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은 '양날의 칼' 이다

 

 

 

▲ 황정근 변호사 ⓒ SR타임스

 

 

 

말과 글은 힘이 세다. 때로 말과 글은 권력과 재산보다도 영향력이 있어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 될 수도 있지만, 한마디 말과 글로써 남을 베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말과 글은 성공과 실패를 넘나드는 양날의 칼이다. '귀태(鬼胎)'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정국이 얼어붙을 정도로, 한마디 말이 세상을 멍들게도 한다. 일언상세(一言傷世)다. 세상을 태우는 불이 되기도 한다.

말과 글로써 먹고 사는 법조인에게서랴. 법조인의 직업적인 말과 글은 공방(攻防)의 무기이자 설득의 기술이다. 정확한 법률용어와 탁월한 논리, 그리고 유려한 문장력을 갖춘 판결문, 공소장, 준비서면, 변론요지서를 완성하기 위해 숱한 밤을 지새운다. 말과 글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야 하는 직업이다.

그런데 세상이 각박해진 탓인지, 극한대립이 일상화된 정치권의 영향인지, 요즘 법조계의 말과 글도 너무 날카롭고 험구(險口)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사법 판단에 대해 정상적인 불복 방법을 취하기도 전에 즉각 반발하는 말과 글이 난무하고, 사건을 법정 바깥으로 집어 던져 광장에서 처리하려고 한다.


 

▲ 방송화면 캡쳐 ⓒ SR타임스

 

 

변호사는 상대방의 준비서면 부본을 받으면 그 어떤 공격과 방어의 방법, 어떤 예리한 주장이 들어 있는지부터 궁금해진다. 그런데 내 주장의 논리적 모순과 부당성을 지적하는 내용에 숨죽이게 되는 것이야 상대방의 유능함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일 테지만, 폐부를 찌르는 비수와도 같은 섬뜩한 표현이 눈에 띌 때면 정말 기분이 우울해진다.

아무리 부당한 주장이라 해도 "자의적이고 독단적인 허위 주장", "터무니없는 주장", "곡해하여 주장", "억지 주장", "실로 근거 없는 허황된 주장"이라고 함부로 매도해도 되는가. 가장 상처 받았던 표현은 나의 주장이 "무지(無知)의 소치"라고 일갈 당한 경우였다. 졸지에 무식한 변호사로 전락하였다. 그밖에도 '무문왕법(舞文枉法)','무문농법(舞文弄法)', '돈벌이를 위해 사람 사는 세상을 어지럽히고 글로써 살인까지 하는 사람'이라는 말도 들어보았다. 우리 법조인들이 서로 독을 머금은 화살과 같은 말과 글로써 이렇게 상대방을 베어서야 되겠는가.

주장의 내용은 예리하되, 그 표현은 점잖아야 한다. 말과 글은 결국 내 마음의 표현이므로 바른 마음에서 바른 말과 바른 글이 나오는 법이다. 판결문이 법관의 얼굴이듯이, 법정에 공식적으로 내는 준비서면은 변호사나 그가 속한 법무법인의 얼굴이자 자존심이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어떤 얼굴 표정을 하고 나타나 어떤 인상으로 남아 있어야 할 것인가. 너무나 자명하다. 성경에 "혹은 칼로 찌름 같이 함부로 말하거니와 지혜로운 자의 혀는 양약 같으니라
(Reckless words pierce like a sword, but the tongue of the wise brings healing)[잠언 12:18]."라고 했다. 말과 글은 날카로운 칼이로되, 겸손과 절제의 칼집에 들어 있어야 함부로 남을 베지 않는다. 법조인으로서의 품격과 상호간의 예의 및 선비로서의 금도(襟度)가 절실하다. <바른선거문화연구소장. hwang08442@daum.net>


 


[황정근 변호사 경력]

2015.03 ~ 황정근법률사무소 변호사
2004.03 ~ 2015.02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02 ~ 2004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장판사
2000 ~ 2002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부장판사
1998 ~ 2000 서울고등법원 판사
1996 ~ 1998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1996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 판사
1993 ~ 1996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판사
1991 ~ 1993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
1989 ~ 1991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칼럼은 에스알(SR)타임스와 콘텐츠 제휴로 게재하는 것이며, 외부 칼럼은 본 협회의 공식 의견과 편집 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여러 블로그 독자들의 많은 구독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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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조사기자협회는 1987년 국내의 신문, 방송, 통신사의 조사, 정보, 자료, DB업무를 담당하는 조사기자들의 모임으로 출범하여, 2009년 회원들의 연구활동에 기초한 신문 및 방송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하였으며, 언론공익활동으로 신문논술대회, 조사연구 발간, 세미나·토론회, 보도연감 출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언론단체입니다

▲ 황정근 변호사 ⓒ SR타임스

 

 

살다보면 억울한 일이 많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대법원 판례가 변경된 경우일 것이다. 과거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여 본인을 기망하고 착오에 빠진 본인에게서 재물을 교부받은 경우, 사기죄만 성립하고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었다(1983. 7. 12. 선고 82도1910 판결). 이 판례는 판례공보에도 실려 있는 중요판결이다. 사법연수생 시절에 자치회 차원에서 판례공보를 책 형태로 복사 제본한 것으로 공부하였다. 1년 치 판례공보를 두 권 정도로 합치면 두툼한 책이 된다. 형사재판실무 시험에서 죄수(罪數)를 물어보는 것은 변별력도 있어 당연히 예상문제였다. 그러니 1984~1985년에 연수원을 다닌 필자 기수에서는 1983년의 위 대법원 판결은 시험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 판례였다.

 

< 출처 SR타임스 >
 

 

실제로 위 판결이 형사재판실무 시험에 출제되었다. 그런데 공부가 소홀했던 나는 법조경합설을 취한 판례가 있다는 것이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판례를 모르는 나는 용감하게도 뭐 이렇게 쉬운 문제를 다 냈나 하고 생각하면서 ‘사기죄와 배임죄의 상상적 경합’으로 판결문을 써냈다. 시험을 보고 나서 동료들과 대화하다가 판례가 있는데 그것도 몰랐냐는 핀잔을 들었다. 친구의 말을 듣고 찾아보니 과연 1983년 판례는 법조경합이라고 판결했다. 최신 판례를 미처 공부하지 않았던 내가 부끄러웠다. 당연히 나의 답안은 오답(誤答)으로 처리되어 감점을 받았다.

 

나는 판례를 못 외운 것이 부끄러웠지만, 그 판례의 법리는 도저히 수긍이 가지 않았다. 1개의 행위에 대하여 사기죄와 배임죄의 구성요건이 모두 구비된 경우는 당연히 상상적 경합이지 어떻게 법조경합이란 말인가? 대법원 판례가 있다손 치더라도 반대의 다른 법리도 가능하다면 모두 정답으로 처리 되어야 하지 않을까? 판례 암기식 출제는 지양하고 리걸 마인드를 테스트하는 시험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식의 자기합리화를 아무리 해본들 이미 오답 처리된 것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세월이 흘러 2002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할 때다. 당시 재판연구관들은 점심 식사 후 12층 휴게실에 삼삼오오 모여 각자가 고민하고 있는 각종 현안을 토론의 시장에 내놓는다. 동료 연구관이 위 1983년 판례가 잘못되어서 상상적 경합으로 판례를 변경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가? 연수생 시절 판례를 몰라 시험에서 틀렸던 나는 그러면 그렇지 하고 맞장구를 쳤다. 대법원 2002. 7. 18. 선고 2002도669 전원합의체 판결은 13인 전원일치로 상상적 경합설을 취하여 위 1983년 판결을 변경하였다. 나는 비로소 명예회복이 되었다.

 

변호사와 검사가 잘못된 판례의 변경을 과감하게 주장하고, 판사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판례와 다른 판결을 용기 있게 선고하는 것은 법률가의 특권이자 의무이다. 법률문화는 그렇게 발전하는 것이다. <바른선거문화연구소장. hwang0844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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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타임스 deasimmm@sr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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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

 

 

▲ 황정근 변호사 ⓒ SR타임스

 

 

배임죄의 '임무에 위배'라는 말은 필자가 배운 법률 중에서 여전히 가장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부실대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저축은행 회장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사건에서 이것이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부산저축은행 임직원의 부실대출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렇게 판시하였다.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2009도14464). 동어반복이고 너무나 추상적이다. 행위규범 내지 재판규범으로 쓸 만한 명확한 기준은 사실 없는 것이나 진배없다. 특히 회사 임직원의 업무 수행 행위가 어느 정도 수준이면 배임죄로 처벌될 것인지 애매모호하다. 배임죄 재판은 그래서 어렵고 무죄율도 높다.


2009년 7월 1일 이후 기소된 사건에 적용되는 배임죄 양형기준은 이득액에 따라 상당히 높은 형벌을 가하도록 정해져 있다. 특별감경인자가 없는 기본구간의 경우 이득액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은 4∼7년, 300억원 이상이면 5∼8년이 권고형량이다. 온정적이라고 비판받았던 법원의 선고형량은 그 후 확연히 달라졌다. 기업인들이 경영상 행위에 대해 배임죄로 기소되고 엄한 형벌을 선고받는 경우가 늘어났다. 국회에서는 경제민주화 흐름에 편승하여 배임죄의 이득액이 300억원 이상인 경우 징역 15년 이상을 선고하도록 하는 강경한 법안까지 등장하였다.


그러나 경영판단의 원칙을 고려한 배임행위의 개념에 대한 엄격한 기준설정 없이, 다시 말하면 배임행위에 대한 해석기준을 종전처럼 관대하게 해석하여 실무운영을 하는 상태에서 이득액만을 기준으로 설정된 양형기준을 추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구체적 타당성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고, 경제주체의 경영활동을 부당하게 제약할 수 있다. 배임행위에 대한 엄격한 해석론과 기준을 먼저 설정하고 유·무죄 판단을 엄정히 한다는 전제가 충족된 후에 엄정한 양형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순서다. 배임에 대한 판단기준은 종전처럼 운용하면서 여론에 밀려 무조건 엄벌하는 쪽으로만 형사사법을 운용해서는 안 된다.

 

이제 경영판단의 원칙과 배임죄의 관계에 관한 선진법치국가들의 입법례와 실무례를 면밀히 검토하여 배임죄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재설정하여야 한다. 경제주체들에게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경제활동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해주는 데 사법의 본령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형법 제247조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 배임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임무위배행위와 고의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경영행위와 관련된 배임죄의 고의는 의도적인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 필요하면 입법적 보완도 해야 한다. <바른선거문화연구소장. hwang0844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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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이언트는 신이 주신 선물

 

 

▲ 황정근 변호사 ⓒ SR타임스

 

변호사들은 의뢰인을 ‘클라이언트’라고 부른다. 클라이언트는 광고업계에서 광고주를 말하고, 사회복지, 심리요법 분야에서는 도움을 청해 상담이나 치료를 의뢰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최근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정보를 공급하는 서버의 반대개념으로 클라이언트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다.

 

클라이언트(의뢰인)와 패트런(후원자)의 어원은 라틴어 클리엔테스와 파트로네스다. 기원전 753년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는 100명의 귀족을 소집하여 원로원을 만들었다. 이 100명이 바로 파트로네스다. 원로원은 나중에 300명으로 늘어난다. 현재 대한민국 국회의원 숫자와 똑같다.

 

로마의 파비우스 가문은 어린 후계자만 남겨두고 일족 모두가 로마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한다. 파비우스 가문의 귀족은 306명밖에 안 되고 클리엔테스가 4천여명이나 되었다.

 

로마 귀족은 부동산 소유권에 비례하여 국가에 병력을 제공해야 했는데, 함께 하는 클리엔테스가 많이 있어서 그것이 가능했다. 파트로네스가 위기에 처하면 클리엔테스가 도왔고, 클리엔테스가 위기에 빠지면 파트로네스가 도왔다. 클리엔테스가 사업을 시작하면 파트로네스가 도와주었다. 클리엔테스는 가족의 혼사, 교육, 취직, 소송 문제를 파트로네스와 상의하였고, 파트로네스가 도와주었다. 파트로네스가 공직에 출마하면 클라이언트들이 나서서 표를 몰아주었다. 파트로네스의 의무는 12표법(BC449)에도 나와 있다.

 

파트로네스는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한 다음, 아무리 바빠도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클리엔테스들을 면담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일종의 민원상담이자 고충해결의 시간인데, 그것이 최우선이었다. 그 후에야 다른 귀족을 만나거가 다른 볼일을 보았다.

 

파트로네스와 클라이언트의 관계는 강자와 약자의 관계 이상의 내밀한 관계였다. 양자 사이에는 피데스(신의)가 가장 중시되었다. 한쪽이 재판을 받더라도 다른 쪽은 증언거부권이 있었다.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대결이 막판에 이르렀을 때다. 8년 동안 갈리아 전쟁에서 카이사르의 오른팔이었던 라비엔누스는 반대편 폼페이우스에 붙기 위해 카이사르 곁을 떠난다. 정치적 이유 때문이 아니다. 라비엔누스는 피체노 출신의 평민인데, 조상 대대로 폼페이우스의 클리엔테스였기 때문이다. 파트로네스와의 피데스를 지키기 위해 부득이 카이사르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잘 알기에 카이사르도 라비엔누스를 욕하지 않았다.

 

로마 귀족의 힘의 기반은 토지가 아니라 바로 인간이었다. 귀족과 평민의 대결은, 파트로네스와 클리엔테스로 맺어진 귀족-평민 세력과 그런 관계 밖에 있는 평민 사이의 투쟁이었다. 그래서 파트로네스는 클리엔테스의 숫자를 늘리는 데 열심이었다.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위임계약서에는 의뢰인이 ‘갑’이고 변호사는 ‘을’이다. 의뢰인이 변호사를 믿고 일을 맡기기 때문에 의뢰인이 갑이다. 예전에는 갑과 을이 바뀌어 있었던 적도 있다. 밤이건 휴일이건 휴가 중이건 갑의 요구가 있으면 이에 응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 을의 숙명이다.

 

오늘날 신뢰재(信賴財)는 사회적 자본이라고 일컫는다. 개인과 개인, 조직과 개인, 조직과 조직 사이에서도 신뢰가 중요하겠지만, 신뢰가 가장 요구되는 것은 역시 위임관계인 클라이언트와 수임인(受任人) 사이에서이다.

 

정치인이나 공복(公僕)에게 클라이언트는 바로 국민이다. 입법․사법․행정의 모든 권력은 클라이언트이자 ‘갑’인 국민이 수임인을 신뢰하고 잠시 맡긴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마치 자신이 ‘갑’인 것처럼 착각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대기업에게는 중소기업과 소비자가 바로 클라이언트이자 ‘갑’이다. 클라이언트의 신뢰를 받으며 더불어 살아가야 비로소 대기업도 지속가능하다.

 

‘을’은 클라이언트를 바라보고, 클라이언트의 신뢰를 잃지 않고, 클라이언트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고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고 정성을 다하여 클라이언트를 대변하고 옹호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오늘날의 ‘파트로네스’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클라이언트 지향의 생존방식이 아닐까.

 

우리 모두 “클라이언트는 신이 주신 선물”이라는 명언을 되새겨야 할 때다. <바른선거문화연구소장. hwang0844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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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와 법무부의 문민화가 답이다

 

 

▲ 황정근 변호사 ⓒ SR타임스

 

 

1948년 대한민국정부 수립 후 공포된 법률 제1호는 정부조직법이다. 그 후 6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행정각부의 명칭은 수시로 바뀌었다. 정권의 필요에 따라 이름이 바뀌니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외-내-재-법-국-문-체-농-상-동-건-보-노-교-체-문” 학창시절 행정법 공부를 할 때 외운 행정각부 16개의 서열 순서다. 외무부, 내무부, 재무부, 법무부, 국방부, 문교부 등등이다. 지금도 그대로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의 행정각부는 이름도 길어졌고 순서도 바뀌어 정부조직법을 찾아보지 않고서는 서열을 알 수 없다.

정부 수립 이래 명칭이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데가 있다. 바로 법무부와 국방부다. 그만큼 변화가 없었다는 말이고, 시급히 개혁되어야 한다는 말도 된다.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행정각부의 실·국장은 고위공무원단 소속 행정공무원(1-3급)이 맡도록 되어 있는데, 유독 법무부 실·국장은 검사가, 국방부 실·국장은 군인이 맡을 수 있도록 예외규정이 있다. 그러다 보니 법무부는 검사가, 국방부는 군인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 심하게 말하면 법무부는 ‘검찰부’이고 국방부는 ‘육방부’다. 원래 검사는 검찰청에서, 군인은 합참이나 각 군에서 일하는 국가공무원이다. 그래서 계급과 예우도 일반공무원과 다르다.

먼저, 법무부부터 보자. 홍만표 전 검사장의 법조비리 사건, 사상 초유의 진경준 검사장의 뇌물수수 사건, 파워 헤러스먼트로 의심되는 검사의 자살 등등 일련의 검찰 스캔들이 국기를 흔들 정도가 되면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신설 및 검찰수사권에 대한 통제 강화 등의 검찰개혁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여기서 왜 법무부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지를 생각해본다. 핵심은 법무부가 검찰에 장악되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법무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검찰청의 수사관을 겸임하면서 수사수당을 수령하여 국고를 축냈다는 보도가 있었다. 더 심각한 것은 검사의 법무부 파견근무다. 차관급 예우를 받는 대검검사(지방검사장)급 검사가 1-2급이 맡는 법무부 실·국장에 보임되고, 1급 예우를 받는 부장검사가 3-4급이 맡는 과장 자리에 보임되어 있다. 더욱이 일반 검사들이 각 과에 소속되어 5급 사무관 역할을 하고 있다. 도대체 말이 안 된다. 그 신분에도 맞지 않고 예산도 낭비된다. 다른 행정부처와 균형도 맞지 않다. 검사의 파견근무 기간이 짧으니 전문성도 문제다.

2만명이 넘는 변호사 중에서 사무관 이상 법무행정 공무원을 뽑아 그들이 전문성을 갖추고 계속 근무하게 하면 검사의 법무부 파견근무는 더 이상 필요 없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예산 절감 효과도 크고, 법무행정의 전문성도 제고된다. 일선 검찰청에서 고유의 검찰 업무를 수행할 검사가 부족하다고 하면서 검사를 이렇게 법무부 및 다른 행정기관 파견으로 소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차제에 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을 대검찰청에 이관하고, 법무부는 일반법무, 인권, 국가소송, 교정, 범죄예방, 출입국·외국인 등 고유의 법무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관계를, 현재의 안전행정부와 경찰청의 관계처럼 바꾸면 법무부의 문민화를 달성할 수 있다. 법무부가 문민화 되고 검찰국을 이관하면 굳이 검찰 출신만이 법무장관을 맡아야 할 이유도 없다.

<문민화 되어야할 법무부(왼쪽), 국방부(오른쪽)>

 

다음, 국방부도 문민화 되어야 한다. 북한핵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사드 배치라는 안보상 핵심이익이 걸린 문제를 풀어가는 우리 국방부의 솜씨가 서툰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보기에 해결책은 국방부의 문민화에서 찾아야 한다.

미국헌법은 군인은 전역 후 2년이 지나지 않으면 국방장관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민간인이 국방장관을 맡는 것이 불문율이다. 독일의 경우도 차기 총리로 유력시 되는 폰데어라이언 국방장관은 민간인 출신 정치인이다. 한국전쟁 당시 국방장관이던 신성모나 이기붕은 군인 출신이 아니다.

사실 전쟁을 할 것인지 여부는 고도의 정치행위이므로 군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가 결정하는 것이다. 군인은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통제와 지시 하에 이미 결정된 전쟁을 수행할 뿐이다. 군인은 주어진 여건 하에서 명령에 따라 작전을 성공시키면 된다. 예를 들면 연평도가 포격을 당했을 때 반격이나 보복 작전을 할 것인가를 누가 결정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답은 명확하다. 군인 출신인 국방장관은 작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전술적인 판단을 우선시하여 보복이나 상응조치라는 정치적 결정을 주저하게 된다. 그것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최초로 대한민국 영토에 포탄이 떨어진 전대미문의 중대한 침략을 당하고도 자위권을 행사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다. 그 당시 민간정치인이 국방장관 자리에 있었다면 일반국민의 입장에서 상식적이고도 합당한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문민통제는 그런 것이다.

군대 내에서의 심각한 인권 침해 상황은 어떤가? 군인 출신에게 맡겨서 근본적인 처방이 나올지는 의문이다. 차제에 민간인 출신의 국방장관을 임명하여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여야 한다. 전시는 물론이거니와 평시에 장병의 인권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을까. 건강한 병영생활이야말로 전투력의 원천이다. 국방부에 장병인권 전담 부서(가칭 인권국)를 신설하고 외부인이 참여하는 장병인권위원회를 구성하여야 한다. 군인의 시각이 아니라 자식을 군대에 보낸 일반국민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각 군을 통제하는 것은 역시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이어야 가능하다.

1993년의 김영삼 정부를 ‘문민정부’라고 부른다. 그 이전의 제5~6공화국 정부도 사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이 전역 후에 대통령이 되었으므로 형식은 문민정부이지만 실질은 군사정부다. 그래서 1993년부터 진정한 의미에서 문민정부가 탄생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법무부와 국방부는 시급히 문민화 되어야 한다. 그것이 개혁의 핵심이다. 대통령을 도와서 막강한 힘을 가진 검찰과 군을 문민 통제하는 것이 법무부와 국방부의 임무다. 법무부와 국방부를 검찰과 군이 장악하고 있으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문민화가 시기상조라는 주장은 검찰과 군이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것과 같다. <바른선거문화연구소장. hwang08442@daum.net>

[황정근 변호사 경력]

2015.03 ~ 황정근법률사무소 변호사
2004.03 ~ 2015.02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02 ~ 2004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장판사
2000 ~ 2002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부장판사
1998 ~ 2000 서울고등법원 판사
1996 ~ 1998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1996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 판사
1993 ~ 1996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판사
1991 ~ 1993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
1989 ~ 1991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SR타임스 deasimmm@sr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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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한 개헌 4원칙

 

 

 

게재일:  2016.06.28

 

 


 

▲ 황정근 변호사 
 

 

개헌론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지난 4·13 총선 결과 여소야대가 되고 아직 여·야 통틀어 압도적인 유력 대권후보가 없는 상황이 이번에는 개헌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여론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13일 제20대 국회 개원식에서는 정세균 국회의장도 ‘개헌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거들었다.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우윤근 전 국회의원이 국회 사무총장에 임명되는 등 국회와 정당 차원에서는 개헌 적극 추진파가 늘어나고 있다.

 

국민여론도 과반수 이상이 개헌에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경제살리기를 이유로 개헌을 정국의 블랙홀로 여기며 극력 반대해온 박근혜 대통령도 사실은 2000년부터 개헌을 주장했다. ‘권력구조 개편과 생존권적 기본권 확충을 위한 개헌’이 지난 대선 때의 공약이었으므로, 박대통령도 향후 여론의 향배와 정국 상황에 따라서는 개헌 지지·추진 쪽으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학계나 국민들 사이에서도 ‘1987년 헌법’을 30년 시행하면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개헌은 추진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여·야가 협치의 정신을 살려나간다면 개헌은 절차적으로는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제19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자문기관인 헌법개정자문위원회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헌법개정안을 만들어 놓았다. 앞으로 국회에서 개헌특위(헌특)를 구성해서 논의하면 된다.

 

<헌법 전문 / 출처: 헌법재판소 블로그>
 

 

앞으로 개헌을 논의하고 추진할 때 다음 네 가지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첫째, 정치권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개헌’이 되어야 한다. 개헌은 예컨대 국회·정당의 권한이나 키우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철저히 국민의 입장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개헌이 국민의 동의 정치적·정략적·당파적 차원에서 논의되어서는 안 된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헌법을... 개정한다.” 27년 전인 1987년 10월 29일 공포된 현행 대한민국헌법 전문(前文)의 일부다. 주어가 ‘우리 대한민국’이 아니라 ‘우리 대한국민’이다. 개헌은 바로 국민이 하는 것이다. 언제 개헌을 할 것인가도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 헌법개정권력은 어디까지나 국민에게 있다.

 

둘째, 개헌은 정부의 협조 하에 국회가 여·야 합의로 해야 한다. 헌법상 국민의 대표인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와 대통령에게 개헌 발의권이 있다. 대통령이 반대한다고 해도 국회의 개헌발의를 막을 수는 없다. 국민여론이 개헌에 적극적인 이상, 어느 시점에 가서는 박 대통령도, 나는 안 하겠으니 국회에서 알아서 하라는 것보다는, 나도 돕겠다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정부도 ‘헌법연구반’을 가동하여 국회를 적극 도와야 한다. 헌특에서 여·야 갈등이 첨예화하는 것을 막고 합의개헌을 성사시키기 위해 1987년 개헌 과정에서처럼 여·야 동수의 ‘8인 정치회담’을 가동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셋째,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대폭 확충하는 개헌이어야 한다. 기본권 확대야말로 개헌을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다. 기본권 부분은 손 볼 것이 많다. 국제적 인권 수준과 기준에 맞게 최신의 것으로 다듬어야 한다. 판례도 반영해야 한다. 기본권 분야는 헌법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면 된다.
국민의 기본권 확충을 위한 사법개혁방안도 개헌논의에 반영되어야 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통합 여부, 대법원과 상고법원의 이원화, 헌법재판의 강화, 명령․규칙에 대한 위헌심사권 일원화, 재판소원의 예외적 인정,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지명권 삭제, 선거소송의 헌재 이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의 외부 개방 등 사법개혁 과제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넷째, 권력구조 부분은 급격한 변화를 피하고 현 제도의 보완·개선에 그쳐야 한다. 현재 개헌론은 권력구조를 대통령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중 어느 하나로 개편하느냐 하는 문제, 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할 것인가 하는 문제, 지방자치·분권을 강화하는 문제 등을 중심으로 하여 백가쟁명식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 방안은 국민여론도 나뉘어 있고 정치권에서도 쉽게 타협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켜 바람직한 정부형태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의원내각제로 바꾸려면 극심한 의견대립이 야기될 공산이 크다. 국민이 직선제 대통령을 선호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단임의 폐해를 극복하고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자는 데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4년 중임 대통령제나, 직선 대통령은 외교·안보·국방·통일을, 국회 선출 총리는 내치를 맡는 혼합제로 가는 정도의 보완만 해야 한다.
 
헌법은 국민통합의 상징이다. 개헌이 갈등을 확대시키고 국력을 소진시키는 일이어서는 안 된다. 국민과 국회와 정부 모두가 동의하는 ‘국민을 위한 개헌’이 이루어져야 한다.
<황정근 바른선거문화연구소장. hwang08442@daum.net>
 
[황정근 변호사 경력]
2015.03 ~                황정근법률사무소 변호사
2004.03 ~ 2015.02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2002 ~ 2004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장판사
2000 ~ 2002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부장판사
1998 ~ 2000            서울고등법원 판사
1996 ~ 1998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1996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 판사
1993 ~ 1996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판사
1991 ~ 1993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
1989 ~ 1991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SR타임스  deasimmm@sr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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