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없는(제로) 대한민국’을 위하여

 

 

▲ 이대현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으로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 기업에까지 정규직 바람이 불고 있다. 문 대통령이 현장1호로 찾아간 인천공항이 ‘올 정규직화’를 천명했고, 지자체들도 앞다퉈 정규직화 계획을 내놓고 있다.

 

 

< 출처 : SR타임스 >

 

정규직화 바람은 민간 기업에도 불어 닥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6월에 하청대리점 직원 5,2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고, 롯데는 ‘비정규직 1만명 3년 안에 모두 정규직 전환’ 계획을 앞당기겠다고 했다. 은행 등 금융권도 연내 비정규직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가지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공공기관, 지자체, 대기업, 금융권 할 것 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이 가능한 것이었다면 왜 지금까지 하지 않거나, 딴청을 부렸나 싶을 정도다. 그 사이 경제상황이 특별히 나아지거나 수익이 늘어나지도 않았는데. 결국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정과제 1호로 강력히 추진 의지를 밝히자 할 수 없이, 아니면 소위 ‘찍히기 싫어서’이거나 아부하려고 따라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실제로 이같은 분위기는 25일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 포럼 인사말에서 “회사의 특성이나 근로자의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치 않고 무조건 비정규직은 안 된다는 인식은 현실에 맞지 않다” 면서 정규직 과보호 문제가 비정규직 노동조건 개선 문제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기업들의 속내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애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즉각 일자리 문제를 정부ㆍ노동계와 함께 책임져야 할 경총의 성찰과 반성을 촉구하고, 국정기획위원회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가 경영계를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는 지극히 기업 입장에서 나온 아주 편협한 발상”이라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민간부문까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가기까지는 그 길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아닐 것이란 얘기다.

정권 초기니까 밀어붙이기가 가능 하겠지만 뒤따를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지속성을 갖기도 쉽지 않다. 물론 새 정부는 기업들이 지금까지 비정규직 보호법을 비켜가는 꼼수로 고용시장을 왜곡하고 자신들 배불리기에만 매달린 만큼, 이제부터라도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적극 따라야 한다는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다.

 

 

< 출처 : SR타임스 >

 

기업들도 비정규직 감소라는 정부의 고용정책 방향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비정규직 제로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생각과 비정규직 전환이 마치 고용불평등 해결의 ‘만능열쇠’처럼 여겨지는 정서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기업들은 “비정규직 전환에 앞서 비정규직의 기준, 전화가능 직업군, 노동계의 양보, 구체적 정책 등 선결과제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무조건 나쁜 일자리로 몰아붙이며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반기업 정서’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30일 정부와 노동계‧기업이 발표한 비정규직 통계만 보더라도 비정규직에 대한 기준이 ‘이어령 비어령’이다. 정부의 공식 비정규직 근로자는 한시적, 기간제 근로자, 단시간 근로자, 파견·용역·호출 등의 형태로 종사하는 근로자 등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여기에 무기(無期) 계약직이나 도급·하도급 업체에 고용된 직원, 정규직 근로자 중 상용직이 아닌 근로자까지 비정규직으로 포함해 그 수가 훨씬 많다.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이나 보험설계사 등 특수 고용 종사자들도 재계는 개인 사업자로,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으로 분류한다. 지난 정부에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도 노동계 기준으로는 정규직전환과 거리가 멀다. 따라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비정규직은 644만 4,000명으로 전체의 32.8%이고, 노동계가 발표한 지난해 비정규직은 873만명, 전체의 44.5%나 된다.

노동계의 기준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비정규직 비중은 높고, 그에 따른 차별과 양극화 갈등은 심각하다.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고용절벽과 불안, 불평등이야말로 단순한 소득격차를 넘어 사회 양극화와 저출산 등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들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편으로는 공공부분 일자리 창출로 청년실업 문제의 돌파구를 찾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고용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새 정부의 결단은 마땅하면서도 옳은 일이다. 다만 성급하게 윽박지르기 식이어는 곤란하다. 정부와 기업과 노동계, 국민이 함께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강압보다는 인내심으로 재계와 노동계를 설득시켜야 한다. 아무리 공공부문으로 물꼬를 터도 민간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결과를 더구기 어렵기 때문이다. 꼼꼼한 태조사와 로드맵으로 단계적으로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해결해 나가야 한다. 공기업들에게 이익을 남기는 것만이 선진화, 개혁의 전부인양 강요해 비정규직으로 임금만 줄이도록 만들게 해서는 안 된다.

민간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질 좋은 일자리 문제에 깊이 고민하고, 수용하는 적극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해고가 편하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관행처럼 비정규직을 고용해오지 않았는지, 대기업의 경우 오만한 갑질로 중소기업에까지 고용구조를 악화시키게 만든 것은 아닌지 정말 뼈아픈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 정규직 노조들도 마찬가지다. 집단이기주의에 사로 잡혀 비정규직의 설움을 외면한 것을 반성하고 ‘귀족노조’ ‘세습노조’란 오명에서 벗어나 기꺼이 고통분담과 양보에 동참해야 한다.

이렇게 노사정이 기꺼운 마음으로,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할 때, 정말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비정규직 없는(제로) 대한민국’은 올 것이다.
이대현 주필 ·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guriq@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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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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