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일반부 수상작

 

논제 :청탁금지법과 우리사회 부패근절

 

 

<대상> ‘청렴의 가치, 그 진정한 내면화를 위하여’

최재훈,경희중학교 교사

 

 

<최우수상> ‘청렴이라는 언론의 판옵티콘’

박서아, 단국대학교

손현진, 경북대학교 졸

 

 

<우수상> ‘김영란법이 묻는 정의사회의 요건’
손현진, 경북대학교 졸

 

 

<우수상> ‘청춘회상’

안정하, 일반인

 

<우수상> ‘새 희망의 출생(出生)에는 진통이 따른다’
이유미, 고려대학교

 

 

<우수상> ‘부패근절을 포함한 사회 정의 실현–구성원의 소통을 중심으로' 
임효정, 이화여자대학교

 

 


고등부 수상작

논제 : 건국절과 대한민국 헌법정신

 

 

 

<대상> 건국절에 담긴 의미 
강하늘, 망포고등학교

 

 

<최우수상> 건국절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려 하지 마라
이푸르메, 향일고등학교

 

 

<우수상> 대한민국의 건국은 ‘진행’중이다
김규리, 분당영덕여자고등학교

 

 

<우수상> '건국절'이 아니라 '건국일'을 기리자
박현준,숭문고등학교

 

 

<우수상> 완성된 건국은 없다

임주원, 서울현대고등학교

 

 

<우수상> 대한민국 건국절 제정이 가져다주는 의의

전영서, 서울외국어고등학교

 

 

<우수상> 건국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최예헌, 신봉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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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사기자협회

사단법인 한국조사기자협회는 1987년 국내의 신문, 방송, 통신사의 조사, 정보, 자료, DB업무를 담당하는 조사기자들의 모임으로 출범하여, 2009년 회원들의 연구활동에 기초한 신문 및 방송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하였으며, 언론공익활동으로 신문논술대회, 조사연구 발간, 세미나·토론회, 보도연감 출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언론단체입니다

한국조사기자협회는 제4회 대한민국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중 부문별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부문별로 순차적으로 게재해, 신문 읽기·쓰기 문화 확산과 비판 지성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글쓰기를 확산하기로 했다. <편집자 주>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대학·일반부 우수상> ‘부패근절을 포함한 사회 정의의 실현–구성원들의 소통을 중심으로'

 

 

 

 ▲ 임효정 씨

 

 

물이 한 방향으로만 흘러 움직이지 못한다면 그 물은 썩고 만다. 연못이나 개울물처럼 말이다. 반대로 강이나 바다처럼 열린 공간에서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도 마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부패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공권력의 폐쇄성과 소통부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부패근절을 위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조차도 소통부재의 환경 속에서 졸속적으로 입법되어, 다양한 절차적 한계와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사실 우리 사회의 지난 행보를 보면 김영란법의 존립근거는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10년 2011년의 스폰서검사와 벤츠검사 사건은 우리 사회의 부패척결에 대한 문제의식과 의지를 강하게 촉발시켰고, 그에 반하여 OECD 국가 대상 반부패청렴지수는 여전히 하위권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부패는 상당히 진행되어 고착되었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양심에 호소하여 자발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따라서 현재로선 강력한 규칙과 절차를 강제하는 법집행이 불가피하다. 김영란법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는 지점은 이러한 법의 존립근거라기보다는 그 입법과정에서 사회구성원들과의 충분한 소통과 논의가 이루어졌는가의 여부이다. 실제로 김영란법은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 이전에 국회에서 자의적이고 일방적으로 추진되어 몇 가지 충돌하는 쟁점을 안고 있다. 그 쟁점들은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법이 적용하고 있는 대상범위가 과연 합당한가에 대한 쟁점이 있다. 현재 김영란법은 법의 범위를 공직자와 언론, 사학 교원들로 적용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언론과 교육 분야 종사자들을 법 적용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정당하며 다른 민간분야로 제도를 확대하기 위한 초석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이 적용되어야 하는 주요대상인 고위관료와 특정직위 이상으로 범위가 확대됨으로써, 부패단속의 집중도가 분산되고 그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또한 이는 특정 직업의 자유도를 통제하는 선택적 차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둘째, 신고의무조항에서 배우자가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보다 강력하고 확실한 법 집행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조항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연좌제의 논란을 가중시키고 법 적용범위를 필요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있다. 사실 가족 내 특정인이 부패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것이 배우자가 아닌 어머니나 아버지, 형이나 누나, 동생, 자식일 수도 있다. 친족 간의 신고의무를 만들어 법을 강력하게 집행하려면 모든 가족구성원을 포함시켜야 할 텐데 김영란법에서는 배우자만을 적용하고 있어서 연좌제의 논란만 남기고 강력한 법 집행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법 조항으로 남게 되었다.

 

셋째, 부정청탁의 예외조항에서 국회의원의 고충민원이 포함되어 예외가 된다는 점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는 국민청원권을 위해 국민들의 의견과 민원을 수렴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부정청탁의 유형과 범위를 더 세분화하고 제대로 정의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예외조항을 둠으로써 오히려 법의 구멍이 만들어지는 형국이다.

 

이처럼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부패근절을 위한 규칙과 절차로 적용되기에는 여전히 합의되지 않은 쟁점과 한계점을 수반하고 있다. 물론 법의 취지인 부패척결과 강력한 제재라는 목적은 부정할 여지없이 충분하고 바람직한 존립근거이다. 그러나 그 법의 입법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과의 소통 창구가 없고 국회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에 의해 처리된 점에 대해서는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그러한 졸속입법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다양한 한계들을 낳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현상이 소통이 없고 폐쇄적인 공권력 속에서 산재한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부패척결을 목적으로 하는 김영란법이 입법되는 과정에서 소통부재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부정부패 척결을 포함하여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 간의 원활한 소통과 투명한 합의가 선결과제인 것이다. <임효정, 이화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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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조사기자협회는 1987년 국내의 신문, 방송, 통신사의 조사, 정보, 자료, DB업무를 담당하는 조사기자들의 모임으로 출범하여, 2009년 회원들의 연구활동에 기초한 신문 및 방송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하였으며, 언론공익활동으로 신문논술대회, 조사연구 발간, 세미나·토론회, 보도연감 출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언론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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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일반부 우수상>  ‘새 희망의 출생(出生)에는 진통이 따른다

 

 

▲ 이유미 씨 

 

 

‘인심사철(人心似鐵) 관법여로(官法如爐)’라고 했다. 사람이 쇠철처럼 굳게 마음을 먹어도 관직으로 나아가는 길에 놓인 유혹들이 용광로와 같아 금세 녹아버린다는 의미다. 고려 말의 무신(武臣) 최영 장군은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굳센 다짐을 후세에 남겼으며, 조선조의 관료들도 ‘나랏녹을 먹는 선비로서…….’ 청렴함을 미덕으로 여겼다. 권력이 모이는 곳에 온갖 청탁과 부정(不正)한 물질적 유혹이 따라드는 것은 예로부터 권력이 지배해온 인간 사회의 자연한 이치였던 까닭이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현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익을 중대하고 불합리한 비용을 제거하기 위한 최소한의 합의점이다. 모두가 만족할 수 없고, 법안이 잉태되어 빛을 보기까지 지지부진한 과정을 거쳐 여러 차례 공방과 손질을 거쳤으나 김영란법의 도입 취지에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뿌리뽑고,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염원하는 것은 반박의 여지가 없다.

 

입법 절차에서부터 진통을 겪은 김영란법이 헌법재판소에까지 가서 가려야 했던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었고 둘째, 언론·사립학교 등 민간 영역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공방과 셋째, 본 법안의 발효로 인해 야기되는 관련 산업의 피해 문제였다.

 

공직자를 비롯한 공공부문 종사자와 그 가족들만 헤아려도 수십만에 달할 정도로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은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며, 제재하고 감시할 이녁과 자원이 부족하고, 그 기준 역시 칼로 베듯 기계적 정확성과 일관성이 있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른 판단과 적용이 필요해 모호하다는 점을 일각에서는 비판한다. 또한 언론인과 사립학교 종사자는 공직자가 아닌 만큼 제재의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었다. 일명 ‘3·5·10’ 규제로 식사와 선물, 경조사비 액수를 제한하면 관련 산업이 위축되고 소상공인과 서민 경제의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보도도 잇따랐다.

 

하지만 헌재의 법리적 판단은 사익 침해에 대한 우려보다 공익 우선이었고, 경제적 논리로 자원과 비용을 저울질하는 것 또한 이와 마찬가지여야 한다. 제재와 법 적용을 위한 감시망의 그물코가 크고 헐겁다면 이를 법안 파기의 명분으로 삼을 일이 아니라 보다 촘촘하고 세세한 후속 법안을 짜면 될 일이다. 본 법안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으로 첫 걸음을 뗀 김영란법의 실효성 논란을 부채질하는 것은 첫 술에 배부르고 싶어 하는 조급한 성미다.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와 배경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를 살려 어떻게 해야 이 법안이 유명무실해지지 않을지 발전적 방향으로 공론을 이끌어야 한다.

 

언론인과 사립학교는 크게 보면 공공부문의 역할과 상이하지 않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언론과 교육은 비록 그 기반이 사재(私財)라 하더라도 제공하는 서비스의 성격과 역할의 책임에서만큼은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다. 청탁과 부패가 끼어들 만한 힘과 영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만큼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억지는 아니다. 헌재도 합헌 결정을 내린 만큼 이에 따르되 다만 국가권력이 본 법안을 통제 도구로 남용할 여지가 생기지 않도록 후속 조처로 사회적 감시망과 법안 등의 장치가 필요하다.

 

공공기관 근처의 한정식 집, 화훼업자, 한우 축산농가 등 고가의 외식산업과 답례품 관련 종사자들의 타격은 일상의 표피 뒤에 숨어있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과정에서 불가항력적으로 수반되는 진통이다. 고액의 식사와 뇌물 뒤에 숨어있을 부정한 청탁과 은밀한 거래를 원천 근절하기 위해서는 현행 가격정책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관련 산업은 가격대 조정으로 이와 같은 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 불필요한 포장이나 내용물의 구성을 줄이고, 기존보다 간소화해서 새롭게 상품을 개발하면 김영란법에도 맞고 상품자체에 대한 수요가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변곡점을 지나 유연하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사익과 개개인의 지갑 속 돈은 가시적이고 즉각 셈이 가능해서 변화를 타격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하지만 대중이 인지하지 못하는 공익의 손실은 일부 그릇된 부정부패로부터 야기되며 전사회적으로 불신을 조장한다. 누군가는 부담해야 하는 공익의 손실을 진정한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유미,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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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일반부 우수상> '청춘회상'

 

 

▲ 안정하 씨 

 

문득 우연히 봤던 영국영화가 떠오른다. 젊은 세 청춘이 있었다. 젊은 여자와 그녀의 남동생, 그리고 한 남자. 시대는 1차 세계대전 발발 3년 前. 젊은 여자가 주인공인 이 영화는 이제 갓 육사를 졸업한 두 남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한 여자를 아끼고 사랑했다. 당시 시대적 분위기와는 다른 파격적인,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독립적이고 자아가 뚜렷한 이 여자는 자기주변의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결혼까지 약속했다. 두 남자는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엘리트였고, 전쟁이 발발하자 부모를 설득하면서까지 자원했다. 그리고 모두 전사했다. 사랑했던 두 남자를 동시에 잃은 이 여자는 전쟁이 끝난 이후 전쟁을 일으킨 독일을 성토하는 군중집회에서 말한다. “나는 사랑하는 두 남자를 잃었습니다. 그들은 오직 명예를 위해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감에서 전쟁에 나갔고 소신을 지키기 위해 죽었습니다. 그들을 욕되게 하지 맙시다.”라고 부르짖었다.

 

나는 청탁이나 부패를 근절하겠다는 의지에서 정부가 법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사회조직원으로서 각자 가져야 하는 존엄과 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빠른 성장과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른 물질적 풍요가 인간이 가져야 할 존엄정신과 배려의식을 업신여기고, 또 가벼이 여기게 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다. 각자의 가치기준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 우리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것을 다행스럽게도 허용하고 있다. 法을 제정해서라도 공공의 가치를 일정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 해결이 없이는 아무리 법을 만들어 제재한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조선시대는 이론과 의무를 중시하는 성리학의 정신적 시대였다. 지금 사회는 한때 인문학의 열풍이 불었다. 그리고 최근 의사자 지정 관련하여, 불이 난 연립주택에서 제일 먼저 나왔으면서도 다시 들어가 입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정작 本人은 숨을 거두고 만 ‘義人’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사건도 있었다. 지금 우리 시대는 어떤 가치를 세워야 인간본연의 성정을 살필 수 있을 것인가. 人事가 萬事라는 말이 있다. 어떤 특정한 하나의 가치를 잘 세우면 모든 것과도 통한다는 말이다. 法이 없어서 부정부패가 만연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사회적 병폐 해결을 위해 무조건 법을 제정하여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제고할 여지가 있다. 法이란 것은 사회 질서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최소한이어야 하고, 좀 더 근원적 해결과 주어진 법적 테두리에서 제재를 가해야 한다. 가치를 일깨워야 한다는 것이다. 옳은 가치가 공공의 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사회분위기 조성을 해야 한다. 인문학이 이를 대체할 수 있을지, 어떤 의인이 이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옳은 가치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스스로가 옳은 행동을 한다면 음지에서 일어나는 부패와 부정이 따뜻한 햇살에 봄눈 녹듯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자신의 가치와 공공의 가치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굳이 법적 기준(경조사비, 식사비 등)을 내세워 막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정작 막아야 되는 국회의원 등의 취업청탁과 민원 전달 등 개인이 아닌 특권계층의 특권을 내려놓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지 않는가.

 

글을 쓰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파도처럼 쓸려왔다 떠내려갔다. 인간존엄과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더 높이는 것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시대적 영웅을 간절히 바라는 것일까! <안정하, 일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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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김영란법이 묻는 정의사회의 요건’

 

▲ 손현진 씨 

 

정의로운 사회를 ‘도둑이 없는 사회’로 간주하는 국가 A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 국가는 도둑질을 척결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그 내용은 국민이 남의 물건을 훔칠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타인의 집 근처를 서성이는 행위를 금하는 것이었다. 다만 예외를 허용해 달라는 의견에 따라 신발 끈을 묶는 데 최대 3분, 전화통화에는 5분, 골목길 청소에는 10분을 허용했다. 이 법안을 시행한 나라 A는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만약 A국가의 국민이 애초에 도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집합이라면 진정한 의미에서 정의사회를 만들 수 있겠지만, 그와 반대로 비도덕적인 개인이 모여 있는 사회라면 아마 편법이 판칠 뿐 정의사회는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는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두고 생각해봄직한 가상의 이야기다. 법안의 실효성과 규제내용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결국 정의사회 실현에 대한 열쇠는 국민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의 규제내용에 대해서는 많은 우려가 따랐다. 우선 법안을 적용하는 대상에 선출직 공무원 외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 민간인이 포함된 것이 문제시됐다. 이 내용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헌법재판소는 국가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큰 직업군이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들었다. 그러나 사회적 영향력이 큰 직업군으로 치면 변호사나 의사,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있다. 이런 지적과 더불어 3만원 이상의 식사와 5만원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제공받는 것을 금지한 부분에서 고개를 갸웃거린 사람이 많았다. 법안이 굳이 3·5·10만원으로 금액을 정한 근거조차 국민에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는데 그에 더해 원안에 있었던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부분이 최종안에서는 쏙 빠지면서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특히 이해충돌 방지 부분은 공직자 윤리를 바로세우는 데 필수적인 사항이라고 법안의 창시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장이 언급한 바 있어서 더욱 논란이 되기도 했다.

 

비현실적이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도 김영란법은 그 자체로 높은 국민 전체의 지지를 받고 있다. 김영란법 논의를 촉발한 계기의 하나인 벤츠 여검사 사건부터 최근 유력 일간지의 주필이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액수의 향응을 받은 사실까지 그간 국민에 충격을 준 부패 사건이 많았다. 이 과정에 정의사회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아졌고, 지난해 김영란법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6명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개인마다 어떤 사회적 경험을 해왔으며 김영란법 시행으로 얼마나 활동에 제약을 받을지에 따라 해당 법안을 강력하게 지지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법안의 내용에 매몰돼 진정한 정의사회의 길은 뒷전이 되는 것이다. 위대한 철학자 칸트는 “자발적으로 보편적인 도덕법칙을 따르는 것만이 도덕적이다”라고 하면서 개인 스스로 내재된 도덕법칙을 따를 것을 촉구했다. 김영란법이 몰고 올 사회적 파장이 유달리 부각되어 보이는 것도 부패한 사회의 일원이었던 반성보다 관행의 변화를 더 두려워 한 이가 많은 탓이다. 법안 적용 대상에 포함된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개인과 단체가 자기 내부의 도덕준칙을 돌아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라인홀트 니부어는 ‘도덕적 개인과 비도덕적 사회’라는 책에서 선한 개인이 모인 사회도 악(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영란법이 개인의 부패를 엄단하는 것을 넘어 청렴사회에 대한 나라 전체의 열망을 현실화하는 시작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앞으로 김영란법이 사문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입법 취지에 맞게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서 관련법을 손질할 경우 부패의 유혹이 강한 선출직 공무원에 대해 각종 청탁을 뿌리칠 수 있는 근거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김영란법이 각종 향응을 받지 못하게 ‘제약’하는 법이 될 수도 있지만 향응을 거절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에 설 것인가? 대한민국 국민은 정의사회를 살아갈 자격을 얻기에 앞서 중요한 질문을 받아든 셈이다. <손현진, 경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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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우수상> ‘‘다운’보다는 ‘업’으로… 김영란법이 정말 ‘착한 법’이 되려면’

 

 

▲ 박병진 씨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이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 좋은 의도로 한 행동이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뜻의 영국 속담이다.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한국 사회는 그동안 부정부패도 많은 고통을 겪었다. 김영란법에 우려를 표하는 여러 언론인과 전문가에게 많은 국민이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김영란법이 반드시 ‘착한 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김영란법은 오히려 악법이다. 이 법의 입법목적인 부정부패 근절에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3·5·10’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김영란법은 현실성이 없다. 정확히는 시행령으로 3만원 이상의 식사, 5만원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요즘 연애하는 대학생도 기념일이 되면 여자친구와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3만원보다 비싼 밥을 먹고 5만원보다 비싼 선물을 준다. 그런데 김영란법으로 ‘갑’이라 불리는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접대문화를 근절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정말 바보처럼 순진한 것이다. 현실성 없는 악법에 눈치 보고 살아야 하는 애매한 ‘을’들만 손해를 보고, 결과적으로 서민경제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세상인데, 현재의 안으론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다.

 

김영란법이 의도가 좋은 건 알겠는데 입법을 강행할 만큼의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김영란법은 적용범위가 매우 넓고, 그만큼 중요한 법이다. 김영란법의 직접 대상이 되는 공무원과 그 배우자의 수가 4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들과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의 수까지 생각해보면 사실상 전 국민이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인 셈이다. 이렇게 중요한 법인데 2012년 8월 이래로 불과 4년 만에 발의·토론·의견수렴·계도기간 등 입법의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은 누가 봐도 성급하다.

 

김영란법의 도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국민권익위원회는 논란의 ‘3·5·10’ 룰에 대해서 “국민이 정한 것”이라며 문제될 것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권익위원회에 한 가지 묻고 싶다. ‘한우의 눈물’을 외치는 축산업계, 뮤지컬의 쇠퇴를 우려하는 공연업계 등 피눈물을 흘리며 김영란법에 반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김영란법의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반대하는 사람을 부정부패 매국노로 몰아가는 선악 프레임은 조금 치사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달러가 상한선인 미국 ‘뇌물죄’의 예를 들면서 한국도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치사한 논리다. 나라마다 환경이 다른데 반드시 미국법이라고 따라해야 하는가.

 

김영란법 논란을 보면 원래의 입법목적을 수행하는데 실패한 성매매특별법의 선례가 떠오른다. 물론 성매매특별법에는 긍정적인 부분도,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확실한 점은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근절이라는 입법목적을 전혀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과거 집창촌 위주의 성매매가 오피스텔·키스방 등 각종 업소로 변했을 뿐이다. 성매매특별법은 성판매자와 구매자를 구분 없이 포괄적으로 처벌해 오랜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역시 ‘3·5·10’이란 포괄적인 규정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김영란법은 성매매특별법의 선례에서 어떤 대안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한 가지 대안은 현재의 ‘다운(하향식)’ 규정을 ‘업(상향식)’ 규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3·5·10’법 대신 30만원 이상의 접대, 50만원 이상의 호화로운 선물, 10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 명목의 뇌물을 집중 단속하는 ‘3·5·10’룰은 어떨까. 얼마 이하만 허용하겠다는 현안에서 얼마 이상은 확실히 잡겠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지금보다 더 큰 국민의 지지를 얻고, 진짜 갑이 아닌 을만 잡는데 공권력이 낭비될 일도 없을 것이다. 지금의 김영란법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지만 착한 법은 아니다. 우리가 김영란법에 ‘좋아요’를 누르려면 부정부패 척결이란 원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많은 고민과 개선이 보태져야 할 것이다. <박병진, 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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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사기자협회는 제4회 대한민국 신문논술대회 수상작중 부문별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부문별로 순차적으로 게재해, 신문 읽기·쓰기 문화 확산과 비판 지성을 바탕으로 창의적 글쓰기를 확산하기로 했다. <편집자 주>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대상> ‘청렴의 가치, 그 진정한 내면화를 위하여’

 

 

 

 

▲ 김재훈 씨

 

 


옐리네크가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이 말은 법과 도덕 사이의 관계를 갈음한 것인 동시에 법의 정당한 역할과 한계에 대한 논변이기도 했다. 법은 그 속성상 불가피하게 주권자인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 그러하기에 입법의 과정과 절차에 있어 해당 법안의 정당성과 타당성에 대한 고민이 충분한 논의와 연구를 통해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이다.

특히 도덕과 양심을 통해 해결해야 할 인간사의 문제들에 대해 섣불리 법의 강제력을 동원하려 드는 것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다. 헌법 조문에 과잉금지의 원칙을 명시한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김영란법의 입안자였던 김영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해당 법안의 취지에 대해 “우리 사회에 더치페이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부정부패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우리사회의 현실을 생각했을 때 그녀의 말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며, 일견 타당한 귀결이다.

 

그러나 형법제도를 동원해 인간의 부도덕성을 교정한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가능하다 한들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다.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을 둘러싸고 아직까지도 많은 비판과 우려가 계속되고 있지만 사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과도기적인 진통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도덕의 문제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질문은 지극히 본질적인 것으로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질문과 관련하여 김영란법이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히고 그 대안을 고민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김영란법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가장 차가운 진실은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부정부패의 문제와 관련해 개인의 도덕성에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사회의 도덕적 무능과 자정불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이다.

 

은밀하게 행해지던 부정과 부패의 문제를 법률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처벌하겠다는 것은 언뜻 보아 타당하고 정당한 논변인 것 같으나 그 안에 숨겨진 함정은 자못 위험하다. 재독철학자인 한병철이 ‘투명사회’에서 통찰했듯 투명성이 도덕적이고 선한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부도덕하고 부패한 사회일수록 투명성이 더욱 강력하게 요청될 뿐이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의 내부적 불신과 부패가 김영란법을 소환한 셈이다. 사회상류로 이루어지던 모든 상부상조의 영역까지도 투명하게 드러내고, 세세한 법 조항의 잣대로 통제하겠다는 것은 그 취지가 어떠하든 간에 시민윤리의 종말이요, 도덕성의 포기다. 김영란법이 단기적으로 모종의 성과를 내게 되었다 한들 그것을 진정한 의미의 부패척결 혹은 청렴문화 확산으로 자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영란법을 두고 그것이 부패척결을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겁한 일이다. 김영란법은 부정부패 문제와 관련해 우리사회가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편리한 방식의 해결책이었다. 거친 비유가 될지 모르겠으나, 김영란법은 흡사 반려견을 훈련시키는 채찍처럼 보인다. 법의 처벌을 두려워하며 파블로프의 개처럼 부정부패를 기피하는 사람에게 과연 우리가 내면화된 청렴의 가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 김영란법이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미래비전이 과연 무엇인지, 그것이 선진시민사회의 이상에 부합하는 것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부패 정도가 OECD 소속 34개국 가운데 27위를 기록할 만큼 심각하다고 한다. 하지만 김영란법을 통해 단기간에 우리나라의 청렴지수가 향상되고, 선진화된 시민사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한들 나는 그 결과를 자랑스러워할 수 없을 듯 싶다. 진정한 선진화는 부패를 줄이고 청렴지수를 향상시키는 것 그 자체에 있기보다 오랜 시간과 지난한 과정을 감내하고서라도 보다 인문학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생래적 자율성을 독려하며 진정한 의미의 청렴성과 도덕성을 사회 전체에 실현시키는 데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속의 어떤 나라나 민족도 윤리나 도덕을 포기한 채 법의 강제력만으로 오랫동안 번영한 예는 없다. 구태여 거창하게 인류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오늘날 지구촌의 나라들 가운데 법이 도덕의 영역을 잠식해 위세를 떨치는 경우, 그 시민들의 삶이 어떻게 피폐해지는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김재훈, 경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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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김영란법’을 국정감사 한다고?

 

 

 

▲ 이대현

 

 

 

시행된 지 3주가 된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 입법부터 논란이더니 아니나 다를까, 시행과정에서 혼란과 부작용이 계속되고 있다.

첫날부터 학생이 준 캔커피 하나 때문에 고발을 당하는 교수가 있고, 아예 이 법이 무서워 아무도 만나지 않고,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기업이 공익목적으로 만든 문화재단과 언론재단은 모든 사업을 중단했다. 식당은 3만원 이하의 메뉴를 부랴부랴 내놓고, 대학은 취업생들의 학점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쏟아지는 문의에 국민권익위원회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경찰과 검찰조차 어떤 사안에 법을 적용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모습에서 이 법이 얼마나 부정확하고, 허술한지를 알게 해준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은 믿으려 한다. 이 법이 우리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줄여줄 것이라고. 당장 이러저런 식사대접과 선물이 줄어들고, 이 법을 핑계로 청탁을 거절할 수 있으니 그 기대가 마냥 헛된 희망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법이란 것이 그렇지 않은가. 도덕의 최소이고, 때문에 그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모호하거나, 그 대상이 온당하지 못하면 오히려 정의와 선을 해치는 것이 된다. 목적이 정당하다고 무조건 존재 자체도 정당한 것은 아니다. 지금 분위기로는 허점투성이 모순투성이의 김영란법을 ‘악법’이라고 비판하고 부정하면, 우리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을 반대하는 것이 된다. 마치 광주민주화운동을 지나치게 과장, 편협하게 그린 영화를 비판하면 그 운동의 의미와 정신을 부정하는 것으로 몰아버리는 것처럼.

헌법재판소의 합헌판결이 그런 분위기에 정당성을 주었고, 끝없는 검찰 간부와 그 출신 변호사와 권력층의 비리가 그 심리를 부추겼고, 언론인들조차 혀를 내두를 한 신문사 간부의 호화접대가 거들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이 법에 냉정하고, 날카로운 비판을 해야 할 언론이 자신들의 ‘자유’조차 포기하면서 입을 다물고, 겨우 한다는 것이 법 시행 이후의 풍경이나 스케치하고 있다.

자신이 대상자이기 때문에, 자칫 오해를 살까봐 이 법에 침묵해야 한다면, 누가 이 법이 가진 ‘악’과 ‘불합리’에 대해 말하겠는가. 이런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그 모습을 보라. 자신들이, 그것도 가장 부정부패, 청탁에 물들어 있고, 물들기 쉬운 자신들만 쏙 빼고는 제멋대로 엉성하게 만들어 놓고는 국민권익위에 법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럽다고 질타를 하고 있다. 부정이 아닌 청탁은 어떤 것이고, 또 수수 금지 아닌 금품은 무엇인지 밝히란다. 그런 것도 생각 안 해보고 법을 만들었나?

그래놓고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봐도 납득이 안 되는 것까지 적용대상이 된다"며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 다는 게 ‘김영란법’ 위반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일상생활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냐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국민권익위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누가 먼저 들어야 할 소리를 누가 하고 있는지 국민들은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국정감사에 국회의원들이 쏟아낸 이 법의 허점과 혼란, 애매모호함의 1차적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 법이란 남용을 막기 위해, 그것으로 인한 억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 무엇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이 법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어이없는 것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여야 어느 의원도 자신들이 대상에 제외된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는 사실이다.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버릇처럼 말하지만, 정작 가장 기본적인 법으로부터의 특권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국회가 ‘김영란법’을 놓고 국정감사를 하니,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지난달, 한국조사기자협회와 SR타임스가 제4회 대한민국신문논술대회를 공동으로 주최했다. 때마침 김영란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어 대학· 일반부의 주제가 ‘부정청탁금지법과 우리사회 부정부패 방지’였다.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김재훈(경희중 교사)씨는 ‘청렴의 가치, 그 진정한 내면화를 위하여’에서 이 법의 본질적이고 치명적 한계를 이렇게 이야기했다.

“김영란법을 두고 부패척결을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겁한 일이다. 김영란법은 부정부패 문제와 관련해 우리사회가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편리한 방식의 해결책이다… 법의 처벌을 두려워하며 파블로프의 개처럼 부정부패를 기피하는 사람에게 과연 우리가 내면화된 청렴의 가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라고.

‘도덕의 문제를, 그것도 지나치게 광범위하면서도 정작 그 도덕을 누구보다 엄격히 지켜야할 대상은 빼놓은 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는 한 그의 이런 주장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치 이 법만 지키면 도덕적으로 완전한 것처럼 여기는 세상이 될지도 모르니까.

<주필ㆍ국민대 겸임교수ㆍ前 한국일보 논설위원>
이대현 주필  guriq@naver.com

이 칼럼은 에스알(SR)타임스와 콘텐츠 제휴로 게재하는 것이며, 외부 칼럼은 본 협회의 공식 의견과 편집 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여러 블로그 독자들의 많은 구독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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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정식집들이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고 합니다.
유명 정치인, 고위 공무원, 언론인들의 단골집이었던 이곳은 주변의 주고객들이 떠나거나,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값비싼' 음식점으로 적자를 견디지 못할 것 같아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수많은 야사(野史)의 무대이자 맛과 멋과 추억이 깃들어 있는 음식점들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연배높은 협회원중에는 자주 가던 이 곳들의 폐업 소식은 또 하나의 추억이 사라짐에 씁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시네요.
※ 이 칼럼은 문화일보 [오피니언] '오후여담'을 옮긴 것을 밝힙니다.
 

 


 

 

<사진출처: 문화일보>
 

 

박현수 조사팀장

 

서울 시내 유명 한정식(韓定食)집들이 최근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조계사 옆에 있는 ‘유정(有情)’도 그중 하나다. 노태우·김영삼·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등을 비롯해 유명 정치인, 고위공무원, 언론인들의 단골집이었으나, 60년 만에 15일 간판을 내린다. 주 고객들이 세종시 이전 등 이런저런 이유로 떠나면서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는 9월 28일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적자 폭이 더 커질 것 같아 문을 닫는다고 한다. 리모델링 공사 후 아들이 다음달 중 베트남 쌀국수집으로 새롭게 문을 열 예정이다.

 

서울 종로구 일대에는, 일제강점기에는 ‘요정(料亭)’, 최근엔 한정식집으로 불리며 시대를 풍미한 곳이 많았다. 최근까지 이름을 날렸던 곳은 1958년 청진동에 문을 연 ‘장원’. 1970년대 말까지 정치인들이 막후정치를 펼쳤던 장소로 유명하다. 1960, 1970년대 주요 정치인들이 두루 찾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단골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금은 없어졌지만 ‘수정’ ‘인동초’ 등을 좋아했다.

 

1950∼1970년대 서울엔 이른바 ‘요정 3각’이라 불렸던 요릿집이 있었다. 청운각, 대원각, 삼청각이다. 효자동 산 중턱에 자리한 청운각은 자유당 때부터 이름만큼이나 야망이 있는 실력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고 한다.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 때 지어진 성북동의 삼청각은 권력층과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주영하, 음식전쟁 문화전쟁)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는 영업 부진을 겪다 서울시로 소유권이 넘어가 현재 세종문화회관이 음식점으로 위탁 운영하고 있다.

 

성북동의 대원각도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으로 사용됐을 만큼 풍광이 수려했던 곳. 3공화국 시절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과 재벌들의 비밀 회동 장소로 자주 이용됐다. 주인이던 김영한 여사는 천재 시인 백석과 가슴 아픈 사랑을 나눴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무소유를 실천하던 법정 스님에게 대원각의 모든 재산을 기부, 현재 길상사로 모습이 바뀌었다.

 

직장인들이 자주 찾던 서울 무교동과 청진동, 북창동의 유명 음식점들도 도심 재개발 등으로 사라지고 있다. 수많은 야사(野史)의 무대이자 맛과 멋과 추억이 깃들어 있는 음식점들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문화일보 2016. 7. 14. 30면2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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