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글은 한국조사기자협회가 연간지로 발행하는 2014년 '조사연구' 제26호에 실린 글임을 알립니다.

 

[특별인터뷰] 서울도서관 이용훈 관장

 

 도서관 문화비평가이자 메타사서로 불리는 이 관장은 한 길을 걷는 정통 도서관맨이다. 2012년 10월 초대 서울도서관장을 맡아 도서관 현장 곳곳을 누비고 있다. 각종 도서관 행사 참석, 매체 기고, 서울도서관 업무 등 하나라도 벅찬 일을 하루에도 몇 개씩을 동시에 소화한다. 도서관 엔도르핀이 저절로 나오는 특이 체질 덕분이다. 동분서주하는 이 관장을 위해 도서관 휴관일인 월요일을 인터뷰 날짜로 잡았다. 이 관장을 만나 도서관 전반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인터뷰·정리=김규회 협회장)

 

 

Q 안녕하세요, 관장님. 서울도서관하면 구 서울시 청사를 리모델링해서 지은 도서관이고, 서울을 대표하는 도서관 정도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곳인가요.

 

- 울도서관은 ‘도서관법’에서 각 시·도가 운영하도록 한 ‘지역대표도서관’, 즉 서울시 대표도서관으로 설립되어 2012년 10월 26일 개관했습니다.
서울도서관은 1926년 일제 강점기 경성부청사로 시작해서 해방 이후 줄곧 시청사로 사용된 옛 서울시청사를 리모델링한 것입니다. 이 건물은 2003년 6월 등록문화재 제52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서울도서관 총 면적은 18,711평방미터(순면적 9,499평방미터)로 건물 지상 1층부터 5층, 지하 3, 4층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하 3, 4층 일부는 보존서고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상 1층부터 5층까지는 시민들이 이용하는 도서관 공간입니다. 1층에는 일반자료실(1)과 장애인자료실(대면낭독실과 수화영상실 포함), 기획전시실이 있고, 2층에는 일반자료실(2)과 디지털자료실, 안내데스크가 있습니다. 3층에는 서울자료실, 옛 서울시장 공간, 서울기록문화관이 있고, 4층에는 세계자료실, 사서교육장이 있습니다. 5층은 옛 청사의 흔적(전시 공간)과 카페, 그리고 옥상정원인 하늘뜰이 있습니다.
장서는 개관 때 약 20만권으로 시작해서 현재 28만여 권 정도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정기간행물 520여 종, 전자책 약 1만 권, DVD 7,000여 점, 오디오북 660여 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학술DB도 5종을 입수,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직원은 총 52명입니다. 일반직 38명(이중 사서 직원은 24명)과 시간선택제 임기제 직원 14명(이중 사서는 12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또 1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매일 활동하고 있습니다.
개관 시간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월요일은 모든 도서관이 휴관하는 공식 휴일이 됩니다.

 

Q 서울도서관이 일반 도서관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또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다면.

 

- 서울도서관은 서울시를 대표하는 도서관이라는 점이 다른 도서관과 다른 점입니다. 이러한 성격에 걸맞게 서울도서관은 서울시 도서관과 독서문화 등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부서입니다. 또 서울을 주제로 한 전문도서관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일반 공공도서관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합니다. 즉 크게 3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거죠.
특히 도서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며 서울시에 있는 여러 도서관들을 지원하는 업무는 서울도서관이 가진 특별한 역할입니다.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도서관정책과를 두고 있는 것도 다른 지역과는 차별되는 점입니다. ‘도서관법’이 규정하고 있는 ‘서울특별시도서관정보서비스위원회’ 뿐 아니라 민관 거버넌스 기구인 ‘서울도서관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시 25개 자치구마다 정한 대표도서관 관장들과 함께 ‘서울시·자치구 대표도서관장 회의’를 만들어 운영합니다. 이를 통해서 서울시 도서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다양한 네트워크나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아직 서울시 전역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지는 않고 있지만, 개관 초기부터 320여개 도서관 목록을 일괄 검색할 수 있는 ‘메타검색’ 서비스와 시민 개개인 근처에 있는 도서관 목록을 제공하는 ‘내 주변 도서관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도서관을 이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을 주제로 한 전문도서관 역할도 중시하고 있습니다. 3층에 위치한 서울자료실은 서울시 모든 부서가 생산하는 각종 자료를 납본받아 소장합니다. 물론 자치구와 교육청 자료들도 적극 수집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에 관한 일반 도서나 자료들도 빠짐없이 수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발간 자료는 디지털 형태로도 구축해서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받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2013년도 국가도서관 지식콘텐츠의 창조적 관리와 확산 사업 중 하나로 개발한 오픈액세스 기반 한국형 기관 리포지터리 보급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간행물을 전자원문(e-fulltext) 형태로 구축해서 누구나에게 제공하는 ‘서울도서관 지식저장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전국 여러 도서관들과 함께 운영하는 ‘사서에게 물어보세요’ 서비스에도 참여하고 있고, 이를 통해 서울에 관한 전문적인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옛 서울시장 집무실과 접견실, 기획상황실을 그대로 복원하여 박물관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보공개정보과가 운영하는 서울기록문화관이 있어, 일종의 라키비움 형태로 조직, 운영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4층 세계자료실은 세계 50여 개국 대사관이나 문화원으로부터 기증받은 자료와 한국문학번역원이 기증한 세계 여러 언어로 번역된 우리나라 문학작품, 꾸준히 구입한 외국어 자료 등을 소장하여 시민들에게 열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도서관 관련 뿐 아니라 출판과 독서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헌책방과 관련한 것들입니다. 서울시에 있는 100여개 헌책방 관련 정보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헌책방에서 보물찾기’ 서비스와 주말에 도서관 앞에서 헌책방 등이 참여해서 열리는 ‘한 평 시민책시장’ 등이 특별한 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서울시 도서관 사서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해서 수행하고 있고, 한 도서관 한 책이라든가 북페스티벌(책축제), 생애별 독서 프로그램 지원 등 다양한 독서진흥 사업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Q 커뮤니티로서의 서울도서관이 추구하는 방향이 있다면.

 

- 서울도서관이 속한, 그래서 관심을 가지는 커뮤니티는 ‘서울시’입니다. 또 다른 한 축의 커뮤니티는 ‘서울시 소재 도서관과 독서 생태계’입니다.
우선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서울시’라는 커뮤니티를 살아있는 공동체로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도서관은 여러 사업들을 기획, 수행합니다. ‘한 도서관 한 책 읽기’가 그러한 사업입니다. 각 자치구와 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은 물론 여러 학교와 전문도서관, 민간 기관이나 단체 등과 협력해서 시민들이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자기 지역과 공동체에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마을에서 자치구로, 나아가 서울시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서울 북페스티벌도 그런 관점에서 서울시 도서관들과 시민들이 함께 책을 매개로 즐겁게 만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도서관들이 각자의 지역 커뮤니티 안에서 깊게 뿌리내리고, 함께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적극 나서도록 돕고, 서울도서관이 그런 잔치마당을 여는 데 일정부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도서관이 주목하는 커뮤니티는 서울시 소재 도서관과 독서 생태계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적지 않은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은 물론 학교와 대학, 전문도서관 등 여러 유형의 도서관과 출판과 서점, 독서 관련 기관이나 단체, 개인 등이 있습니다. 그동안은 서로 간에 다소 떨어져 지내왔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도서관은 개관 이후 줄곧 이들 각 구성원들을 연결하고 단단한 연대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책으로 시민의 힘을 키운다’라는 비전을 가지고 서울시를 책 읽는 도시로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고자 진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앞서 언급한 민관 거버넌스 조직인 ‘서울도서관네트워크’와 각 자치구 대표도서관장들과의 회의체인 ‘서울시·자치구 대표도서관장 회의’는 물론 출판계나 서점계, 독서계 등과도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 공동 사업 추진 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도서관과 독서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야말로 서울은 물론, 우리나라 전체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서울시 도서관 직원들이나 작은도서관 운영자 교육 등도 그런 관점에서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Q 웹3.0 시대의 서울도서관 역할은.

 

정확하게 웹 3.0 시대가 어떤 시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웹 2.0 시대공유와 참여라는 가치에 더해 이제는 사물까지도 지능화하고 모든 것들이 개인화가 가능한 유비쿼터스 시대를 말하는 것이라면, 그건 아마도 지금까지 도서관이 가져온 가치와 지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웹 3.0 시대에 서울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아직 우리 도서관들이 웹 2,0 시대에 맞는 서비스를 꼼꼼하고 촘촘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단 각 자치구별로 도서관들을 하나로 묶는 네트워크 구축을 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그런 자치구 단위 네트워크를 서울 전체로 묶는 작업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개별 도서관들 역량을 최대한 결집하고 상호 보완하도록 할 수 있어, 개별 도서관들 서비스 수준이 크게 향상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뒤마의《삼총사》에 나오는 라틴어 격언인 ‘한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일치단결하여 한 목표를 추구하고 그 사회는 다시 각 구성원을 돌본다(‘Unus pro omnibus, omnes pro uno’=All for one, one for all)‘는 것처럼 모든 도서관들은 서로가 일치단결해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개개 시민들 역량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면서, 또 도서관계 전체가 개별 도서관들을 돌보는 그런 연대의 틀을 만들고 실현하는 것에서부터 웹 3.0 시대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울도서관은 그런 관점에서 서울시에 있는 도서관들을 단단한 끈으로 연결해서 하나의 거대한 도서관으로 만들고, 그것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최근 빅데이터나 사물인터넷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도서관들도 이러한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빅데이터 문제는 이미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해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과 함께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서울도서관도 이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물인터넷 관련 기술들을 도서관 서비스에 적용하는 문제 등 웹 3.0 시대에 앞서 준비하고 이를 서비스에 온전히 녹여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배우고 고민하고 기획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서울시 도서관 전 직원이 즐겁게 이런 문제들을 함께 나누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도서관 서비스를 개발하고 실현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도서관 전문가가 보는 전문도서관 영역에서의 언론사 자료실의 역할과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요.

 

- 언론사 자료실은 그동안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한국 언론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이 우리 사회에서 사실과 여론을 전달하는 제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 참도우미 역할을 했던 거죠. 그러나 최근 언론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면서 자료실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마도 자료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 수많은 정보 가운데 사실인 것들을 가려내는 작업이 아닐까 합니다. 예전과 달리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은 정보들이 공기처럼, 바람처럼 있습니다. 언론은 그것 가운데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보나 사실, 가치 등을 가려내서 전달해 주어야 하는데, 그것이 기자 개개인이 해결하기에는 더 어려운 상황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자료실은 사실의 정확성을 담보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사회가 무수히 많은 정보 가운데서 혼란해 할 때 언론사 자료실은 등대가 되어 바라봐야 할 지점을 환하게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또 한 가지는 시민들과의 접촉면을 더 넓히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건 자료실 하드웨어가 아니라 자료실 사서들, 즉 휴먼웨어로 가능하다고 봅니다. 지식과 정보전문가로서 언론사 사서들이 직접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 주신다면 언론에 대한 시민사회의 신뢰를 더 공고히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것을 통해서 우리 시민들이 바른 이해와 판단을 할 수 있게 도움으로써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자치 수준을 더욱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Q 우리나라 도서관의 국제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 도서관 분야에서의 국제경쟁력을 측정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또한 과연 도서관 분야가 국제경쟁력을 이야기할 대상이 될까도 궁금합니다. 누가 잘하느냐 하는 것을 서로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고, 또 그럴 수도 없지 않나하고요. 물론 몇 가지 지표는 상호 비교가 가능합니다. 도서관은 사람이 하는 서비스라고 할 때 도서관을 도서관답게 만드는 핵심 요소는 전문가이자 봉사자인 사서가 얼마나 근무하고, 또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냐 하는 것은 물을 수 있다고 봅니다. 솔직히 그런 점에서 세계적으로 도서관 분야에서 앞섰다고 말하는 나라들에 비해 우리나라는 크게 부족합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도서관을 시설이나 장서로만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앞으로 미래에도 도서관은 사람(이용자)과 책(각종 지식과 정보를 망라)을 연계해 주는 사람(사서 등 직원)이 서비스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요소가 됩니다. 이제 우리 사회가 그런 점을 이해하고 구체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국제경쟁력이라는 질문을 좀 더 풀어서 가보면 우리나라 도서관들이 세계 여러 나라 도서관들과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얼마나 참여하고 기여하는가 하는 질문을 해 볼 수 있습니다. 도서관들은 오랫동안, 체질적으로 다른 도서관들과의 협력을 기본으로 삼아왔습니다. 어느 도서관이든 인류 모든 지식과 자료를 가지고 있을 수도 없고, 제기되는 모든 질문과 정보요구를 나홀로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협력해서 던져진 과제들을 해결하고 서비스를 완벽하게 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 도서관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다른 도서관이나 정보 전문기관 등과의 협력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국내적으로는 그래도 많은 협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만, 국제적으로는 큰 성과가 보이질 않습니다. 한국도서관협회나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등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도서관들이 국제적인 도서관 기구인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이나 세계 각국 도서관계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서관계가 국제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에 대해서 우리나라 도서관들은 어떻게 참여해서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인지 등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것도 또한 사람(사서)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서울도서관도 빨리 성장해서 이런 과제에 작은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Q 앞으로 우리나라 도서관계의 숙제라고 하면 어떤 것이 있을 수 있을까요.

 

- 세상은 참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 방향이나 내용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뒤따라 가다보면 늘 제 방향을 찾기도 어렵고, 존재하는 방식도 시대와 맞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유일한 방법은 앞장서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서울도서관은 물론 그 어떤 개별 도서관도 이런 큰 작업을 혼자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서로 더 자주 만나 미래 도서관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함께 꿈꾸고 함께 만들어 가는 새로운 도서관 미래, 그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지를 말이죠. 이것이 우리나라 도서관들이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당장 현실에서 부딪치고 있는 인력 부족이라든가 예산 확보 문제 등은 당연히 시급하게 해결해 가야합니다. 그것도 물론 미래 관점에서 검토되고 해결책이 제시되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도서관 사서들이 스스로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시대, 어느 상황에서든 결국 사서가 중심이 되어 풀어갈 수 있는 문제를 하나하나씩 풀어가는 것에서 새로운 현실과 미래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 보이면 좋겠습니다. 도서관 미래를 만들어 갈 시민들과 만나고 함께 꿈꾸고 함께 행동하는 그런 도서관이 되면 지금 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믿고 기대합니다.

 

Q 장시간 얘기를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도서관계를 다시 돌아보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혹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우리 사서들이 세상으로 나가면 좋겠습니다. 거북이처럼 도서관을 등에 얹고 세상으로, 사람들 속으로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흘러버린 시대가 아니라 앞으로 쭉쭉 배를 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달을 보고, 사람들에게 저 달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말해주고, 함께 그곳에 갈 수 있도록 로켓도 만들고 우주왕복선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러나 생각은 할 수 있고, 꿈은 꾸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제공하는 ‘월드 라이브러리’ 서비스에서 전해 준 여러 국내외 사서나 관계자들 인터뷰 가운데 싱가포르국립도서관 니안 렉 초(Ms. Ngian Lek Choh) 관장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한국인 사서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뭐냐고 한 대목에서 “무엇을 하든 하나는 남다른 면이 있어야 합니다. 이 차이가 우리를 틀에 메이지 않고 넓은 시야를 갖게 합니다. 동시에 건강한 유머감각을 잃지 마세요. 모든 것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일을 하다 보면 우리가 바라던 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누군가 책임을 묻기 전에 해결책을 신속하게 찾아내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세요. 어려울수록 웃음으로 서로를 격려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일과 인생을 즐기세요”라고 했습니다. 유머감각을 가지고 일과 인생을 즐기는 사서들이 가득한 도서관이라면, 분명히 새로운 도서관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고, 그것으로 우리나라를 변화시킬 수 있는 시민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최근에 ‘소셜픽션(Social Fiction)’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공상과학소설이 있어서 그러한 미래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상상하고 도전한 결과 과학과 사회가 바뀌고 발전한 것처럼, ‘소셜픽션’은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를 상상하면서 그것을 함께 만들어 가자는, 즉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에 대해 제약 조건 없이 상상하면서 미래를 기획하는 방법입니다. 함께 꿈꾸면 이룰 수 있다는 믿음으로, 그 꿈과 믿음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진짜 그런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현실적 신념을 가지고 해 보자는 것입니다.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꿈을 꾸었기에 만들 수 있었던 유럽연합, 사람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자 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이룬 새로운 세상, 빈곤 문제를 기존과는 다른 금융으로 해결해낸 그라민 은행 등 이미 함께 만든 사회적 상상이 오늘날 세상을 바꾸어낸 사례가 있기에, 우리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믿습니다. 현실에 매여 스스로의 상상과 역량을 낮추어 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은 지금까지도 잘 해 왔습니다. 용기를 내고, 동료들과 손잡고 웃으면서 뚜벅뚜벅 현실을 넘어 새 도서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믿고 또 기대합니다.

 

#이용훈 약력#

 

고등학교 때 문학청소년을 꿈꾸고 문예반에서 놀았다. 마침 학교에 새로 도서관이 생겨 도서관을 자주 가서 문학책을 찾아 읽었다. 그런 인연으로 대학 진학 때 도서관학과를 선택했다. 4년 공부하고 사서가 되었다. 서강대학교 로욜라도서관에서 2년 여 일을 했다. 중간에 군에 다녀와서는 경제 부문 민간 사단법인 자료실에서 사서로 근무했다. 그러다가 사단법인이 해체하고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라는 정부출연연구소 정보자료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 무렵 전국사서협회라는 사서들 단체가 만들어 질 때 동료들과 함께 해서 회장이 되기도 했다. 1997년 (사)한국도서관협회 기획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무려 17년을 여러 부장 직함을 달고 도서관 정책 개발이나 집행, 정부와의 협력 사업 추진 등을 맡아 수행했다. 물론 전국도서관대회를 오늘날 규모와 내용으로 키우는데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12년 서울시가 지역대표도서관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대표도서관건립추진반’ 반장을 모집한다고 해서 덜컥 응모, 합격해서 6개월 정도 개관 준비를 하고 서울도서관을 개관했다. 그 이후 다시 서울도서관 관장 공모에 응시, 합격해서 초대 관장으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출판사를 통해 시집을 한 권 냈지만, 시인이 아니고, 아직도 참 사서가 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사서가 말하는 사서》나 《모든 도서관은 특별하다》, 《공공도서관운영론》 등을 동료들과 함께 냈고, 여러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00년대에는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이라는 시민단체 창립부터 참여해서 잠깐 사무처장 일을 맡기도 했고, 현재도 협동사무처장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고 있다. 도서관 문화비평가와 메타사서라는 이름도 만들어서 자유롭게 쓰고 있다. 요즘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해 다양한 시민들과 도서관을 주제로 소통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은퇴하면 예쁜 도서관이 달린 산장을 하나 만들어서 모아둔 책도 마저 읽고, 읽은 책은 팔면서 지내는 꿈을 꾸고 있다.


 

블로그 이미지

한국조사기자협회

사단법인 한국조사기자협회는 1987년 국내의 신문, 방송, 통신사의 조사, 정보, 자료, DB업무를 담당하는 조사기자들의 모임으로 출범하여, 2009년 회원들의 연구활동에 기초한 신문 및 방송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하였으며, 언론공익활동으로 신문논술대회, 조사연구 발간, 세미나·토론회, 보도연감 출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언론단체입니다

※ 이글은 한국조사기자협회가 연간지로 발행하는 2015년 '조사연구' 제27호에 실린 글임을 알립니다.

 

공공도서관,누구나 꿈꿀 권리가 있는 멋진 곳!

 

이정수 서대문구립도서관 관장

 

 

  한국조사기자회, 기억에도 가물거리는 이름이다. 꽤 오래전에 떠난 그 곳으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으니 감회가 새롭다. 인연은 또 이렇게 이어지나 보다.

  2005년, 한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떠난 딸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도서관 건립 기부금을 내놓음으로써 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이 탄생하게 되었다. 나는 운 좋게도 의미 있는 이 도서관에서 관장으로 일하게 되었다. 신문사 조사부 기자에서 공공도서관 관장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나의 무식함에서 비롯된 용감한 정신이 행동으로 발현되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이진아기념도서관>

 


  공공도서관 근무 경험이 없던 나는 하루 빨리 무경험이라는‘결핍’을 해소하고,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하고 싶어서 내 모든 열정을 도서관에 쏟아 부었다. 그런 만큼 도서관 운영도 이상적으로, 선진적으로 하고 싶은 욕심에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그 당시 지역주민들은‘도서관=독서실’으로 이식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개인 공부를 할 수 있는 일반열람실이 없는 우리 도서관은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민원에 시달려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도서관은 지역사회에서 공공도서관의 역할에 대해 사람들을 설득하며, 책으로 사람들이 만나고 어울리는 ‘지역사회의 허브’로서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려고 노력하였다.

 

<사진출처: 이진아기념도서관>


  1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사랑해주고 도서관운영평가에서 우수도서관으로 5회 선정되는 등 도서관 운영에 성과를 드러내었다.  또한 구립도서관 1개관에 불과하던 서대문구는 공공도서관 3개관과 작은도서관 12개관이 조성되었고, 이를‘서대문구립도서관’으로 시스템을 통합하여 한 장의 대출회원증으로 대출할 수 있으며, 집에서 10분 걸어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발전하였다.


  국가적으로도 공공도서관은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였다. 2005년 당시에는 전국에 공공도서관이 450여 개관에 불과하였으나 2014년 현재 933개관으로 늘었다. 뿐만 아니라 공공도서관의 역할도 다양화되었다. 예전의 공공도서관이 시험공부를 하는 공간, 조용히 혼자 책을 읽는 공간이었다면 현재는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읽은 책을 사람들과 함께 토론하고 나누는 독서동아리 활동을 지원한다. 또한 각종 인문학 강좌 등을 수강할 수 있으며, 북 콘서트나 전시 등 각종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가족이 함께 책도 읽고, 문화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변화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공동체의 거점이 바로 동네 공공도서관인 것이다.

 

<사진출처: 이진아기념도서관>


  태어나면서‘인생을 책과 함께 시작하자’는 북 스타트 독서운동부터 어린이, 청소년 및 성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한 도시(도서관), 한 책 읽기’,‘인문독서 아카데미’,‘길 위의 인문학’등 책과 문화가 접목된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또 노인을 위한 ‘자서전 쓰기’,‘스마트 폰 활용교육’등을 통하여 품격 있는 노년기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듯 공공도서관은 한 사람의 일생을 함께 하는 동반자이기도 하고,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세대 통합, 사회 통합의 장이기도 하다.

 

<사진출처: 이진아기념도서관>


  예전에 신문사 조사부에서 근무할 때에도 나는 내 일이 참 재미있었다. 신문기사 스크랩을 하며, 또는 정기간행물을 보며 기사 색인을 하고, 사건일지를 만들어 두었다가 취재기자들이 필요로 할 때 척척 기사를 찾아줄 때의 보람이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신문이라는 매체 제작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제공하는 정보원으로 더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공공도서관은 신문사에서 느낀 보람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매력 만점이었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사람이 도서관에서 소일하면서 일을 찾는 경우도 있었고, 남편과 아이 밖에 모르던 주부가 독서동아리 활동과 인문학 강좌를 계속 들으면서 자기계발을 통해 독서지도 강사로 변신하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동화구연 교육을 받아 동화구연가가 된 주부도 있었다. 특별한 사교육 없이 독서회 활동만 지속적으로 하던 학생이 인문영재로 선발되기도 하였고, 원하는 대학에 수시 합격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공공도서관은 누구나 자신의 꿈을 꿀 권리가 보장되는 곳, 그 꿈을 실현하는데 도움을 주는 곳! 그 곳에 일하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이란 말인가?

 

<사진출처: 이진아기념도서관>


  마지막으로 영미 지역에 2,600여개의 공공도서관을 짓는데 도움을 준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가 도서관에 대해 한 말을 소개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이 글을 읽고, 지금 당장 동네 공공도서관으로 가보시길!


 “나는 대중을 향상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기관으로 도서관을 선택했다. 왜냐하면 도서관은 이유 없이 아무 것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오직 스스로 돕는 자만을 도우며, 사람을 결코 빈곤하게 만들지 않는다. 도서관은 큰 뜻을 품은 자에게 책 안에 담겨 있는 귀중한 보물을 안겨주고, 책을 읽는 취미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낮은 수준의 취미를 멀리 할 수 있게 한다.”   

블로그 이미지

한국조사기자협회

사단법인 한국조사기자협회는 1987년 국내의 신문, 방송, 통신사의 조사, 정보, 자료, DB업무를 담당하는 조사기자들의 모임으로 출범하여, 2009년 회원들의 연구활동에 기초한 신문 및 방송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하였으며, 언론공익활동으로 신문논술대회, 조사연구 발간, 세미나·토론회, 보도연감 출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언론단체입니다

※ 이글은 한국조사기자협회가 연간지로 발행하는 2015년 '조사연구' 제27호에 실린 글임을 알립니다.

보다 적극적인 도서관 정책을 허하라


송현경
내일신문 정책팀 기자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정가제 시행 이후 책을 팔 때는 10% 가격 할인과 5%의 경제상 이익(가격 외 할인)을 할 수 있게 됐다. 정가제 시행 이전에 온라인서점을 중심으로 많게는 90%까지 할인을 해 주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유통 구조가 개선된 셈이다. 가구당 도서구입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가 계속 발표되고 있음에도 출판·유통계를 중심으로 “공정경쟁이 가능해졌다”는 자평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소형서점과 출판사를 중심으로 가격경쟁이 아닌 내용경쟁이 가능해졌다며 반가워하고 있다.

 

 

개정 도서정가제로 도서관 살림 어려워져

출판·유통계는 환영하는 이 제도 때문에 힘들어하는 기관이 도서관이다. 정가제가 시행된 이후 도서관은 정가제 적용 예외 기관에서 정가제 적용 기관이 됐다. 예외 기관이던 시절, 도서관은 ‘최저가 낙찰제’를 통해 많게는 40%까지 저렴하게 책을 살 수 있었다. 같은 예산을 지원받는다고 해도 책 구매량이 더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그런데 2015년에 도서관들은 같은 예산을 지원받지도 못했다. 도서관들은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을 받는데 대부분의 지자체가 도서관에 대한 인식 부족에 어려운 살림이 겹쳐 도서관에 많은 예산을 편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자체 소속 공공도서관 679곳의 도서구입비는 2014년 412억원이었으나 2015년에는 383억원으로 29억원이 줄었다. 1관당 평균 도서구입비는 2015년 5600만원으로 2014년 6100만원에 비해 감소했다.

당연히 구매권수도 줄었다. 서울의 지역대표도서관인 서울도서관의 경우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전인 2014년 1분기에 7140권을 구입했으나 2015년 1분기에는 3797권을 구입했다. 서울도서관이 이럴진대 다른 도서관들의 형편은 더욱 좋지 않을 것이다.

 

 

“정부에 도서관 정책은 있는가”


그렇다면 의문이 남는다. 정가제 도입은 법 개정 사안이었던 만큼 시행령이 시행되기까지 준비 기간이 있었다. 게다가 업계의 의견을 바탕으로 문체부에서 나서서 도입했던 제도였다. 도서관 주무 부처 역시 문체부다.

그런데 정가제 도입에 앞서 도서관들은 예산 증액을 약속받지 못했고 정가제 도입 이후에도 예산이 증액되기는커녕 줄어들고 말았다. 한국도서관협회를 비롯, 도서관계는 정가제 적용 예외 기관이 되는 것에 찬성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예산 증액’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을 것이다.


문체부를 중심으로 지자체를 압박, 도서관 예산을 확보했어야 했지만 이 같은 과정이 힘 있게 진행되지 못했다. 많은 관련 주체들의 잘못이 있었겠지만 정부의 도서관에 대한 ‘홀대’라고 밖엔 달리 해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과연 문체부에 ‘도서관 정책이 있느냐’는 도서관계의 비판은 정가제 국면에서도 적용된 셈이다.

 

<사진출처: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도서관 이용자인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실제로 책 구매량 감소로 인해 이용자들의 대출권수가 줄었다. 서울도서관의 경우 2014년에는 5만6356권이 대출됐으나 2015년에는 4만8808권이 대출됐다. 정가제 적용으로 할인이 줄어들면서 도서관에서 신간을 읽어야 할 시민들은, 도서관에서도 원하는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대통령 소속 도서관위원회의 ‘낮은’ 위상


이와 같은 상황은 기본적으로는 도서관의 종류와 소속이 저마다 다른 데서 기인한다. 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을 포함, 학교도서관, 대학도서관, 전문도서관 등 여러 종류로 나눠지며 이에 따라 운영 주체가 다르다. 특히 공공도서관은 지자체 소속, 교육청 소속으로 운영 주체가 이원화돼 있다.

실제로 도서관 주무 부처가 문체부라 하더라도 문체부 산하 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 1곳뿐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도서관도 서울도서관 1곳뿐이다. 서울의 다른 공공도서관들은 기초 지자체인 구 소속이거나 교육청 소속이다. 도서관 정책이 힘 있게 추진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지만 권한이 미미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소속으로 위원장이 장관급인 도서관위원회는 2007년 6월 발족, 2015년 12월 2일까지 4기 위원회가 활동했고 5기 위원회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 소속 도서관위원회는 도서관 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 발족됐다. 발족 당시 지자체 소속과 교육청 소속으로 나뉘어 있는 공공도서관을 비롯, 국가도서관인 국회도서관과 법원도서관 등 범정부적 도서관 정책을 수립하는 위원회로 도서관 현안을 풀어가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도서관위원회는 도서관계의 바람과 달리,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대통령 보고를 하지 못했다. 도서관위원회에는 당연직 위원으로 문체부 장관, 교육부 장관 등 장관이 11명이나 속해 있고 이는 도서관이 그만큼 여러 영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직접 도서관 정책을 챙길 수 있게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
또 현 정부 들어서는 3기 위원회의 임기 만료 이후 4기 위원회가 출범하기까지 4개월 동안 위원장이 공석이었으며 위원회를 국무총리실 산하로 이관하는 방안이 검토되기까지 했다.

 

 

도서관위원회, ‘행정위원회’돼야

도서관위원회에 대한 홀대는 사무기구의 축소로도 나타났다. 2013년 말부터 문체부는 도서관 정책 업무를 관장하면서 동시에 도서관위원회 사무기구 역할을 하고 있던 국 단위 도서관정책기획단을 과 단위로 격하시키는 안을 추진, 2014년 초 해당 안을 관철시켰다.


도서관정책기획단(국) 아래 도서관정책과, 도서관진흥과, 박물관정책과를 두고 있었으나 직제 개편 이후 문화기반국 아래 인문정신문화과, 도서관정책기획단(과), 박물관정책과를 두게 된 것이다. 도서관위원회 입장에선 국 단위 사무기구가 과 단위로 줄어든 셈이다. 당시 도서관계에선 사무기구를 따로 신설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도서관위원회가 이처럼 위상이 낮은 이유는, 자문위원회이기 때문이다. 자문위원회는 말 그대로 정부 정책에 자문을 할 뿐, 예산과 의결권이 없어 실질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이를 추진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다. 예산과 의결권을 갖고 있는 행정위원회와는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다르다.

도서관계는 도서관위원회가 보다 힘을 받기 위해서는 행정위원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도서관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여의치 않다.


도서관위원회가 행정위원회가 되면 예산과 의결권을 바탕으로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도서관위원회가 수립해 온 제1차, 제2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은 문체부의 정책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해 비판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사진출처: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

 

최근 4기 도서관위원회가 지자체 소속 공공도서관과 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을 하나의 조직으로 이관하는 ‘행정체계 일원화’를 추진하면서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한 것도 위원회가 행정위원회가 아닌 자문위원회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개정 도서정가제 국면에서도 도서관위원회가 보다 힘이 있었다면 도서관이 필요로 하는 예산 증액 등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앙 정부가 예산 지원 등 나서야

어려운 여건에서 도서관 이용자인 시민들을 위한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중앙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직접적으로는 문체부가 공공도서관 도서구입비를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 그래야 지자체 예산에 의존하는 공공도서관 도서구입비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 지자체 예산이 부족해 도서관에 투자하지 못하거나 지자체장이 도서관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공공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보조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도서구입비에 대한 국고 보조금 지원은 할 수 없게 돼 있다. 문체부 역시 이를 근거로 도서관 설립에 있어서만 예산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문체부가 하고 있는 작은도서관 순회 사서 지원 사업 등을 보면 사업 예산을 통한 국고 지원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이와 관련 문체부는 2016년에 사업 예산을 통해 도서구입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6년 신규 사업으로 문체부가 추진한 안은 ‘공공도서관 장서구축 지원사업(가칭)’. 1관당 봉사대상인구 수 대비 대출실적을 기준으로 상위 400여개의 도서관을 선정, 예산을 지원하고 지역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27억원의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도서관법에 명시된 국가의 도서관 운영 보조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 국고 보조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보조금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도 추진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다. 

 

 

사서직이 관장 아닌 경우도 상당수

 

간접적으로는 중앙 정부가 도서관의 중요성을 지자체장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게 알리는 방안이 있다. 현재 도서관 예산은 각 지자체별로 편차가 심하다. 문체부에 따르면 용인시 처인구와 하남시의 공공도서관은 비슷한 규모임에도 2014년 1관당 도서구입비의 차이가 크다. 용인시 처인구는 1관당 4500만원, 하남시는 1관당 1억5100만원이다. 이는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도서관 예산이 많게 책정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지자체장의 도서관에 대한 관심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아울러 도서관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면 사서가 아닌 행정직 공무원들이 공공도서관 관장을 하는 사례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보다 전문적인 대국민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사진출처: 국회도서관>

 

도서관법에 도서관뿐 아니라 도서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기관의 장은 사서가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행정직 공무원들이 관장을 하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2014년 말에 임명된 국회도서관장이 화제가 된 이유는 그가 전문직 관장이기 때문이다. 차관급인 국회도서관 관장은 여·야 합의 아래 제1야당의 몫으로 관행적으로 간주돼 왔으며 주로 정치인 출신이 ‘쉬어가는’ 자리로 분류돼 왔다.
이는 국립중앙도서관도 비슷하다. 현 관장은 사서 자격증을 취득해 도서관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나 역시 문체부에서 오래 근무한 행정직 공무원이다.

 


<사진출처: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

 

공공도서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교육청 소속 도서관의 경우 ‘도서관’이라는 명칭이 붙으면 사서직이 관장을 하게 된다는 이유로 ‘평생학습관’ 등의 명칭으로 개칭한 곳이 있을 정도다. 최근 강원도가 직제 개편안에서 도서관을 ‘교육문화관 분관’으로 소속을 바꾸겠다고 한 것도 장기적으로는 명칭을 바꿔 행정직 공무원을 관장으로 앉히려는 생각에서 비롯했을 것으로 보인다. 도서관계가 강원도의 정책에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다. 

 


<사진출처: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

 

시민들이 전문적인 도서관 서비스를 받으려면 그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사서가 관장이 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이 도서관의 진면목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봤듯 도서관계의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도서관위원회는 대통령 소속임에도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못하고 개정 도서정가제 국면에서 도서관계의 ‘예산 증액’ 주장은 관철되지 못했다. 심지어 도서관 관장에도 사서가 아닌 행적직 공무원이 임명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도서관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중요한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지금까지 운영돼 온 셈이다.


이제부터라도 범정부 차원에서 도서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보다 적극적인 도서관 정책이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책 읽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다.

블로그 이미지

한국조사기자협회

사단법인 한국조사기자협회는 1987년 국내의 신문, 방송, 통신사의 조사, 정보, 자료, DB업무를 담당하는 조사기자들의 모임으로 출범하여, 2009년 회원들의 연구활동에 기초한 신문 및 방송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하였으며, 언론공익활동으로 신문논술대회, 조사연구 발간, 세미나·토론회, 보도연감 출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언론단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