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글은 한국조사기자협회가 연간지로 발행하는 2011년 '조사연구' 제23호에 실린 글임을 알립니다.


온-오프 융합시대 통합 뉴스룸

함석진 한겨레 미디어전략연구소장


요즘 언론사, 특히 신문사들의 고민이 깊다. 수입은 줄고 딱히 돈 벌 아이디어도 없는데, 계속 돈 들어갈 일만 늘어가고 있다. 웹 하나만도 일손 달려 허덕허덕하는 마당에 이제는 3S(스마트폰, 스마트패드, 스마트TV)로 말해지는 스마트미디어까지 감당해야 한다.
광고나 판매수입으로 이어지지 못하지만, 독자들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돈 들이고 품 들여서 모든 매체를 훌륭하게 운영하면 그만이다. 독자들은 만족할 것이고 그렇게 매체력이 커지면 돈은 어떻게든 따라온다.
문제는 다 잘할 여력이 없다는데 있다. 플랫폼 특성과 주 이용자의 특성을 고려해 거기에 맞게 별도 기사도 생산, 편집하고 유통시킨다는 말은 먼 남의 나라 이야기로 들린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문과 전혀 다른 매체인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몇몇 언론사들도 완전히 분리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는 걸 알고 있다.

 

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어떻게든 작업의 많은 부분이 공유되는 통합 콘텐츠 생산-가공 단위를 구축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비용측면 뿐 아니라, 콘텐츠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사람 없고 돈 없는데 서비스는 해야 한다면? 그렇다고 새 플랫폼에 올릴 기사 밸류 판단을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길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외국 주요 언론그룹들은 그룹내 여러 신문, 잡지, 방송 등 이종 매체간의 통합룸까지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이렇다 할 온-오프 통합룸조차 못 만들어 내고 있다.

 

물론 모든 미디어 기업에게 통합룸 방식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 또 통합룸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그것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언론사들이 지향하는 온-오프 통합룸의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은 비용은 줄이면서 온라인 부분을 강화하자는 게 1차적인 목적이다. 물론 이때 신문의 체력을 빼앗지 않는다는 조건도 달려있다. 쉽게 말해 손 안 대고 코는 풀고 싶은 마음이지만 현실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과욕은 성급함을 부른다. 진정한 혁신은 발에서 나오는 것이지 입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얼기설기 급조한 통합룸은 두 마리의 토끼(신문, 인터넷) 모두를 죽일 수도 있다. 더디 가더라도 하나하나 문제를 짚어가며 가는 방식이 오히려 가장 빨리 가는 길일 수 있다.

 

뉴스룸 아픈 기억들
 
닷컴 붐이 일던 2000년대 초만 해도 인터넷 뉴스를 다루는 조직은 되도록 따로 설계하는 게 일반적인 추세였다. 클라크 길버트 전 하버드대 교수는 그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사람 중 하나였다. 1990년대 말 하버드 경영대학원 박사학위 논문에서 그는 신문사의 온라인 담당 조직은 반드시 신문사 편집국과 완벽히 분리할 것을 주문했다. 빠른 의사결정, 관행을 깨는 사고방식, 결과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 등 세 가지를 온라인 성공의 핵심 요소로 보았는데, 그런 문화와 전혀 다른 디엔에이(DNA)를 가지고 있는 신문조직 속에서 이런 시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국내 언론사들이 앞 다퉈 자회사 형태의 언론사 닷컴을 세우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그런 우려는 지금이라고 물 건너간 얘기는 아니다. 통합을 포기하고 오히려 온라인-신문의 완벽한 분리 운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언론사들도 있다. 노르웨이 최대 언론그룹인 ‘베르덴스 강(VG)’은 온라인과 신문을 두 개 회사로 분리해 운영하면서도 두 회사 모두 몇 년째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에스펜 에길 멀티미디어 국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온라인과 신문은 태생적으로 완전히 다른 매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전혀 다른 작동방식과 조직이 요구된다. 이런 두 매체를 합친다는 발상은 두 매체를 모두 위험하게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따로 가는 게 비용 측면에서 더 경제적일 수 있다. 신문과 온라인 모두 뉴스를 다루기 때문에 다를 게 없다는 시각은 가파른 물살의 강물과 찻잔 속 물이 물이란 이유로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질적일 두 매체를 어떻게든 연결시켜보려고 노력하지 말고, 차라리 각각의 장점을 잘 살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라는 것이다. 온라인은 실시간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콘텐츠의 질도 높이는 방법으로 강점을 살리고, 신문은 깊이와 전망, 지면의 차분한 편집가치 등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 언론사들도 지금처럼 포털의 위세가 크지 않았던 닷컴 붐 시기만 해도 이런 전략에 가까웠다. 많은 비용을 들여 닷컴사 내부에 독자적인 콘텐츠 생산시스템을 구축했다. 신문처럼 주요 출입처에 별도의 기자들을 두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출입처 중복에 따른 혼란, 다른 논조의 기사 생산, 무리한 속보 경쟁에 따른 콘텐츠 신뢰 저하 등 예상하지 못한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역시 결정적인 문제는 비용이었다. 닷컴버블이 터지면서 돈은 못 벌고 돈만 들어가는 이런 방식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었다.

 

이후 진행된 통합룸 논의의 한 축은 콘텐츠 생산과정과 운용을 효율화해 비용을 낮추자는 것이었다. 신문사들의 빠듯한 주머니 사정상 둘 다 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로 판명됐다. 애초 우리나라 언론사들이 인지하고 사용했던 온-오프 통합룸 개념도 적극적으로 두 매체에 대응한다는 의미보단 돈은 안 되지만 하긴 해야 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돈 안들이고 하는 방법을 찾자는 쪽에 가까웠다. 이런 비전략적이고 수세적인 접근 방식이 낳은 온-오프 통합 결과의 단면들은 이랬다.

 

“많은 언론사들이 그랬듯이 우리도 파견 형식으로 자회사 인력을 편집국 안에 두고 온라인 부서를 운영했다. 부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부국장급 기자를 부서장으로 뒀다. 그러나 역시 편집국 자체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온라인 부서장이 해당 부서에 온라인 기사를 직접 주문할 수 있도록 했지만, 해당 부서장과 기자들에겐 늘 귀찮은 가욋일이었다. 편집국장도 마찬가지였다. 사규를 바꿔서 편집국장이 온-오프 기사의 최종 책임을 진다고 명시했지만 그 뿐이었다. 모든 판단은 신문 위주로 이뤄졌고 늘 결정은 느렸다. 온라인 부서장은 늘 사이트 톱 갈이를 할때 늘 편집국장 눈치를 봤다. 편집국장은 사실 아침자 1면에 실렸던 기사가 하루 종일 사이트 톱으로 떠 있을 때 가장 흐뭇해했다.”(A사 전 편집국 기획담당 국장)
“낮 시간대에 기사 방에는 바깥에서 기자들이 보내오는 많은 정보 보고가 올라온다. 개중에는 신문용으로는 적당하지 않지만 조금만 손을 보면 훌륭한 온라인 기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보를 올린 기자들 상당수는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차라리 잘 묵혀서 신문에서 한번 다루기를 원한다. 기자들에게 온라인은 아직 정식 활동공간으로서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신문에 이름이 나야 기사를 썼다고 생각한다. 이러니 온라인 부서와의 인력 순환도 쉽지 않다. 온라인 부서 출신 인력은 기사 훈련이 안 돼 있다는 이유로 해당 부서에서는 받지 않으려 하고, 온라인 부서로 발령이 난 기자들은 보통은 물먹었다고 생각한다.”(B사 온라인담당 부국장 출신)

 

변화 그 힘든 싸움

 

시간과의 싸움인 편집국의 콘텐츠 생산-가공 과정을 감안하면 어떤 변화의 시도도 쉬운 일을 아니다. 차의 기름이 떨어져 가늘게 눈에 보이는데, 주요소 갈 시간이 없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통합뉴스룸 성공을 위해서는 일상의 프로세스까지 좀 더 촘촘하고 정교하게 고민해야 한다. 유형별 기사 판단, 매체 배치 프로세스가 그중 하나다.
뉴스플렉스는 기사의 유형을 긴급-단독, 긴급-비단독, 비긴급-단독, 비긴급-비단독 등 4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사진 출처:
http://www.wan-ifra.org/articles/2011/05/25/streamline-your-newsroom-workflow-through-better-story-planning>


긴급이면서 단독인 경우는 아주 드물다. 큰 특종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어느 언론사도 1년에 몇 차례 경험하기 힘들다. 인터넷에 일부 사실로 예고편 같은 기사를 쓰고 최종 매체인 신문에 자세한 내용을 다루는 등 전략적인 접근도 가능하다. 긴급-비단독은 대형 사건 사고들인 경우가 많다. 당연히 SNS, 인터넷이 주로 활약하는 속보 싸움이 된다. 비긴급-단독은 주로 탐사보도물이 많다. 긴급-비단독, 비긴급-단독 모두 자주 볼 수 있는 기사는 아니다. 그밖에 나머지 기사들은 비긴급-비단독인데 언론사가 일상적으로 다루는 많은 기사들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뉴스플렉스는 많은 언론사들은 너무 많은 기사를 긴급이나, 단독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고 이것들을 꾸미고 재가공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기사들은 여전히 신문에서만 다루려는 경향이 있는데 독자들의 판단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일부 언론사의 편집국 표정이다.
“아침에 단독이라는 표시와 함께 보고가 들어온 기사는 가치 판단에 프리미엄이 붙는다. 신문의 앞면으로 나가고, 단수도 커지는 경우가 많다. 독자의 관심도, 중요도 등으로 기사의 실제 무게를 달아보는 작업은 종종 무시된다. 단독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단독기사는 말할 것도 없이 신문용이다. 인터넷, SNS는 아예 고려 대상도 아니다. 그렇다고 기자에게 인터넷에 먼저 올리자는 말도 못한다. 단독을 놓친다는 생각에 기자의 사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B사 전 경제부장)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사회부에서 한 기자가 단독기사라고 올렸고, 인터넷 뉴스팀에서는 엄청난 기사도 아니고 어차피 밤사이 알려질 가능성도 있는 기사이니 차라리 인터넷에 먼저 올리자고 했다. 사회부 데스크는 반대했고 결국 기사는 신문에만 실기로 했다. 기사는 밤사이 알려졌고, 웹에서 거의 모든 매체가 이를 다뤘다. 그리고 웹에서 기사를 몇몇 언론사는 밤사이 추가 취재를 해서 신문에는 좀 더 진전된 내용을 실었다. 아침에 보니 주요 신문 가운데 우리 신문만 웹에서 다 다룬 어제 얘기를 싣고 있었다.”(C사 편집부 기자)

 

 

 

매체 전략차원에서 여전히 신문이 핵심 자원인 것은 분명하다. 단독기사나 특종을 신문에만 싣는 전략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독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그나마 신문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단독 기사라고 무조건 대접을 해주는 신문사 풍토도 버려야 한다. 아직도 많은 언론사에선 단독기사 여부와 다른 언론에서 얼마나 기사를 받았는지를 주요한 특종상 심사기준으로 삼고 있다. 단독기사의 중요성은 강조하더라도 최소한 기사 판단은 좀 더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사 판단의 내부 기준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해당 출입처 홍보실 직원과 기자실에서만 인정받는 기사를 단독이라는 이유로 지면을 낭비하고 독자를 우롱해서는 안 된다.

 

무차별적인 ‘단독기사 프레임’의 남발은 오히려 매체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일이기도 하다. 상당수의 단독기사는 가장 먼저 1보를 SNS로 올리고, 웹에서는 상보를 몇 차례 나눠서 실어주고, 지면에서는 깊이와 분석을 더한 내용으로 다루는 입체 전략을 쓴다면 훨씬 더 힘을 가질 수 있다. 독자로부터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한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는 전략은 기사의 품질을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랫목에 몰래 묻어뒀다가 뻥 터뜨려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는 기사는 한 언론사에서 1년에 몇 개나 만들 수 있을까? 독자들은 누가 먼저 기사를 다뤘냐보단 어떻게 다뤘느냐를 기억한다. 요즘 독자들에게 ‘어떻게’는 훨씬 더 중요하고 실질적인 매체 평가 기준이다. 반면 매체의 속성상 디지털 미디어에서는 ‘누가 먼저’가 잘 드러나고 독자도 비교적 이를 잘 기억한다. 언론사의 매체력 평가 지표에 이제 웹의 영향력을 드러내는 각종 수치들이 반영되고 있고, SNS 리트윗 비중 등 새 지표도 계속 추가 되고 있다. 따라서 구성원들의 생각의 프레임을 바꾸는 노력을 계속 해야 한다. 통합뉴스룸은 달라진 구성원들의 생각, 그 단단한 기초 위에서 살짝 모양을 낸 방일 뿐이다.

 

통합뉴스룸 어떻게 갈까?

 

제대로 된 통합룸이란 차를 완성하기 위해선 어떤 부품과 공정이 필요한 걸까? 지금이라도 차분한 검토와 성찰이 필요하겠다.
세계신문협회-국제미디어기술연구협회(WAN-IFRA)의 뉴스룸 컨설팅 프로젝트 그룹인 뉴스플렉스(NEWSPLEX)는 성공적인 통합뉴스룸 구축을 위해 필요한 4가지 요소로 문화(Culture), 업무(Task), 사람(People), 시스템(System)을 들었다.
문화는 구성원들이 인터넷, SNS 등을 다른 매체로 인정하고 있는지, 아니면 여전히 신문의 종속변수로만 이해하고 있는지, 정말 신문의 미래가 통합뉴스룸의 성공에 달려있다고 믿는지 등 조직 내부에 깔린 정서적 요인이다. 무시되기 쉽지만 성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 되기도 한다. 당연히 이 부분의 연료통이 비었다면, 기름부터 채워야 한다. 계속 강연에 노출시키고, 토론을 유도하면서 직원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스스로 믿는 것만큼 강력한 힘은 없다.

 

 

 

업무는 통합룸에 따라 변경된 직무의 범위와 책임 등을 재규정하고 명시하는 등의 일이다. 기존 뉴스룸에서 기자들은 신문에 글을 쓰고 마는 말 그대로 기자였다면, 달라진 뉴스룸에서는 서로 다른 플랫폼에 맞는 여러 버전의 기사를 생산하는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 인터넷에 여러 차례 나눠 내보낸 기사를 바탕으로 분석과 다른 시각을 얹어 신문용 기사를 생산하고, SNS를 통해 독자들과 주고받은 제보와 팩트로 좀 더 업그레이드 된 기사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 요소는 기자들의 재교육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기자들은 더 이상 기사작성기와 사진을 찍는 정도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지난해 말 워싱턴포스트로 영입된 파워블로거 마크 루키는 “지금 기자들의 느끼는 스트레스도 타이프라이터가 편집국에 보급됐을 때 종이에 글을 쓰던 기자들이 느꼈던 그것만큼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웹사이트 직업란에 스스로를 기자, 웹디자이너, 비디오작가, 프로그래머 등으로 적고 있다. 기자들에겐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무기, 즉 플래시나 동영상 촬영 및 편집, 간단한 프로그래밍 정도는 배워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물론 언론사는 편집국과 전략파트, 인력관리 파트가 공동으로 디지털 교육프로그램 짜고 연중 내내 직원들이 원하는 기간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머지는 시스템이다. 현장에서 기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상도 몇 번의 동작으로 간단하게 회사로 보낼 수 있어야 하고, 안에 있는 데스크들은 기자들이 보내온 기사들을 SNS, 인터넷, 신문 등 각 매체에 편리하게 내보낼 수 있어야 한다. 시스템은 한 마디로 쉽고 편리해야 한다. 또 작업공정이 물 흐르듯 진행되도록 잘 구축이 되어 있어야 한다. 인센티브 등 제도적 시스템도 정비해야 한다. “내가 왜 멀티형기자가 돼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당신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라”는 막연한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통합뉴스룸은 1~2년 안에 완성되는 작업이 아니다. 지휘자가 달라져도 계속 미션을 발전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강제하는 내부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뉴스플렉스는 각 언론사 리더들은 이 4가지 항목들을 체크리스트 삼아 수시로 점검하고 처방도 신속하게 내리라고 주문한다. 정신 무장을 위한 강연이 필요한지, 디지털 기기 활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한지, 인센티브가 필요한지를 파악해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조직은 다시 신문시스템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그건 여간해선 극복하기 어려운 관성이라는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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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사기자협회

사단법인 한국조사기자협회는 1987년 국내의 신문, 방송, 통신사의 조사, 정보, 자료, DB업무를 담당하는 조사기자들의 모임으로 출범하여, 2009년 회원들의 연구활동에 기초한 신문 및 방송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하였으며, 언론공익활동으로 신문논술대회, 조사연구 발간, 세미나·토론회, 보도연감 출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언론단체입니다

※ 이글은 한국조사기자협회가 연간지로 발행하는 2011년 '조사연구' 제23호에 실린 글임을 알립니다.


통합뉴스룸에서 조사기자의 역할

유기정 경향신문 디지털뉴스국 인터랙티브팀 차장

 

 

디지털시대 언론 환경변화

 

신문사 처음 입사했을 때가 생각난다. 지금보다 인원수가 훨씬 많았고 사내·외 방문객으로 종일 북적거렸다. 큰 사건이라도 터지는 날엔 정신이 쑥 빠질 정도였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몇몇 날이 있는데 김일성 사망과 성수대교 붕괴. 그런 날 야근까지 겹치는 날은 정말 ‘제대로’ 다. 그 시기야 말로 ‘조사부 전성시대’라 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료없이 기자가 기사를 쓸 수가 없었으니까. 그만큼 보람과 자부심이 있었는데…. 그런 기억들이 그리운 건 ‘나이 탓’ 만은 아닌 듯싶다. 이후 신문사 콘텐츠의 DB화가 진행되고 2000년대 들어오면서 몹쓸(?) 인터넷이 환경을 급격히 변화시켰다. 신문 콘텐츠가 포털로 서비스 되는 건 신문사의 수익모델이기도 하지만 결국엔 포털에 많은 부분을 양보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제 도래한 시대는 디지털시대! 이것은 조사부뿐만 아니라 언론산업 환경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것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독자들은 종이신문 뿐만 아니라 인터넷, 모바일 등 다양한 매체로 뉴스를 접하고 있다. 뉴스는 이제 생산과 유통에 전기(轉機)를 맞고 있다.
경향신문은 작년(2010년) 8월에 닷컴을 흡수하여 디지털뉴스국을 신설해 편집국 소속으로 온·오프 통합을 단행했다. 통합뉴스룸 구축 후 온라인 트래픽이 두 배 이상 증가, 코리안클릭 10위권 내로 진입하는 등의 성공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신문사의 통합뉴스룸 연구는 2005년 이후 여러 논문에서 필수불가결 측면의 다양한 의견들이 상충되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경영상의 비용절감과 함께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통합은 대세라는 것이다. 다만 물리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중요한 부분이 DB통합을 포함한 시스템 통합이다.

 

신문사가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콘텐츠와 아카이브DB를 통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신문사마다 여기에 관한 나름의 의견을 갖고 지금도 진행 중이거나 또는 실패하고 또한 포기한다. 잠시 각 언론사의 현황을 살펴보면, 조선일보의 경우 자료부가 디지털조선에 편입돼 아카이브DB의 구축을 넘어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대한지 수년이 지났다.
경향신문은 2008년부터 통합DB 논의를 시작하여 2009년 새로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아카이브DB의 업그레이드 효과뿐 온·오프 통합은 하지 못했다. 현재 통합뉴스룸 구축 후 통합시스템을 다시 개발 중에 있다.
한겨레신문은 2008년 새로운 기사·화상 통합DB를 구축하였고, 2009년 물리적인 온·오프 조직통합을 이끌어 냈지만 성과가 없어 원점에서 다시 통합뉴스룸TFT를 구성, 논의 중에 있다.

 

언론사 최초 인터랙티브팀


경향신문사는 2010년에 경영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뉴스룸 통합을 결정했다. 2007년 이미 통합뉴스룸 실패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반복하지 않기 위해 편집국 홍보에 주력했다.통합 타당성 검토, 간부대상 의견수렴, TF 운영으로 편집국 홍보, 핵심인력 배치 후 통합뉴스룸을 시작했다. 단시간에 통합을 마무리 지을 수 있던 것은 경영진의 강력한 추진의지와 함께 시행착오 경험에서 나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조사부 차원에서 움직임은 이보다 두해 앞선 2008년부터이다. 닷컴의 온라인콘텐츠와 조사부 아카이브DB와의 통합이 논의됐고 시스템개발에 들어갔다. 당초 통합DB의 개념으로 출발하여 큰 그림으로 확대한 통합뉴스룸 탄생 과정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조사부는 ‘거대한 폭풍’을 비켜갈 수 없는 절체절명 위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진행돼 오던 통합DB는 사실상 무산되고 물리적인 조직통합의 격랑 속에 조사부는 기능을 유지하면서 기사DB업무는 디지털뉴스로, 기존 도서와 정기간행물. 콘텐츠판매 업무와 함께 화상DB업무는 미디어전략실로 분리 이관됐다.

 

기사DB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필자 본인이 디지털뉴스국으로 편입되면서 자리한 곳은 인터랙티브팀이다. 디지털뉴스국의 조직은 속보를 다루는 뉴스팀과 비뉴스 콘텐츠를 운용하는 인터랙티브팀, 그리고 웹페이지 구현을 위한 온라인운영팀 3개 팀을 두고 있다. 여기서 인터랙티브팀은 국내 언론사에서는 명칭을 찾아볼 수 없는 생소한 조직이었고 업무의 성격, 범위, 기능 모든 것이 정해져 있지 않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 수준이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바는 쌍방향으로 어떤 소통을 해보자는 취지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전부였다. 지금의 시점에서 인터랙티브를 정의하자면 뉴스와 비뉴스(블로그 콘텐츠 포함)의 경계를 허물고 언론과 시민이 소통하는 새로운 저널리즘 정도로 말할 수 있다 .
1년 동안 필자는 이 팀에서 기존의 DB업무 외에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있다. 물론 주 업무가 DB이다 보니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가 있지만, 오히려 일이 많다는 생각보다 시간이 없다는 자세로 어찌 보면 입사초기 가졌던 열정으로 매일을 보내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구성원 모두에게 같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인터랙티브팀에서 하는 일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경향신문과 독자와의 소통 SNS 업무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그리고 최근 들어 구글 플러스까지 매일 속보성 뉴스와 심층분석을 독자와 소통한다. 트위터를 말로만 듣던 내가 각종 SNS를 이용한 소통을 하기란 쉽지 않는 일이었지만 모두가 처음 시작한 일이라 좌충우돌 시행착오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둘째, 블로그 업무. 사내·외 필진으로 구성된 경향신문 kHross페이지 관리이다. 블로그 관리는 독자에게 속보뉴스와는 다른 정보와 사회분석, 뉴스의 시간적 흐름 등을 전달한다.
또한 블로그 콘텐츠를 뉴스와 링크시켜 함께 유통시킨다. 각각의 기사에 관련 블로그를 수작업으로 링크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독자에게 주는 재미와 정보가 있고 페이지 트래픽을 늘릴 수 있는 두 가지 측면에서 더욱 집중하고 있는 업무이다.
필진 블로그를 제외한 인터랙티브팀의 블로그로 대표적인 것은 라운드업 콘텐츠를 들 수 있는데 사건이나 특정 사안을 날짜순으로 요약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주제별로 카테고리를 나누고 있지만 대부분의 라운드업은 http://khross.khan.kr/ 에서 볼 수 있다.

 

셋째,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각종 아이템을 구체화 시키는 기획업무이다. 그중의 한가지로 쌍방향 저널리즘을 들 수 있는데, 통합뉴스룸 출범과 함께 3가지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시민과 기자 1명이 매달 다른 주제로 사회를 바라보고 고민을 함께하며 솔루션을 찾아가는 착한시민프로젝트. 청년실업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로 접근하여 그들을 팔로우하면서 백수탈출 과정을 생생하게 엮어가는 청년백수 탈출기, 또한 알파소녀가 알파레이디로 성장할 수 없는 우리사회 ‘유리천장’의 현실에서 사회 각 리더에게 듣는 강연형식의 알파레이디 포럼. 이 세 가지 프로젝트가 매달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며 지면으로 소개되는 온·오프 통합 쌍방향저널리즘 프로젝트다.
여기에서 나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라운드업 콘텐츠 생산을 위한 자료조사와 과거기사를 가공하여 또 다른 콘텐츠를 생산하는 DB저널리즘 지원자인 동시에 생산자이다. 사건을 날짜순으로 정리하는 업무와 현재 이슈가 되는 뉴스를 과거신문에서 되짚어 블로그에 올리는 일이다.(http://history.khan.kr/) 일정한 수준의 독자 방문객이 있으며 향후 다른 형태로 진화할 수 있는 콘텐츠 형식이다.

 

 

 

디지털시대 저널리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고 가공하느냐의 생산적 문제와 잠자고 있던 과거의 콘텐츠에서 ‘흙속의 진주’를 찾아 다시 유통시키는(SNS에서 리트윗) 전혀 새로운 차원의 뉴스소비이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유통되지 않으면 끝’인 시대가 된 것이다.

 

디지털시대 조사기자의 영역


뉴스코드 표준화


이제 과거와 같이 뉴스를 쌓아두고 끄집어 다시 보는 시대는 지났다. 뉴스를 완성된 콘텐츠로 가공하여 어떻게 시장에서 유통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의 최대 관건은 표준화이다. 디지털뉴스콘텐츠의 표준화는 이미 국내에서 2004년부터 뉴스전송 교환·유통의 국제표준 뉴스ML방식을 한국 실정에 맞게 연구하여 2006년부터 채택하고 있다. 이것의 구성요소로 뉴스코드가 있는데, 뉴스를 주제 분류하는 것이며 IPTC(국제언론통신협의회) 코드라고도 통칭한다. 현재 많은 언론사가 IPTC 코드에 주목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경우 2007년부터 아카이브 기사DB 분류에 시행하였으며, 한겨레신문이 2008년, 경향신문이 2009년. 이후 문화일보와 지방신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뉴스코드에 관해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표준화란 말 그대로 단일화, 대표화 되어야 하는데 IPTC 코드의 국내 적용은 의견이 분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도기적 단계로 유통의 측면을 고려한 IPTC 코드 부여와 내부DB 활용목적의 기존분류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매핑하는 방안도 있다.
이미 한국형 뉴스코드 표준안이 2009년 마련됐지만 뉴스ML포럼차원에서 보급에 박차를 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언론사 전체의 합일이 이뤄져야 하는 대목이다.

 

온라인 지면에서 조사기자


온라인퍼스트인 통합뉴스룸에서의 기사작성은 기존의 종이신문과는 달라져야 한다. 디지털· 모바일 등에서 요구되는 글쓰기는 빠르게 소비되는 온라인의 특성을 생각하여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비주얼적인 측면을 고려한 편집이어야 한다. 각각의 뉴스에 연관된 과거 관련기사와 화상이 필요하며 뉴스를 시각화 할 수 있는 인포그래픽이 필요하다.
이런 환경에서 새롭게 요구되는 역할이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의 외국신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리서치 에디터 또는 데이터베이스 에디터다. 디지털환경에서 양질의 콘텐츠생산을 위해 DB는 중요한 요소이다. 방대한 자료더미 속에서 어떤 것을 초이스해서 코디할 것인지 이것은 온라인콘텐츠의 유통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사기자가 에디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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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사기자협회

사단법인 한국조사기자협회는 1987년 국내의 신문, 방송, 통신사의 조사, 정보, 자료, DB업무를 담당하는 조사기자들의 모임으로 출범하여, 2009년 회원들의 연구활동에 기초한 신문 및 방송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하였으며, 언론공익활동으로 신문논술대회, 조사연구 발간, 세미나·토론회, 보도연감 출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언론단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