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은 '양날의 칼' 이다

 

 

 

▲ 황정근 변호사 ⓒ SR타임스

 

 

 

말과 글은 힘이 세다. 때로 말과 글은 권력과 재산보다도 영향력이 있어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 될 수도 있지만, 한마디 말과 글로써 남을 베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말과 글은 성공과 실패를 넘나드는 양날의 칼이다. '귀태(鬼胎)'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정국이 얼어붙을 정도로, 한마디 말이 세상을 멍들게도 한다. 일언상세(一言傷世)다. 세상을 태우는 불이 되기도 한다.

말과 글로써 먹고 사는 법조인에게서랴. 법조인의 직업적인 말과 글은 공방(攻防)의 무기이자 설득의 기술이다. 정확한 법률용어와 탁월한 논리, 그리고 유려한 문장력을 갖춘 판결문, 공소장, 준비서면, 변론요지서를 완성하기 위해 숱한 밤을 지새운다. 말과 글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야 하는 직업이다.

그런데 세상이 각박해진 탓인지, 극한대립이 일상화된 정치권의 영향인지, 요즘 법조계의 말과 글도 너무 날카롭고 험구(險口)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사법 판단에 대해 정상적인 불복 방법을 취하기도 전에 즉각 반발하는 말과 글이 난무하고, 사건을 법정 바깥으로 집어 던져 광장에서 처리하려고 한다.


 

▲ 방송화면 캡쳐 ⓒ SR타임스

 

 

변호사는 상대방의 준비서면 부본을 받으면 그 어떤 공격과 방어의 방법, 어떤 예리한 주장이 들어 있는지부터 궁금해진다. 그런데 내 주장의 논리적 모순과 부당성을 지적하는 내용에 숨죽이게 되는 것이야 상대방의 유능함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일 테지만, 폐부를 찌르는 비수와도 같은 섬뜩한 표현이 눈에 띌 때면 정말 기분이 우울해진다.

아무리 부당한 주장이라 해도 "자의적이고 독단적인 허위 주장", "터무니없는 주장", "곡해하여 주장", "억지 주장", "실로 근거 없는 허황된 주장"이라고 함부로 매도해도 되는가. 가장 상처 받았던 표현은 나의 주장이 "무지(無知)의 소치"라고 일갈 당한 경우였다. 졸지에 무식한 변호사로 전락하였다. 그밖에도 '무문왕법(舞文枉法)','무문농법(舞文弄法)', '돈벌이를 위해 사람 사는 세상을 어지럽히고 글로써 살인까지 하는 사람'이라는 말도 들어보았다. 우리 법조인들이 서로 독을 머금은 화살과 같은 말과 글로써 이렇게 상대방을 베어서야 되겠는가.

주장의 내용은 예리하되, 그 표현은 점잖아야 한다. 말과 글은 결국 내 마음의 표현이므로 바른 마음에서 바른 말과 바른 글이 나오는 법이다. 판결문이 법관의 얼굴이듯이, 법정에 공식적으로 내는 준비서면은 변호사나 그가 속한 법무법인의 얼굴이자 자존심이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어떤 얼굴 표정을 하고 나타나 어떤 인상으로 남아 있어야 할 것인가. 너무나 자명하다. 성경에 "혹은 칼로 찌름 같이 함부로 말하거니와 지혜로운 자의 혀는 양약 같으니라
(Reckless words pierce like a sword, but the tongue of the wise brings healing)[잠언 12:18]."라고 했다. 말과 글은 날카로운 칼이로되, 겸손과 절제의 칼집에 들어 있어야 함부로 남을 베지 않는다. 법조인으로서의 품격과 상호간의 예의 및 선비로서의 금도(襟度)가 절실하다. <바른선거문화연구소장. hwang08442@daum.net>


 


[황정근 변호사 경력]

2015.03 ~ 황정근법률사무소 변호사
2004.03 ~ 2015.02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02 ~ 2004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장판사
2000 ~ 2002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부장판사
1998 ~ 2000 서울고등법원 판사
1996 ~ 1998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1996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 판사
1993 ~ 1996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판사
1991 ~ 1993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
1989 ~ 1991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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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이언트는 신이 주신 선물

 

 

▲ 황정근 변호사 ⓒ SR타임스

 

변호사들은 의뢰인을 ‘클라이언트’라고 부른다. 클라이언트는 광고업계에서 광고주를 말하고, 사회복지, 심리요법 분야에서는 도움을 청해 상담이나 치료를 의뢰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최근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정보를 공급하는 서버의 반대개념으로 클라이언트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다.

 

클라이언트(의뢰인)와 패트런(후원자)의 어원은 라틴어 클리엔테스와 파트로네스다. 기원전 753년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는 100명의 귀족을 소집하여 원로원을 만들었다. 이 100명이 바로 파트로네스다. 원로원은 나중에 300명으로 늘어난다. 현재 대한민국 국회의원 숫자와 똑같다.

 

로마의 파비우스 가문은 어린 후계자만 남겨두고 일족 모두가 로마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한다. 파비우스 가문의 귀족은 306명밖에 안 되고 클리엔테스가 4천여명이나 되었다.

 

로마 귀족은 부동산 소유권에 비례하여 국가에 병력을 제공해야 했는데, 함께 하는 클리엔테스가 많이 있어서 그것이 가능했다. 파트로네스가 위기에 처하면 클리엔테스가 도왔고, 클리엔테스가 위기에 빠지면 파트로네스가 도왔다. 클리엔테스가 사업을 시작하면 파트로네스가 도와주었다. 클리엔테스는 가족의 혼사, 교육, 취직, 소송 문제를 파트로네스와 상의하였고, 파트로네스가 도와주었다. 파트로네스가 공직에 출마하면 클라이언트들이 나서서 표를 몰아주었다. 파트로네스의 의무는 12표법(BC449)에도 나와 있다.

 

파트로네스는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한 다음, 아무리 바빠도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클리엔테스들을 면담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일종의 민원상담이자 고충해결의 시간인데, 그것이 최우선이었다. 그 후에야 다른 귀족을 만나거가 다른 볼일을 보았다.

 

파트로네스와 클라이언트의 관계는 강자와 약자의 관계 이상의 내밀한 관계였다. 양자 사이에는 피데스(신의)가 가장 중시되었다. 한쪽이 재판을 받더라도 다른 쪽은 증언거부권이 있었다.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대결이 막판에 이르렀을 때다. 8년 동안 갈리아 전쟁에서 카이사르의 오른팔이었던 라비엔누스는 반대편 폼페이우스에 붙기 위해 카이사르 곁을 떠난다. 정치적 이유 때문이 아니다. 라비엔누스는 피체노 출신의 평민인데, 조상 대대로 폼페이우스의 클리엔테스였기 때문이다. 파트로네스와의 피데스를 지키기 위해 부득이 카이사르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잘 알기에 카이사르도 라비엔누스를 욕하지 않았다.

 

로마 귀족의 힘의 기반은 토지가 아니라 바로 인간이었다. 귀족과 평민의 대결은, 파트로네스와 클리엔테스로 맺어진 귀족-평민 세력과 그런 관계 밖에 있는 평민 사이의 투쟁이었다. 그래서 파트로네스는 클리엔테스의 숫자를 늘리는 데 열심이었다.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위임계약서에는 의뢰인이 ‘갑’이고 변호사는 ‘을’이다. 의뢰인이 변호사를 믿고 일을 맡기기 때문에 의뢰인이 갑이다. 예전에는 갑과 을이 바뀌어 있었던 적도 있다. 밤이건 휴일이건 휴가 중이건 갑의 요구가 있으면 이에 응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 을의 숙명이다.

 

오늘날 신뢰재(信賴財)는 사회적 자본이라고 일컫는다. 개인과 개인, 조직과 개인, 조직과 조직 사이에서도 신뢰가 중요하겠지만, 신뢰가 가장 요구되는 것은 역시 위임관계인 클라이언트와 수임인(受任人) 사이에서이다.

 

정치인이나 공복(公僕)에게 클라이언트는 바로 국민이다. 입법․사법․행정의 모든 권력은 클라이언트이자 ‘갑’인 국민이 수임인을 신뢰하고 잠시 맡긴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마치 자신이 ‘갑’인 것처럼 착각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대기업에게는 중소기업과 소비자가 바로 클라이언트이자 ‘갑’이다. 클라이언트의 신뢰를 받으며 더불어 살아가야 비로소 대기업도 지속가능하다.

 

‘을’은 클라이언트를 바라보고, 클라이언트의 신뢰를 잃지 않고, 클라이언트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고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고 정성을 다하여 클라이언트를 대변하고 옹호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오늘날의 ‘파트로네스’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클라이언트 지향의 생존방식이 아닐까.

 

우리 모두 “클라이언트는 신이 주신 선물”이라는 명언을 되새겨야 할 때다. <바른선거문화연구소장. hwang08442@daum.net>

 

 

[황정근 변호사 경력]
2015.03 ~                황정근법률사무소 변호사
2004.03 ~ 2015.02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02 ~ 2004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장판사
2000 ~ 2002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부장판사
1998 ~ 2000            서울고등법원 판사
1996 ~ 1998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1996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 판사
1993 ~ 1996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판사
1991 ~ 1993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
1989 ~ 1991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SR타임스  deasimmm@sr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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