을 거쳤으나 김영란법의 도입 취지에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뿌리뽑고,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염원하는 것은 반박의 여지가 없다.

 

입법 절차에서부터 진통을 겪은 김영란법이 헌법재판소에까지 가서 가려야 했던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었고 둘째, 언론·사립학교 등 민간 영역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공방과 셋째, 본 법안의 발효로 인해 야기되는 관련 산업의 피해 문제였다.

 

공직자를 비롯한 공공부문 종사자와 그 가족들만 헤아려도 수십만에 달할 정도로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은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며, 제재하고 감시할 이녁과 자원이 부족하고, 그 기준 역시 칼로 베듯 기계적 정확성과 일관성이 있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른 판단과 적용이 필요해 모호하다는 점을 일각에서는 비판한다. 또한 언론인과 사립학교 종사자는 공직자가 아닌 만큼 제재의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었다. 일명 ‘3·5·10’ 규제로 식사와 선물, 경조사비 액수를 제한하면 관련 산업이 위축되고 소상공인과 서민 경제의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보도도 잇따랐다.

 

하지만 헌재의 법리적 판단은 사익 침해에 대한 우려보다 공익 우선이었고, 경제적 논리로 자원과 비용을 저울질하는 것 또한 이와 마찬가지여야 한다. 제재와 법 적용을 위한 감시망의 그물코가 크고 헐겁다면 이를 법안 파기의 명분으로 삼을 일이 아니라 보다 촘촘하고 세세한 후속 법안을 짜면 될 일이다. 본 법안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으로 첫 걸음을 뗀 김영란법의 실효성 논란을 부채질하는 것은 첫 술에 배부르고 싶어 하는 조급한 성미다.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와 배경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를 살려 어떻게 해야 이 법안이 유명무실해지지 않을지 발전적 방향으로 공론을 이끌어야 한다.

 

언론인과 사립학교는 크게 보면 공공부문의 역할과 상이하지 않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언론과 교육은 비록 그 기반이 사재(私財)라 하더라도 제공하는 서비스의 성격과 역할의 책임에서만큼은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다. 청탁과 부패가 끼어들 만한 힘과 영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만큼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억지는 아니다. 헌재도 합헌 결정을 내린 만큼 이에 따르되 다만 국가권력이 본 법안을 통제 도구로 남용할 여지가 생기지 않도록 후속 조처로 사회적 감시망과 법안 등의 장치가 필요하다.

 

공공기관 근처의 한정식 집, 화훼업자, 한우 축산농가 등 고가의 외식산업과 답례품 관련 종사자들의 타격은 일상의 표피 뒤에 숨어있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과정에서 불가항력적으로 수반되는 진통이다. 고액의 식사와 뇌물 뒤에 숨어있을 부정한 청탁과 은밀한 거래를 원천 근절하기 위해서는 현행 가격정책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관련 산업은 가격대 조정으로 이와 같은 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 불필요한 포장이나 내용물의 구성을 줄이고, 기존보다 간소화해서 새롭게 상품을 개발하면 김영란법에도 맞고 상품자체에 대한 수요가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변곡점을 지나 유연하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사익과 개개인의 지갑 속 돈은 가시적이고 즉각 셈이 가능해서 변화를 타격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하지만 대중이 인지하지 못하는 공익의 손실은 일부 그릇된 부정부패로부터 야기되며 전사회적으로 불신을 조장한다. 누군가는 부담해야 하는 공익의 손실을 진정한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유미,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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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우수상> ‘김영란법이 묻는 정의사회의 요건’

 

▲ 손현진 씨 

 

정의로운 사회를 ‘도둑이 없는 사회’로 간주하는 국가 A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 국가는 도둑질을 척결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그 내용은 국민이 남의 물건을 훔칠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타인의 집 근처를 서성이는 행위를 금하는 것이었다. 다만 예외를 허용해 달라는 의견에 따라 신발 끈을 묶는 데 최대 3분, 전화통화에는 5분, 골목길 청소에는 10분을 허용했다. 이 법안을 시행한 나라 A는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만약 A국가의 국민이 애초에 도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집합이라면 진정한 의미에서 정의사회를 만들 수 있겠지만, 그와 반대로 비도덕적인 개인이 모여 있는 사회라면 아마 편법이 판칠 뿐 정의사회는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는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두고 생각해봄직한 가상의 이야기다. 법안의 실효성과 규제내용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결국 정의사회 실현에 대한 열쇠는 국민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의 규제내용에 대해서는 많은 우려가 따랐다. 우선 법안을 적용하는 대상에 선출직 공무원 외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 민간인이 포함된 것이 문제시됐다. 이 내용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헌법재판소는 국가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큰 직업군이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들었다. 그러나 사회적 영향력이 큰 직업군으로 치면 변호사나 의사,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있다. 이런 지적과 더불어 3만원 이상의 식사와 5만원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제공받는 것을 금지한 부분에서 고개를 갸웃거린 사람이 많았다. 법안이 굳이 3·5·10만원으로 금액을 정한 근거조차 국민에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는데 그에 더해 원안에 있었던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부분이 최종안에서는 쏙 빠지면서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특히 이해충돌 방지 부분은 공직자 윤리를 바로세우는 데 필수적인 사항이라고 법안의 창시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장이 언급한 바 있어서 더욱 논란이 되기도 했다.

 

비현실적이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도 김영란법은 그 자체로 높은 국민 전체의 지지를 받고 있다. 김영란법 논의를 촉발한 계기의 하나인 벤츠 여검사 사건부터 최근 유력 일간지의 주필이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액수의 향응을 받은 사실까지 그간 국민에 충격을 준 부패 사건이 많았다. 이 과정에 정의사회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아졌고, 지난해 김영란법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6명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개인마다 어떤 사회적 경험을 해왔으며 김영란법 시행으로 얼마나 활동에 제약을 받을지에 따라 해당 법안을 강력하게 지지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법안의 내용에 매몰돼 진정한 정의사회의 길은 뒷전이 되는 것이다. 위대한 철학자 칸트는 “자발적으로 보편적인 도덕법칙을 따르는 것만이 도덕적이다”라고 하면서 개인 스스로 내재된 도덕법칙을 따를 것을 촉구했다. 김영란법이 몰고 올 사회적 파장이 유달리 부각되어 보이는 것도 부패한 사회의 일원이었던 반성보다 관행의 변화를 더 두려워 한 이가 많은 탓이다. 법안 적용 대상에 포함된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개인과 단체가 자기 내부의 도덕준칙을 돌아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라인홀트 니부어는 ‘도덕적 개인과 비도덕적 사회’라는 책에서 선한 개인이 모인 사회도 악(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영란법이 개인의 부패를 엄단하는 것을 넘어 청렴사회에 대한 나라 전체의 열망을 현실화하는 시작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앞으로 김영란법이 사문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입법 취지에 맞게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서 관련법을 손질할 경우 부패의 유혹이 강한 선출직 공무원에 대해 각종 청탁을 뿌리칠 수 있는 근거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김영란법이 각종 향응을 받지 못하게 ‘제약’하는 법이 될 수도 있지만 향응을 거절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에 설 것인가? 대한민국 국민은 정의사회를 살아갈 자격을 얻기에 앞서 중요한 질문을 받아든 셈이다. <손현진, 경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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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우수상> ‘‘다운’보다는 ‘업’으로… 김영란법이 정말 ‘착한 법’이 되려면’

 

 

▲ 박병진 씨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이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 좋은 의도로 한 행동이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뜻의 영국 속담이다.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한국 사회는 그동안 부정부패도 많은 고통을 겪었다. 김영란법에 우려를 표하는 여러 언론인과 전문가에게 많은 국민이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김영란법이 반드시 ‘착한 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김영란법은 오히려 악법이다. 이 법의 입법목적인 부정부패 근절에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3·5·10’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김영란법은 현실성이 없다. 정확히는 시행령으로 3만원 이상의 식사, 5만원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요즘 연애하는 대학생도 기념일이 되면 여자친구와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3만원보다 비싼 밥을 먹고 5만원보다 비싼 선물을 준다. 그런데 김영란법으로 ‘갑’이라 불리는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접대문화를 근절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정말 바보처럼 순진한 것이다. 현실성 없는 악법에 눈치 보고 살아야 하는 애매한 ‘을’들만 손해를 보고, 결과적으로 서민경제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세상인데, 현재의 안으론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다.

 

김영란법이 의도가 좋은 건 알겠는데 입법을 강행할 만큼의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김영란법은 적용범위가 매우 넓고, 그만큼 중요한 법이다. 김영란법의 직접 대상이 되는 공무원과 그 배우자의 수가 4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들과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의 수까지 생각해보면 사실상 전 국민이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인 셈이다. 이렇게 중요한 법인데 2012년 8월 이래로 불과 4년 만에 발의·토론·의견수렴·계도기간 등 입법의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은 누가 봐도 성급하다.

 

김영란법의 도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국민권익위원회는 논란의 ‘3·5·10’ 룰에 대해서 “국민이 정한 것”이라며 문제될 것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권익위원회에 한 가지 묻고 싶다. ‘한우의 눈물’을 외치는 축산업계, 뮤지컬의 쇠퇴를 우려하는 공연업계 등 피눈물을 흘리며 김영란법에 반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김영란법의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반대하는 사람을 부정부패 매국노로 몰아가는 선악 프레임은 조금 치사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달러가 상한선인 미국 ‘뇌물죄’의 예를 들면서 한국도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치사한 논리다. 나라마다 환경이 다른데 반드시 미국법이라고 따라해야 하는가.

 

김영란법 논란을 보면 원래의 입법목적을 수행하는데 실패한 성매매특별법의 선례가 떠오른다. 물론 성매매특별법에는 긍정적인 부분도,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확실한 점은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근절이라는 입법목적을 전혀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과거 집창촌 위주의 성매매가 오피스텔·키스방 등 각종 업소로 변했을 뿐이다. 성매매특별법은 성판매자와 구매자를 구분 없이 포괄적으로 처벌해 오랜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역시 ‘3·5·10’이란 포괄적인 규정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김영란법은 성매매특별법의 선례에서 어떤 대안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한 가지 대안은 현재의 ‘다운(하향식)’ 규정을 ‘업(상향식)’ 규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3·5·10’법 대신 30만원 이상의 접대, 50만원 이상의 호화로운 선물, 10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 명목의 뇌물을 집중 단속하는 ‘3·5·10’룰은 어떨까. 얼마 이하만 허용하겠다는 현안에서 얼마 이상은 확실히 잡겠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지금보다 더 큰 국민의 지지를 얻고, 진짜 갑이 아닌 을만 잡는데 공권력이 낭비될 일도 없을 것이다. 지금의 김영란법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지만 착한 법은 아니다. 우리가 김영란법에 ‘좋아요’를 누르려면 부정부패 척결이란 원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많은 고민과 개선이 보태져야 할 것이다. <박병진, 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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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조사기자협회는 1987년 국내의 신문, 방송, 통신사의 조사, 정보, 자료, DB업무를 담당하는 조사기자들의 모임으로 출범하여, 2009년 회원들의 연구활동에 기초한 신문 및 방송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하였으며, 언론공익활동으로 신문논술대회, 조사연구 발간, 세미나·토론회, 보도연감 출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언론단체입니다

▲ 한국조사기자협회는 ‘언론사 DB·아카이브, SNS에서 어떻게 개방·활용할 것인가’란 주제로 위키트리 공훈의 대표와 함께 전문가 토론회를 지난 10월 20일 오후 정동 위키트리 본사에서 열었다.

 

 

지난 10월 20일 정동 위키트리 본사에서 한국조사기자협회 회원 17명과 공훈의 대표는 언론사가 수 십 년간 쌓아 놓은 ‘DB·아카이브를 SNS 환경에서 어떻게 개방·활용할 것인가’를 놓고 전문가 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는 지난 9월 초 미국 클리블랜드서 열린 ‘CMW (콘텐츠 마케팅 월드) 2016’ 콘퍼런스 주요 내용으로 최신 콘텐츠 마케팅 트렌드에 대한 발표가 먼저 있었다. 이후 참석한 협회원과 질의·답변으로 심도있는 토론이 진행되었다.

 

 

▲ 콘텐츠 마케팅에 대해 발표 중인 공훈의 대표

 

 

직접 소통의 시대, SNS가 만들어낸 환경 변화로 뉴스, 광고, 홍보의 영역이 다 무너져 버렸다 .. 신문에 광고 영역만 남아있지, 광고는 없어 진거나 마찬가지다

 

 

공훈의 대표는 “직접 소통의 시대, SNS가 만들어낸 환경 변화로 뉴스, 광고, 홍보의 영역이 다 무너져 버렸다”고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신문에 광고 영역만 남아있지, 광고는 없어 진거나 마찬가지다. (매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광고라는 게 필요하지 않게 된 거다. 기업, 개인까지도 콘텐츠를 쏘는 플랫폼을 각자 하나씩 가지고 있으며, 광고 효과가 있는 그곳에 광고주들이 몰린다”고 했다. 

 

국내는 아직 콘텐츠 마케팅(Content Marketing)이 생소하지만 이미 미국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콘텐츠 마케팅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발행하는’ 이후 누가 봤고 얼마나 봤고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가를 추적하고 분석하는 ‘포스트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왜 신문사에서 SNS에 콘텐츠를 올려도 왜 반응이 없을까? ‘읽어 봐’하고 주는 거에는 반응이 없어요. 지금까지도 수직적인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이미 독자들은 수평관계를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죠.”

 

그는 콘텐츠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면서 콘텐츠 마케팅, 콘텐츠 생산 단계의 변화된 지점을 명확히 짚어주었다. 첫 번째 “무엇을 위한 콘텐츠인가? = 사업의 목적은 무엇인가?” 두 번째 “누구를 위한 콘텐츠인가? = 독자의 욕구는 무엇인가?” 세 번째 “그 다음은 무엇을 할 것인가? =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로 구분 설명해 주었다.

 

 

 

 


지난 9월 초 ‘CMW 2016’ 콘퍼런스에 가서 제일 기억에 남았던 ‘I plan therefore I am ( 나는 기획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꼽으면서 기존 언론사 콘텐츠 제작의 가장 큰 문제를 명확히 짚어내었다.

 

 

 


“전략적으로 가라는 거죠. 회사가 아닌 고객을 위해 (글을) 써야합니다. 독자가 본다고 생각하고 써야하는데 자꾸 회사를 의식하고, 양방항 소통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쓴 좋은 콘텐츠를 활용하지 않고, 텍스트로 작성된 콘텐츠만 쓰는 것들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람들 종이로 보는 게 아니라 요즘은 다 휴대폰으로 봐요. 여기에서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해요. 그러나 글을 쓰는 사람들은 아직도 종이에 써요”

 


끝으로 콘텐츠 마케팅의 일부인 네이티브 광고(Native Advertising)를 언론사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티브 광고는 독자들이 브랜드를 알도록 콘텐츠로 통해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며, 뉴스와 같은 플랫폼을 이용해 광고주의 브랜드를 알리는 스토리텔링이라고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통해 작년 매출이 4000만 달러, 2020년에는 온라인 광고의 52%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을 만큼 굉장히 큰 기회라고 했다.

 

 

 


“기업은 돈을 주고 자기가 알리고 싶은 걸 알리고, 언론은 그에 대한 수익을 올리고, 독자는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게 선순환구조라고 생각하고 우리나라 광고시장에 제대로 안착할 아주 좋은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Content Marketing and Native Advertising’이란 생소한 개념을 소개하면서 언론사의 조사기자들이 어떻게 수평적으로 독자와 소통하고, 공감할 것이며, 변화된 언론환경을 생존의 전략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를 고민해 줄 것을 강조했다.

 


끝으로 협회원과의 질의·응답에서 나온 내용 중에 몇가지를 소개한다. (전체 질의·응답은 별도 포스팅으로 게재한다)

 

 

▲ 한국조사기자협회 회원과 질의.답변 시간을 갖는 공훈의 대표

 

"내가 기자가 아니라 스토리텔러라고 생각해야합니다. 스토리텔러의 가능성은 어마어마합니다. 그 수요가 폭발적입니다. 콘텐츠 마케터가 저널리스트가 될 순 없지만(거의 불가능) 저널리스트가 콘텐츠 마케터가 되는 건 굉장히 쉽습니다. 내가 기자가 아니라 스토리텔러라고 생각하면 기회는 무한합니다."

 

-전반적인 질문 자체가 이렇습니다. 조사기자는 외부 취재는 아니지만 잊혀진 쌓여진 콘텐츠에 좋은 게 많은데, 독자들에게 어떻게 전달하지 고민입니다.
=위키트리는 기자를 채용할 때 대학 막 졸업한 사람만 뽑습니다. 기성 언론사와 모든 게 다릅니다. 글로만 써도 안되고 동영상도 넣어야 하고. 그게 무슨 의미냐면 신문 지면보다 페이스북이나 SNS에서 주고받는 ‘톤앤매너(Tone & Manner)’에 익숙해져 있어야지 유리하다는 겁니다. 과거 기자 합격하면 기사 쓰는 방식부터 배웁니다. 독자들이 그런 형식을 좋아해서 그렇게 쓰는게 아닙니다. 신문 지면이 좁으니까 편집하기 좋으라고 그러는 거예요. 공급자중심이죠. 그런데 지금은 다 넣을 수 있습니다. 독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고려를 해야 해요. 또 하나, 기자가 아니라 스토리텔러(Storyteller)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작 뽑아놨더니 진짜 기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래 너는 가서 기자해’ 라고 합니다. 전통 미디어의 기자 직종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내가 기자가 아니라 스토리텔러라고 생각해야합니다. 스토리텔러의 가능성은 어마어마합니다. 그 수요가 폭발적입니다. 콘텐츠 마케터가 저널리스트가 될 순 없지만(거의 불가능) 저널리스트가 콘텐츠 마케터가 되는 건 굉장히 쉽습니다. 내가 기자가 아니라 스토리텔러라고 생각하면 기회는 무한합니다. 저널리즘 훈련을 받으면서 스토리텔링 훈련을 한다면 그 인력의 몸값은 대단하고 그런 사람을 엄청나게 찾을 겁니다.

 

-우리 조사기자는 언론사 창고지기와 같죠. 그러다보니 (대중에게) 공개하기엔 고민이 많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오픈이 답입니다. 나머지는 뒤따라가는 겁니다. MBC 2580의 경우 그날 방송 중에 가장 재밌는 장면을 뿌리라고 했어요. 그래야 본방 시청률이 올라가거든요. 이런게 가장 좋은 전략입니다. 싸매고 있던 것들을 던지세요. 아카이브를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던진 건 마음대로 퍼가게 해야 해요.

 

"저는 글을 쓰려고 하지 마라라고 말해요. 비주얼이 중요해요. 비주얼 속의 내용을 소개하는 역할이 돼야지 글이 위주가 되면 안 됩니다."

 

 

 

-그런데 공개 조금 해보니까 잘 안 됩니다. 왜 그럴까요.
=글의 스타일 문제일 수도 있어요. ‘~했어요’ 같은 투를 쓰는 것이 좋잖아요. 이모티콘을 써도 좋구요. 어디 나가서 사진을 막 찍었어요. 갔다 와서 사진 한 두컷 넣어서 텍스트중심인 기사를 써요. 저는 글을 쓰려고 하지 마라라고 말해요. 비주얼이 중요해요. 비주얼 속의 내용을 소개하는 역할이 돼야지 글이 위주가 되면 안 됩니다. 사진뿐만 아니라 움짤도 정말 강력해요. 동영상, QR코드 등 모든 플랫폼들이 임베드(embed) 담아가기를 할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저작권에서 획기적으로 변화한 게 임베드 입니다. 임베드는 완전히 열려있어요. 유투브, 인스타그램 등 전부 다 임베드 가능해요. 글쓰라고 진짜 글만 쓰면 안 됩니다. 글만 쓰기 때문에 안 먹히는거고. 사람들은 비주얼로 보고 싶어해요.

 

-기존 언론사들이 페이스북을 바라볼 때 ‘좋아요’ 수를 중요한 측정지수로 삼는데 이거 위험한 발상 아닌지요.
=프로모션 해서 숫자 아무리 늘려놔도요 의미가 없죠. 몇 년 전 위키트리 페이스북 친구수가  10만이었는데, 그때 연합뉴스가 7만이었어요. 토킹 어바웃(talking about) 숫자가 중요하죠. 우리는 그때 40만. 연합뉴스는 3천명. 숫자 많아봤자 아무 의미없어요. 콘텐츠 내용 자체가 중요한 겁니다. 포스트 그 자체. 그래야 클릭도 하고 퍼나르기도 하고 하는거죠. 우리가 지금 130만 정도인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보는 사람이 누가 될까요? (출석률 100%). 만 명입니다.<끝>

 

▲ 토론회를 마치고 한국조사기자협회 회원을 위해 자신의 집무실과 사무공간을 직접 소개하는 공훈의 대표

 

(취재/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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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조사기자협회는 1987년 국내의 신문, 방송, 통신사의 조사, 정보, 자료, DB업무를 담당하는 조사기자들의 모임으로 출범하여, 2009년 회원들의 연구활동에 기초한 신문 및 방송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하였으며, 언론공익활동으로 신문논술대회, 조사연구 발간, 세미나·토론회, 보도연감 출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언론단체입니다

한국조사기자협회는 제4회 대한민국 신문논술대회 수상작중 부문별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부문별로 순차적으로 게재해, 신문 읽기·쓰기 문화 확산과 비판 지성을 바탕으로 창의적 글쓰기를 확산하기로 했다. <편집자 주>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대상> ‘청렴의 가치, 그 진정한 내면화를 위하여’

 

 

 

 

▲ 김재훈 씨

 

 


옐리네크가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이 말은 법과 도덕 사이의 관계를 갈음한 것인 동시에 법의 정당한 역할과 한계에 대한 논변이기도 했다. 법은 그 속성상 불가피하게 주권자인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 그러하기에 입법의 과정과 절차에 있어 해당 법안의 정당성과 타당성에 대한 고민이 충분한 논의와 연구를 통해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이다.

특히 도덕과 양심을 통해 해결해야 할 인간사의 문제들에 대해 섣불리 법의 강제력을 동원하려 드는 것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다. 헌법 조문에 과잉금지의 원칙을 명시한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김영란법의 입안자였던 김영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해당 법안의 취지에 대해 “우리 사회에 더치페이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부정부패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우리사회의 현실을 생각했을 때 그녀의 말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며, 일견 타당한 귀결이다.

 

그러나 형법제도를 동원해 인간의 부도덕성을 교정한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가능하다 한들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다.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을 둘러싸고 아직까지도 많은 비판과 우려가 계속되고 있지만 사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과도기적인 진통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도덕의 문제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질문은 지극히 본질적인 것으로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질문과 관련하여 김영란법이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히고 그 대안을 고민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김영란법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가장 차가운 진실은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부정부패의 문제와 관련해 개인의 도덕성에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사회의 도덕적 무능과 자정불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이다.

 

은밀하게 행해지던 부정과 부패의 문제를 법률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처벌하겠다는 것은 언뜻 보아 타당하고 정당한 논변인 것 같으나 그 안에 숨겨진 함정은 자못 위험하다. 재독철학자인 한병철이 ‘투명사회’에서 통찰했듯 투명성이 도덕적이고 선한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부도덕하고 부패한 사회일수록 투명성이 더욱 강력하게 요청될 뿐이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의 내부적 불신과 부패가 김영란법을 소환한 셈이다. 사회상류로 이루어지던 모든 상부상조의 영역까지도 투명하게 드러내고, 세세한 법 조항의 잣대로 통제하겠다는 것은 그 취지가 어떠하든 간에 시민윤리의 종말이요, 도덕성의 포기다. 김영란법이 단기적으로 모종의 성과를 내게 되었다 한들 그것을 진정한 의미의 부패척결 혹은 청렴문화 확산으로 자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영란법을 두고 그것이 부패척결을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겁한 일이다. 김영란법은 부정부패 문제와 관련해 우리사회가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편리한 방식의 해결책이었다. 거친 비유가 될지 모르겠으나, 김영란법은 흡사 반려견을 훈련시키는 채찍처럼 보인다. 법의 처벌을 두려워하며 파블로프의 개처럼 부정부패를 기피하는 사람에게 과연 우리가 내면화된 청렴의 가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 김영란법이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미래비전이 과연 무엇인지, 그것이 선진시민사회의 이상에 부합하는 것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부패 정도가 OECD 소속 34개국 가운데 27위를 기록할 만큼 심각하다고 한다. 하지만 김영란법을 통해 단기간에 우리나라의 청렴지수가 향상되고, 선진화된 시민사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한들 나는 그 결과를 자랑스러워할 수 없을 듯 싶다. 진정한 선진화는 부패를 줄이고 청렴지수를 향상시키는 것 그 자체에 있기보다 오랜 시간과 지난한 과정을 감내하고서라도 보다 인문학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생래적 자율성을 독려하며 진정한 의미의 청렴성과 도덕성을 사회 전체에 실현시키는 데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속의 어떤 나라나 민족도 윤리나 도덕을 포기한 채 법의 강제력만으로 오랫동안 번영한 예는 없다. 구태여 거창하게 인류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오늘날 지구촌의 나라들 가운데 법이 도덕의 영역을 잠식해 위세를 떨치는 경우, 그 시민들의 삶이 어떻게 피폐해지는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김재훈, 경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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