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감히 ‘낙하산’을 해임하겠나?

 

 

 

게재일 : 2016.06.17

 

 

 

 

▲ 이대현 
 

 

 

애초에 ‘낙제생들’

 

모든 정부가 그랬다. ‘개혁’을 소리 높여 외쳤고, 엄격한 신상필벌을 다짐했다. 그러나 한 번도 제대로 지킨 정부는 없다. 박근혜 정부라고 다르지 않다.

 

해마다 정부는 공공기관을 평가해 순위를 발표한다. 낙제점을 받은 기관장과 임원을 도중하차시키기 위해서다. 올해도 했다. 낙제한 기관장이 13명이나 나왔다. 그중 3명이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해임 건의 대상은 한 명도 없다. 이러니 누가 겁을 내겠는가.

 

올해뿐이 아니다. 최근 7년간 낙제점을 받은 27명의 기관장들은 하나 같이 잔여 임기를 거의 다 채우고 그만 두었다. 심지어 경고를 두 번이나 받고도 연임한 기관장도 있었다. 이처럼 자신이 떳떳하지 못하니 임직원들이 1년에 천만 원 가까운 성과급을 챙겨가는 도덕적 해이도 그대로 지나친다.

 

이들은 애초 낙제생들이었다. 해임이나 경고를 겁낼 사람들이 아니다. 아리랑TV(국제방송교류재단)사장처럼 업무관련 비리가 명확히 드러나면 또 모를까, 무능은 상관없다. 그 때문에 부실해지고, 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기관 자체가 없어지거나 일부 기능을 다른 기관에 이관하거나, 통폐합 되어도 그만이다. 그때는 그 자리에 없으니까.

 

정부는 이번에도 2년 연속 최하인 E등급을 받은 광물자원공사, D에서 E로 내려앉은 석유공사에 대해 그렇게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물론 당장이 아니고, 단계적이다. 얼마가 걸릴지 모른다. 정권이 바뀌면 또 달라질 수 있다. 그 사이 무능한 기관장들은 무사히 임기를 마칠 것이다. 똑같이 E 등급을 받은 국제방송교류재단, 시설안전공단은 아예 그런 계획마저도 없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차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15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결과 및 후속 조치'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반장식 경영평가 단장, 송언석 차관, 정기준 기재부 공공정책국장.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어떤 바람에도 끄떡없는‘낙하산들’

 

낙제생들의 해임을 건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삼척동자도 안다. 그들을 누가 임명했는가. 형식과 절차가 어떻든 저‘위’이다. 대통령이 직접 챙겼고, 그의 측근이나, 공신. 당의 실세들이 챙겼으며, 모피아들이 챙겼다.

 

순진하게 진짜 공개적이고 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사명감을 갖고 해보려는 인간은 바보다. 이제는 그것이‘상식’이 되어 그런 바보도 거의 없다. 눈치 없이 낙하산을 치워달라고 건의했다가 괜히 경을 치는 일을 당할 바보 공무원도 없어졌다.

 

‘낙하산’이라고 나쁜 것은 아니다. 정권 창출에 도움을 준 자기 사람을 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정부를 이끌어가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되는 전제가 있다. 그 분야의 전문성이다. 역대 정부 모두 그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부분 과장이고, 견강부회이다. 인사 때마다 야당이나 일부 언론이 비판하는 것은 무시하자. 그 분야에 다른 전문가나, 현장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답은 명확하다. 십중팔구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나마 공개적으로, 전문가 흉내라도 낸 것은 낫다. 일일이 거론할 필요조차 없이 슬쩍, 시쳇말로 그 분야의 ‘듣보잡’을 앉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로지 보은용으로 자리를 준 그들에게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그런 기관장이 있는 곳의 직원들의 태도는 한결같다. 속으로는 비웃고 무시하면서, 적당히 해먹자. 어차피 그 역시도 그렇게 하려고 온 것이니까. 그런 인물의 뒤를 들여다보면 반드시 정권의 어느 한자락에 다리를 걸치고 있다. 정권 말기로 갈수록 심하다.

 

참, 많이도 들었다. 방만하고 도덕적 해이와 집단이기주의에 사로잡힌 공공기관을 개혁하고, 전문성 강화하고, 철저한 관리감독과 평가를 하겠다는 말을.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은 우대하고, 눈치나 보고 노는 공무원은 반드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말도. 총선이 지난 지금, 그 낙제생들이 낙하산을 구하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이미 몇몇 낙하산들은 내려왔다. 우선 그런 무능하고 썩은 낙하산만이라도 치우고 없애버린다면, 국민의 눈은 금방 달라질 것이다.


<이대현 국민대 겸임교수· 前 한국일보 논설위원/ guriq@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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