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기도 서럽거늘, 일까지 하실까’

 

 

▲ 이대현

 

 

'이고 진 저 늙은 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인들 무거울까/ 늙기도 서럽거늘 짐조차 지실까’                        

조선 송강 정철의 시조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노인들의 삶은 이렇게 무겁고 서럽다. 늙어서도 짐을 벗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신세인가 보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75세 이상 고용률이 2015년 기준으로 17.9%로 5년째 OECD 25개국 가운데 1위다. 그야말로 노인인 75세 이상 열 명 중 두 명은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2위인 멕시코(17.0%)와 비슷 하지만, 일본(8.3%)의 2배이다. 덴마크는 아예 한명도 없다. 65세 이상 고용률도 30.6%로 2위에, OECD 평균(13.8%)의 두 배가 넘는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쉬어야 하는 나이에도 일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 노인들. 아무리 고령화 사회에 노동연령이 늘어나고, 일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떠들어대지만, 그것이 연금 수입도 없고, 가진 돈도 없어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면 서글프다.

 

 

< 출처 : SR타임스 >

 

 

OECD 회원국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약 50%로 압도적 1위인 나라. 그나마 일자리라고 해봐야 경비, 미화원, 택배원, 활동보조인, 가사도우미 등 단순 노무직이 85.4%이다. 아니면 풀 뽑기나 휴지 줍기 같은 공공근로로 주 15시간에 월 30만원 남짓 받는다 이런 현실에서 ‘100세 인생’을 마냥 축복이라고 좋아해야 할까.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올린다고 “이젠 쉬세요”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 짐을 대신 받아줄 젊은이들도 자기 일이 없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다.

참, 어렵다. 한쪽에서 젊은이들이 일ㅈ바리가 없어 신음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노인들이 ‘이고 진 짐을 벗지 못해 노구를 이끌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하니. 그러다가 다치거나 병이라도 덜컥 나면. 죽는 것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죽기까지 살아야 할 날들과 겪어야 할 고통과 비참함이 더 무섭다는 우리나라 노인들.

이들을 위해 박근혜 정부가 2013년 ‘노인 일자리 확대’를 국정과제로 삼아 매년 4만6,000개의 일자리를 늘렸다고 하지만 보수는 최저임금에도 한참 못 미치는 제자리걸음이었다. 내용 보다는 오로지 숫자 늘리기 생색내기에 치중한 결과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노인일자리 사업의 공익활동을 근로가 아닌 자원봉사로 명시해 맘 놓고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그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노인 열정페이'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그래도 그들은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다른 일자리를 찾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사실상 자녀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는데도 부양의무자제도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받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영화 제목처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 것일까. 선거 때마다 표를 위해 노인을 위한 복지를 요란하게 외친다. 그런데도 여전히 빈곤과 열악하고 저임금의 노동에 매달려야 하는 노인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다. 사회복지를 늘리고, 일하고 싶은 노인들에게는 단순 노무직이 아닌 자신의 경험과 연륜을 살리면서도 육체적으로 무리하지 않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 공공사업근로든 민간 일자리든 그들의 보수를 최저임금이나 물가에 연동해 최저 생계를 보장하는 것.

말은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부 혼자만 ‘복지’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업과 가정, 사회공동체 모두가 함께 희생하고 나누지 않으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거창하게 효니, 어른 공경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 멀지 않아 바로 내가 살아야 할 곳이다.

이대현 주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guriq@naver.com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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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징후’도 함부로 무시하지 마라

 

 

 

▲ 이대현

 

 

 

모든 일에는 징후가 있다. 대형 참사가 일어나려면 수백 번의 작은 사고가 앞서고, 심한 병을 앓기 전에 신체에 작은 이상들이 나타나듯이.

때론 영화의 상상이, 아니면 과거 사건에 대한 재조명이 그 징후를 일려주기도 한다. 그 상상과 재조명은 일종의 ‘예감’이다.

 

 

▲ 영화 '빅 쇼트'의 한 장면. ⓒ SR타임스

 

 

아담 맥케이 감독의 영화 <빅 쇼트>는 어떤 이유로든 우리가 그 징후를 무시하면 얼마나 끔찍한 일을 만는지 알려준다. 2008년 미국의 경제붕괴를 가져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의 결말은 끔찍하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몰락, 5조 달러 증발, 800만 명의 실업자, 600만 가구의 주택상실. 미국 월가의 대형은행들과 신용평가사들, 정부와 언론의 부도덕과 불감증이 가져온 결과이다.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로 시작하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2008년 서브파라임 모기지론의 부도로 미국의 주택시장이 붕괴할 때 ‘빅 쇼트’로 대박을 터뜨린다. 캐피털 대표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 펀드매니저 마크 바움(스티브 커렐), 도이치방크의 트레이더 제러드 배넷(라이언 고슬링), 전 트레이더 벤 리케르트(브래드 피트)와 그의 도움으로 떼돈을 버는 신참내기 자산관리사 찰리와 제이미가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부실을 예상하고, 역발상으로 은행과 CDO (주택담보부증권)에 대한 CDS(신용부도스와프)를 맺는다. 모두 어리석은 투자라고 비웃었다. 리먼 브라더스는 횡재를 했다고 생각했다. 모두 주택시장은 안정적이고, 주택대출을 안 갚는 사람은 없다고 믿고 있었으며, 주택가격은 계속 상승했다. 신용평가사들은 CDO에 계속 최고등급(AAA)을 매기고, 튼튼한 월가의 채권부도지불능력을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엄청난 자료 분석과 현장 확인을 통해 월가와 은행 신용평가사들의 거짓말을 꿰뚫어 보았으며, 주택구입을 부추기면서 국민을 속이고 있는 사회제도의 모순을 간파했다. 집주인이 개 이름으로 대출을 받고, 집은 100채나 되는데 텅 비어 사는 사람은 겨우 네 명뿐이고, 무직장 무소득 대출이 판을 치고, 스트리퍼가 치료사로 신분을 속이고 담보대출로 집을 다섯 채나 샀다.


그들은 알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대출이, 그것의 연체율이 600만 가구에 육박하는데도 등급가게로 전락한 신용평가사들이 경쟁사에 고객(은행)을 뺏기지 않으려 AAA등급을 고집해 오히려 CDO 채권가격이 상승하는 기현상을 만들고, 이미 서브프라임 손실이 5%를 넘어섰는데도 증권화포럼에서 은행들은 모기지사업 번창을 떠들고, 친구인 기자는 월가와 유착한 언론에 물들어 “예감에 인생을 걸 수 없다”며 진실보도를 외면한다는 사실을.


마크 바움이 “이건 사기야”라고 외치지만,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다. 영화 <빅 쇼트>가 꼬집은 대로 사람들은 나쁜 일에 대해 생각하기를 꺼리거나, 그것을 축소한다. 진실은 시와 같은데 대부분 사람들은 시를 혐오한다. 불법과 사기로 징후가 명백히 보이는데도 사람들은 불감증과 외면으로 재앙을 불러들인다.


징후를 무시한 재앙의 댓가는 대부분 아무런 힘없는 국민, 즉 우리 신이 치러야 한다.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의 ‘한한령’이 본격화한 느낌이다. 한국으로의 여행금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대한 압박을 넘어, 노골적인 반한 감정이 중국인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그것이 자연발생적이든, 중국 정부의 은밀한 지시에 의해서든 사드배치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한류와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고, 화장품과 유통업으로 번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이 북한을 껴안으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너 자칫 안보를 위해 선택한 사드로 ‘게도 잃고 구럭도 잃는’ 최악의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을 상징하는 ‘한한령’도 징후가 있었다. 지난해 한류의 중국유입을 비공식적으로 막을 때였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어떻게 했나. 근거 없는 것이라고 호도하거나 별 것 아니거나 일시적 현상이라며 무시하고, 외면했다. 그래놓고 둑이 터지자 지금에야 허둥대지만 쏟아지는 물에 속수무책이다.


어디 이런 징후를 무시한 일이 한 두 번이었나. 이 정부를 무너뜨리고 있는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에도 숱한 징후가 반복됐지만 권력에 아부하는 인간들에 의해 무시됐다. 아무리 작은 징후도 무시하지 마라. 그때부터 준비하고 대비하라.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막는 정도가 아니라, 들판 전체가 절단나지 않게.


 

이대현 주필 guriq@naver.com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칼럼은 에스알(SR)타임스와 콘텐츠 제휴로 게재하는 것이며, 외부 칼럼은 본 협회의 공식 의견과 편집 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여러 블로그 독자들의 많은 구독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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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은 문화일보  [오피니언] '오후여담'을 옮긴 것을 밝힙니다.

 

 

 

출처: 문화일보

 

 

 

박현수 조사팀장

인질극은 무고한 사람을 감금하고 생명을 위협하며 자기의 목적을 이루려고 벌이는 비열하고 잔악한 행위다.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인질극은 일명 ‘베슬란 학교 인질 사건’. 2004년 러시아 연방의 북(北)오세티야 공화국 도시 베슬란의 한 학교에 학생과 주민 등 1200여 명이 인질로 잡혔다. 러시아 내 ‘체첸’ 지역의 일부 독립파 반군들이 일으킨 것으로 구출과정에서 인질범과 러시아 병력 사이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무려 385명이 사망하고 7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스포츠가 악용된 사례도 있다. 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비극이었던 1972년 뮌헨 올림픽이 대표적. 팔레스타인의 무장 조직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단이 묵고 있는 선수촌에 침입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감금하고 있는 2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석방할 것을 요구하며 이스라엘 선수 11명을 인질로 삼았으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선수 전원을 사살해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이 사건은 2005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아 ‘뮌헨’이라는 영화로도 제작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가 차원의 인질 사태도 있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직후 정부의 지지를 받은 이란 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을 점거, 외교관과 직원 등 66명을 인질로 잡았다.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독재자 무하마드 레자 팔레비 이란 국왕에게 암 치료를 명분으로 입국을 허용했던 게 발단이 됐다. 이란인들은 도피성 망명이라며 팔레비 국왕을 송환하고 그의 재산을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인질들은 무려 444일 동안이나 잡혀 있어야 했다. 1980년 4월, 미군 특수작전부대가 ‘독수리 발톱’ 작전을 감행했으나 출동한 헬기가 충돌해 구출 요원 8명이 사망하는 바람에 비극으로 끝났다. 재선에 나선 지미 카터 대통령은 참패했다.

최근에는 국가가 대놓고 인질극을 벌이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했다. 북한이 말레이시아 국적자를 전원 출국 금지한 것이다. 체제 자체가 인질극의 주범이고 무대다. 북한 스스로 국가가 아니라 범죄 집단임을 다시 한 번 과시하는 셈이다. 핵탄두와 미사일, 그리고 생화학무기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런 집단과 마주하면서도 일부 정치세력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개성공단은 즉각 재개하겠다고 한다. 나라는 누가 지킬 것인가.

문화일보 2017-03- 09 게재.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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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은 문화일보  [오피니언] '오후여담'을 옮긴 것을 밝힙니다.

 

 

출처: 문화일보

 

 

 

박현수 조사팀장

 

일본이 때아닌 ‘일자리 천국’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자리는 넘쳐나지만 일할 사람이 턱없이 부족한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 그래서 일본 취업시장에선 ‘오와하라(おわハラ)’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끝내라(おわれ)’는 뜻의 일본어와 괴롭힘을 뜻하는 영어(harassment) 합성어다. 구인난(求人難)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졸업 예정자의 취직 약속을 받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아 더 이상 구직 활동을 못하도록 방해하고 괴롭힌다는 의미다. 치졸할 만큼 인재 쟁탈전이 치열하다.

일본 재무성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74.7%, 대기업의 56.6%가 일손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와 초고령화다. 특히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끌던 전후 1947∼1949년에 태어난 단카이(團塊) 세대가 2007년 이후 본격 은퇴하면서 생긴 현상이기도 하다. 또 엔화를 무제한 방출하여 경제를 살리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아베노믹스 때문으로 풀이하는 이도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청년 구직자에겐 기회가 되고 있다. 최근 일본 기업들이 여러 형태로 한국의 청년 구직자 채용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 특유의 성실함에다 영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것이 동남아지역 등 타 국가 청년들보다 인기 있는 배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미국 내 일자리만큼은 확실하게 챙기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오랜 경기침체에다 탄핵 정국 탓에 채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기업의 해외 진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 비정규직 일자리로 인한 취업 기피 등도 이유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로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청년실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문제는 올해는 이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스타트업 창업을 통해 청년 일자리 문제를 풀려고 했던 정부의 사업들은 탄핵 정국으로 개점휴업 상태다.

대선 주자들은 너도나도 일자리 창출을 외치지만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회 역시 ‘일자리 법안’ 처리에 손을 놓고 있고, 정부도 재탕삼탕 대책만 내놓고 있을 뿐이다. 역사 왜곡에다 군사 재무장까지 나서는 아베 정권을 비난해야 하지만, 일자리 창출 의지와 능력만큼은 배워야 할 것 같다.

문화일보 2017-02- 23 게재.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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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은 문화일보  [오피니언] '오후여담'을 옮긴 것을 밝힙니다.

 

 

출처: 문화일보

 

 

박현수 조사팀장

중국을 오늘의 경제 대국으로 만든 지도자는 덩샤오핑(鄧小平)이다. 150㎝ 남짓한 키 때문에 ‘작은 거인’으로 불렸다. 20년 전인 1997년 2월 19일 93세를 일기로 타계하기에 앞서 그는 유언을 남겼다. “장례식은 물론, 빈소도 차리지 마라, 각막은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고, 시신은 의학연구용으로 기증해라, 화장 후 뼛가루는 바다에 뿌려라.” 그의 유언은 대체로 지켜졌고, 무덤과 기념관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

중국 개혁·개방의 디자이너로 불리는 덩샤오핑의 경제 정책은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의미다. 그의 가장 중요한 사상적 특징인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잘 드러낸 말이다. 그는 공산권 지도자로서는 매우 독특한 리더십을 보였다. 당 간부들에게 “한 나라의 운명을 한두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집단지도체제를 통한 권력분립을 강조했다. 탄핵 정국을 맞은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비춰볼 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1982년 중국을 방문한 김일성에게 “대다수 인민이 빈곤에 처해 있는데 이것이 사회주의의 우월성이냐”며 개혁과 개방을 권유하기도 했다. 당시 김일성이 덩의 조언을 받아들였다면 지금의 북한과 한반도 정세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일부 당 간부가 자신들을 인민의 공복이 아닌 주인으로 착각하고 특권을 누린다면 반드시 부패한다.” 시진핑(習近平)이 가슴에 담고 있다는 덩의 어록 중 하나다. 시진핑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은 광둥(廣東)성 성장 시절 광둥성을 개혁·개방 특구로 지정할 것을 요구했고, 덩은 “혈로(血路)를 뚫으라”며 이를 승인했다. 그 결과 선전(深)은 중국 개혁·개방의 가장 큰 수혜지역으로 급성장했다.

덩샤오핑은 생전에 “미국과 반목하지 말고 서방에 대해 우호적으로 대하면서 내실을 다져라” “사회주의 이론과 핵무기를 만드는 사이 인민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배급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현실이 말이 되는가”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외교정책에서 주변 국가의 안정을 통한 경제 발전을 추구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사드 배치 문제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하는 시진핑, 걸핏하면 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김정은을 보면 덩은 뭐라고 할까.


문화일보 2017-02- 16 게재.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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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은 문화일보  [오피니언] '오후여담'을 옮긴 것을 밝힙니다.

 

  

출처: 문화일보  

 

현수 조사팀장



새누리당이 당 쇄신작업의 일환으로 23일부터 나흘 동안 새 당명을 공모한다고 한다. 인터넷엔 벌써부터 ‘더불어 새누리당’ ‘새머리당’ 등 풍자 섞인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뿌리는 1990년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으로 이뤄진 민주자유당. 그 뒤 신한국당, 한나라당을 거쳐 2012년부터 지금의 당명을 유지해 왔다. 연원을 따져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민주공화당,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자유당까지 올라간다.

야당의 당명 교체 역사는 더 잦다. 당원들조차 헷갈릴 정도다. 2002년 대선 승리 이후만 보더라도 각종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결별과 재결합을 반복했다. 15년간 10개나 되는 정당명이 명멸했다. 새천년민주당→민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민주당→민주통합당→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등으로 간판을 바꾸었다. 쓸 만한 이름은 다 써버려서 새 이름을 찾기도 힘들 정도다.

공자는 “올바른 정치는 정명(正名)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명은 허울뿐이다. 선거 때만 되면 어지러울 정도로 이합집산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1948년 제헌국회가 출범한 이후 국회의원 후보를 낸 정당은 210여 개. 평균 수명은 2년 6개월이다. 1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한 정당은 손에 꼽을 정도다. 최장수 정당은 17년 5개월간 존속한 민주공화당. 그다음은 한나라당(14년 3개월), 신민당(13년 8개월) 순이다.

이에 비해 정치 선진국의 정당명은 짧게는 50년 길게는 200년을 바라본다. 미국의 공화당은 ‘워터게이트 사건’에도 당명을 바꾸지 않았다. 남북전쟁에 패했던 민주당도 200년 가까이 같은 이름을 지켰다.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 독일 사민당(SPD)도 100년이 넘도록 당명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집권당 자유민주당(自由民主黨)도 창당 이후 60년 넘게 이어져 왔다. 대만의 중국국민당(中國國民黨)도 1919년 창당 당시 당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될 수는 없다. 정강·정책과 인물은 그대로 둔 채 간판만 바꾼다고 새로운 정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 툭하면 교체하는 정당명.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으로 감흥도 없다. 무엇보다 특정 정치인에게 좌지우지되는 행태가 문제다. 패거리 정치의 원인인 계파주의가 먼저 청산돼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2017-01- 24 게재.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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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그래도 있습니까?

 

 

 

▲ 이대현

 

 

상실의 시대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으며, 잃어버린 것들만 더 많아지고 있다. 선과 악이 강퍅하게 충돌하고, 가치관이 뒤섞이고, 가짜가 당당하다. 생각과 의견을 진실이라고 우기고, 귀는 막고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법도 내 편이 아니면, 내 맘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으면 가차 없이 무시한다.

 

 

< 출처 : SR타임스 >

 

남이야 굶주리고 헐벗든 말든 내 것만 열심히 챙기고 안전하고 풍족하게 살면 그만이다. 무한한 자유경쟁, 약육강식이야말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존법칙이라며 타인의 희생에 냉랭하다. 그 속에서 우리는 상식을 잃었고, 권위를 잃었고, 원칙을 잃었으며 소통과 관용, 나눔과 공동체 의식을 잃었다. 인격을 무시한 채 상대를 공격하는 천박한 무기가 된 언어는 품위를 잃었다. 사실과 의견의 혼동, 자기합리화의 시대에 '진실'은 소용없다.

그뿐인가. 어디를 둘러봐도 일할 곳이 보이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갈 곳 없어 길거리를 떠돌거나, 오토바이로 짐을 배달하거나, 술 취한 사람 대신 운전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직장을 잃은 베이붐세대는 조그만 분식집을 열고는 텅 빈 가게에 앉아 한숨을 쉬고, 국민 4명 중 1명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헤어나지 못하는 빚 걱정으로 겨울추위가 더하다. 여차하면 가장 먼저 잘릴 비정규직들은 경제가 더욱 나빠질 것이란 소식에 불안하기만 하다.

어디를 둘러봐도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정치도 희망을 주지 못하고, 세계 경제도 우리 편이 아니다. 설령 경기가 나아지고 수출이 늘어난들 무슨 소용인가. 그것이 내 일자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결국 1%만 배 불리는 ‘부의 양극화’를 부채질하면서 99%의 절망만 키울 것이 뻔하지 않은가.

정부가 내년에 예산을 늘려 7만1000개의 일자리를 만든다고 했지만, 그 역시 와 닿지 않는다. 지난 3년 동안 그렇게 일만 열면 최우선으로 꼽았지만 결국 청년실업률은 그대로이지 않은가. 문화와 미디어산업까지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팽개치며 떠벌렸던 일자리들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건가.

정부는 믿음을 잃었다. 말로는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해놓고는 귀를 막았다. 공정함과 정의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외면했다. 그렇게 "권력비리 없다"고 장담했지만 곳곳에서 부정사건이 터졌다. 믿지 못하면 어떤 진심도 소용 없다.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선언했지만 반응이 시큰둥하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악을 써대고, 상식조차 무시하면서 권위와 제도에 대들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공정'의 가치를 지나치게 부여하고, 코미디 풍자에 열광하는지 모른다.

지금이 아니다. 6년 전 대한민국의 겨울 풍경을 쓴 칼럼 ‘희망, 있습니까?’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어쩌면 대한민국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을까. 누가 이 글을 6년 전의 것이라고 생각할까.

대통령부터 썩어버린 나라, 그래놓고는 반성은커녕 ‘누군가 엮은 것 같다’는 음모론이나 제기하면서 나라를 진창으로 몰아가는 나라. 그 주변에서 국정을 농단하고, 부정과 비리를 무참히 저질러 놓고 일말의 반성도 않는 ‘간신’과 ‘마름’들이 애국을 들먹이는 나라.

청년들에게 지금의 대한민국은 6년 전보다 더 비참하다. 여전히 일할 곳이 없어 거리를 떠돌거나 알바를 전전한다. ‘흙수저’ ‘헬조선’란 자조를 넘어 이제 그들은 ‘이생망(이번 생애는 망했어)’을 읊조리며 삶마저 포기하려 한다. 취직을 하더라도 혼자 살기도 벅차다며 결혼을 포기하고,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

이런 나라를 향해 “희망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누구는 “있다”고 말한다. 이제 정치가 바로서고, 진정 국민을 위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모두 뼈저리게 절감했고, 국민의 분노와 공동체 정신의 무서움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6년 전에도 그랬다. ‘늦긴 했지만 정부도 정치권도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조금은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환골탈태를 위해 한나라당은 비대위까지 출범시켰고,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섰다.빈말이 아닌, 기업의 이익에 앞서 정말로 청년실업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회장도 있다.’

그래서 ‘이만하면 견뎌볼 만하지 않은가. 물론 삶이 녹록하지 않겠지만 꿈과 희망까지 버리지는 말자. 꿈이 없으면 지금의 고통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한 번만 더 믿어보자’고. 그러나 그 믿음을 여지없이 깬 장본인이 누구인가. 새로운 희망의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한 바로 그 대통령이고, 정치인들이고, 재벌이 아닌가.

그들에 의해 나라가 제자리걸음은 고사하고 뒷걸음질 친 지금, 예전과 마찬가지로 국민들에게 “내가 희망”이라고 외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부정도 뿌리뽑고, 권력의 오만함도 몰아내고, 청년들이 일할 곳도 넘치게 만들겠다고 떠들고 있다.

그들을 믿는가. 솔직히 말해 이제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그것을 알면서도 최악을 면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악순환의 연속이 어쩌면 대한민국 국민의 비극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그들에게 수백 번이고 묻고 싶다. 당신이라면 ‘희망, 그래도 있습니까?“라고.

 

<주필ㆍ국민대 겸임교수ㆍ前 한국일보 논설위원>
이대현 주필  guriq@naver.com

이 칼럼은 에스알(SR)타임스와 콘텐츠 제휴로 게재하는 것이며, 외부 칼럼은 본 협회의 공식 의견과 편집 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여러 블로그 독자들의 많은 구독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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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은 문화일보  [오피니언] '오후여담'을 옮긴 것을 밝힙니다.


 

 

출처: 문화일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 임기 8년을 마무리하는 대국민 ‘고별 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에서 “인생을 살아오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면 비범한 일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적이 수없이 많다”며 단합을 호소했다. 이 연설을 듣기 위해 혹한에도 신청자가 몰리는 바람에 입장권이 배포 2시간 30분 만에 동났고 인터넷 경매에서 1장당 300달러에 거래될 정도로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고별 연설은 1796년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이후 백악관을 떠나는 미국 대통령의 오랜 전통이다. 역대 대통령 고별 연설 가운데 미국 국민은 ‘명연설’로 조지 워싱턴의 연설을 꼽는다. 그는 당쟁과 파벌주의를 경고했고, “모든 나라와 화평하고 자유로이 교역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온건한 방법으로 상업의 흐름을 넓히고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0년이나 지난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61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고별 연설도 명연설로 꼽힌다. 그는 “군부 세력과 군수산업 세력에 의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에 맞서야 한다”면서 “잘못된 권력이 재앙에 가까울 만큼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국익은 개인의 이익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유명한 고별 연설을 마치고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안이 가결된 지 4일 만에 사임했다. 

임기 말임에도 무려 50%를 웃도는 지지율을 보일 만큼 많은 국민이 오바마의 퇴장을 아쉬워하고 있다. 이처럼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이례적인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 비결은 뭘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집권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부패와 스캔들이 없었던 것도 이유겠지만 무엇보다도 국민과 함께하는 ‘소통 능력’이다. 그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안)’ 추진을 위해 의회를 찾아가 입법을 반대하던 야당 의원들을 일일이 설득해 지지를 이끌어냈다. 희망과 감동의 메시지로 국민과 정적들의 마음을 다독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바마의 고별 연설이 있던 날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한 부실한 답변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해 서글픔마저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불행하게 임기를 마쳤다. 우리는 국민이 원하는 고별 연설을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

문화일보 2017-01- 11 게재.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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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은 문화일보  [오피니언] '오후여담'을 옮긴 것을 밝힙니다.

 

 

 출처: 문화일보

 

 

박현수 조사팀장

2017년은 60간지 상 34번째인 정유년(丁酉年)이다. ‘정(丁)’이 붉은 색을 뜻해 ‘붉은 닭’의 해다. 물론 정유년은 음력 기준이니 정확히는 오는 28일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닭은 인간에게 유익한 동물 중 하나다. 식량원으로 유용할 뿐만 아니라 아침마다 일정한 시각에 울기 때문에 옛날 사람들에겐 시계 역할도 했다. 달걀은 세계 공통의 식재료다. 어느 나라를 가도 계란 요리는 비슷하다. 그런데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닭이 최악의 수난을 당하는 가운데 정유년을 맞게 됐다. 양계농가는 살처분으로, 국민은 계란 품귀로 고통을 겪고 있다. 닭에게도, 사람에게도 두루 안타까운 일이다.

역사적으로 정유년에 발발한 가장 큰 사건은 1597년의 ‘정유재란(丁酉再亂)’과 1897년 대한제국 설립이다. 두 가지 모두 역사에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을 많이 남겼다. 일본의 1차 침략전쟁인 임진왜란 6년간보다, 2차 전쟁인 정유재란 1년간의 피해 규모가 더 컸다. 양란으로 목숨을 잃은 백성이 무려 100만 명이 넘고 국토는 황폐해졌다. 임금 선조는 백성이 왜군에게 무자비한 살육을 당하는 시점에도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도망 다니기에 급급했다. ‘징비록’을 읽어보면 ‘나라도 아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대한제국 역시 무너져가는 조선 왕조의 몸부림으로 곧 망국과 식민지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이번에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을 보탤 가능성이 크다. 국회에서는 탄핵소추가 의결됐고, 헌법재판소가 3월쯤 심판을 내릴 것이다. ‘정유탄핵’의 기록을 남길까.  

그래도 정유년에는 희망을 얘기해야 한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오듯, 우리 국민은 늘 역경을 헤쳐나왔고, 오늘의 자유와 번영을 일궜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은 원균 일당에게 모함당해 관직을 박탈당하고 옥사에 갇혔어도 어느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정유재란이 터지자, 다시 선조의 부름을 받고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 각오로 싸웠다.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을 맞아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고, ‘노량해전’에서 최후를 맞이한 이순신 같은 난세의 영웅은 지금 보이지 않는다.

닭의 울음소리는 어둠 속에서 새벽을 알리며 만물의 영혼을 일깨운다. 새해는 암흑과 혼돈을 걷어내고 국태민안(國泰民安)의 해가 되길 소망한다. 

문화일보 2017-01-01 게재.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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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은 문화일보  [오피니언] '오후여담'을 옮긴 것을 밝힙니다.

 

 출처: 문화일보

 


박현수 조사팀장

 

 

해녀는 제주도의 상징이고, 해녀의 원조는 제주도다. 세계에서 산소통 없이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해산물을 채취하는 여성은 한국 해녀와 일본 해녀인 아마(海女)뿐이다. 제주 해녀는 19세기 말엔 부산 등 한반도 남쪽은 물론 일본, 중국 다롄(大連)과 칭다오(靑島),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진출했다고 한다. 조선 인조(1623∼1649) 때 제주 목사가 남녀가 함께 바닷속에서 조업하는 것을 금지하기까지 해녀들은 해남(海男)들과 함께 물질했다. 이후 점차 해남들이 사라져, 현재 7명만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전의 해녀복도 1970년대 초 일본에서 일명 ‘고무 옷’이라고 불리는 지금의 검은색 잠수복으로 대체되면서 작업환경도 나아졌다.

제주 해녀와 일본 아마의 차이점은 제주 해녀가 스티로폼 등으로 만든 부력 도구에 무거운 돌을 매달아 고정한 뒤 조업하는 데 반해 아마는 부부가 2인 1조로 물질하는 게 특징. 일본으로 출가한 제주 해녀들에 따르면 월평균 5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데다 전문직으로 대접받고 있다고 한다. 반면 제주 해녀는 연평균 수익이 500여만 원에 불과하다. 반농반어로 한 달에 10∼15일 조업에 나서는 데다 감귤 수확철엔 과수원 일에 매달린다.

‘제주해녀문화’가 지난 1일 일본의 ‘아마’를 제치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은 이를 기념해 제주 해녀의 삶과 문화에 대해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특별전을 오늘부터 내년 3월 말까지 연다. 오는 10∼11일엔 제주해녀문화를 모티프로 한 영화 전도연 주연의 ‘인어공주’와 윤여정 주연의 ‘계춘할망’ 무료 상영회도 연다.

하지만 1965년 2만3081명에 달하며 최고 전성기를 누렸던 해녀 수는 지난해엔 4337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85.7%에 이른다. 이런 추세라면 10년 이내에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시대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긴 하지만, 머지않아 명맥이 끊어질 수도 있다. 일본 정부는 아마를 해녀의 원조라고 세계에 알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자칫 ‘김치와 기무치’처럼 될 수도 있다. 기왕 인류의 유산으로 지정됐으니, 제주 해녀가 인류의 문화를 더 풍부하게 하는 모습으로 오래오래 남아 있도록 연구 사업과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

문화일보 2016-12-06 게재.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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