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글은 한국조사기자협회가 연간지로 발행하는 2014년 '조사연구' 제26호에 실린 글임을 알립니다.

 

스마트폰 영상제보가 방송을 바꾼다

염해진 YTN 아카이브팀장

 

 

10여 년 전 인터넷의 등장이 취재·보도를 위한 보조적 역할을 했었더라면, 지금 ‘손안의 혁명’이라 불리는 모바일은 ‘세상의 모든 것’이 떠다니는 뉴스 취재를 위한 신세계나 다름없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이라크 반군 '이슬람국가(IS)' 공습 사실을 단 한 줄짜리 단문으로 올렸다. 별도의 기자 브리핑은 없었다. 지난 부산·경남 집중폭우때 SNS에는 폭우 피해 현장을 찍은 동영상과 사진을 담은 트윗과 게시글이 넘쳐났고, 버스 수몰사고 현장에 있던 우리 지국 기자는 ‘카카오톡’으로 급박한 119소방대원의 구조과정을 실시간으로 송출했다.
세상은 분명 바뀌고 있다. 몇 년 전까지 고가의 ENG카메라를 메고 사건현장에 신속히 도착해 1보 화면을 송출하면 특종이거나 1보로 보았다. 지금은 누군가가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짧게 찍은 것이 대형 특종이 되고, 단독 1보 화면이 되기도 한다.
카메라가 내장된 스마트폰이 대중적으로 보급되면서 사건사고 현장을 담은 시청자 제보가 YTN에는 작년부터 상당히 늘어나고 있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나는 기자다’라고 외칠 수 있는 ‘전 국민 기자 시대’가 되었다. 방송사의 속보화면 송출은 과거 중계차나 SNG를 이용했다면, 최근에는 통신의 발전으로 IP(인터넷망)과 TVU(LTE) 송출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송출망의 진화에도 ‘현장에 있던 스마트폰을 든 누군가’의 영상제보 보다는 빠를 수는 없다.

 

2014년 7월 17일 오전 10시 53분경 광주 광산구 장덕로 부영아파트 206동 옆 인도에 강원도소방본부 제1항공대 소속 헬기가 추락했다. 세월호 침몰해역 현장 수색지원 활동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 도심 한가운데 추락해 탑승 소방대원 5명 전원이 순직한 매우 안타까운 사고였다. 추락한 헬기를 수습하던 중 왼손 주먹을 꽉 쥔 시신이 발견됐다. 주먹 안엔 불에 녹아내린 검은 플라스틱 덩어리가 있었다. 그것은 조종간이였다. 사고 순간 인명피해를 줄이려고 최후의 순간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2014년 7월 23일 소방방재청은 ‘주먹을 꽉 쥐고 있던 시신은 고 정성철 기장이며 그의 손아귀에 있던 검은 플라스틱 덩어리가 사고 헬기 조종간의 소재와 일치한다’는 감식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소방관 당신들의 목숨을 추락하는 순간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사투(死鬪)한 듯 많은 민간인의 목숨을 보호하고 평생 구조 활동에 헌신했던 고인들의 정신과 마지막을 명예롭게 기릴 수 있었던 건 단 한건의 제보였다.

 

 

<광주 소방헬기 추락사고 YTN 특종보도 / 출처:YTN>

 

불타는 헬기 화면과 목격자 참여로 뉴스특보가 진행되는 중, 필자는 도심에 헬기가 추락하였다면 또 다른 그림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광주지국장과 카메라기자에게 연락하여 CCTV동영상을 확보했으나 부족했다. 자칫 사장(死藏) 될 수 있던 추락현장을 담은 고스란히 담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은 아카이브팀이 구축해 놓은 제보영상시스템을 통해 입수할 수 있었다.
‘추락하는 순간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사투(死鬪)한 소방관의 위대한 죽음'이 담긴 화면을 단독 입수, 영상 팩트 확인, 최종 판단 과정에 떨리던 긴장은 아직도 남아있는 듯하다. 뉴스편집부 핫라인을 통해 편집된 영상이 16:40분경에 단독 1보 영상이 나가고 단독표기로 매 뉴스시간 연속으로 탑으로 방송이 되었고, YTN 단독보도후 국내·외 방송사에서 화면 요청이 쇄도했고, 제보자의 동의를 받아 배포를 하여 주요 방송사와 조간신문 1면에 'YTN 화면 캡처'라 출처를 밝히고 사진이 게재될 수 있었다.

 

위에서 이야기한 ‘손안의 혁명’이라 불리는 모바일시대에 영상제보의 중요성에 대한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미국에선 사건사고 취재와 관련해 기자별로 취재영역과 출입처는 있지만, 경찰서 기자실 등을 운영하지는 않기 때문에 경찰이나 소방서 등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독자적인 취재를 중시하는 미국 언론에선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SNS를 활용한 취재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폭스뉴스처럼 회사 차원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위치기반 SNS게시물 검색툴 반조(Banjo)를 취재와 보도에 적극 활용하는 언론사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반조는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인스타그램 등 다른 소셜네트워크 게시물을 위치기반으로 실시간으로 검색하는 스마트폰 앱이다.

 

위치기반 SNS게시물 검색툴 반조(Banjo) 앱
 

대형 사건사고가 터지면, 사건기자들은 사건 실태 파악 등을 위해 목격자를 신속히 찾아서 인터뷰해야 한다. 인터뷰는 사건사고 보도의 핵심이다. 미국 보스턴 테러 사건에서 많은 기자들은 트윗을 검색하며 목격자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수많은 트윗 가운데 현장의 핵심 트윗을 찾아내는 것은 보물찾기 놀이처럼 많은 시간을 쏟아 부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으로 목격자를 찾아내 초기 취재가 시작되면 단독과 특종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태풍이나 집중폭우, 열차·지하철 사고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있었다면, 트윗이나 SNS로 이러한 사실을 친구나 친인척 등에게 알릴 가능성이 높다. 이때 트윗을 올린 사람을 찾아 취재를 시작하고, 게시물을 시민을 찾아서 인터뷰를 방송으로 시도할 수 있다. 대형화재나 지하철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없는 목격자를 찾기도 쉽지 않고, 목격자를 수소문해 찾더라도 인터뷰에 응할지 불확실하다. 그러나 SNS를 통해 네트워크로 최적의 목격자를 찾아내고, 곧바로 인터뷰 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 취재의 반은 끝난 것이다.
또한 제보시스템으로 영상을 제보한 제보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수해서 모바일SNS로 연동해서 추가적인 영상제보나 현장 목격 인터뷰를 요청한다면 취재의 폭은 더 넓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취재 트렌드의 변화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사건사고 현장 취재는 기자가 아닌 현장에 있는 누군가로부터 시작된다는 ‘세상의 변화’를 읽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YTN 아카이브팀은 속보성과 공정성이 브랜드인 YTN에 충성도 높은 시청자가 ‘마구마구 던지는’ 제보영상을 적극적으로 대응토록 영상제보시스템을 미리 준비해 놨고,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구글 플러스, 유뷰트 등 SNS에 게시된 영상과 사진 검색을 담당하는 리서치 전문가도 배치해 놓았다. 영상제보시스템은 바다 여기저기 쳐놓은 그물과 같고, 리서치 전문가는 정교한 작살과 같다.
제보는 우연이 아니다. 기다림이고 능동적이고 소통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한 세상이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게 영상취재도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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