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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아침 협회 단톡방에 한 장의 사진이 ‘신문 배달’ 같이 올라왔다. 다름 아닌 한국일보 기획면 ‘데이터로 읽는 미스코리아’의 데이터 조사·분석 역할을 담당했던 박서영 회원을 자랑하기 위해 최종욱 DB컨텐츠부장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신문지면 캡쳐 이미지를 서둘러 올렸던 것이다.


 

<박서영 회원이 자료조사 바이라인으로 참여한 한국일보 view& 미스코리아 특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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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단톡방에선 한국일보에 대한 격려와 지지, 최국장의 리더십에 탄복을, 후속타를 기대한다 등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신문을 펼쳐놓고 읽어보면 알겠지만 ‘데이터로 읽는 미스코리아’의 기사는 박서영 회원의 자료제공이 밑바탕이 되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런 일을 접하는 협회의 역할은 우리 협회원들의 활약을 널리널리 퍼트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곧바로 전화 취재에 나섰다.

 

=어떻게 기획기사에 참여하게 되었나.
회사가 미스코리아 60주년을 맞이해 기획 기사를 아이템을 준비하던 중, 사업팀에서 보유하고 있는 본선진출자 신청서를 토대로 데이터 분석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편집국은 긍정적으로 데이터분석 협업을 요청을 했고, 2주에 걸친 자료분석을 정리해 넘겼다.

 

=어떤 것을 분석했나.
대회 첫해 1957년부터 2015년까지 본선진출 미스코리아의 체형(키, 몸무게), 장래희망, 좋아하는 음식과 영화, 출신학교, 학과, 취미, 특기 등을 전체, 역대 진(眞)별, 10년 구간별로 빈도수와 평균을 분석 정리하였다.

 

=데이터 분석은 어떻게 했나
사전 회의를 통해 데이터 분석 항목을 미리 선정했다. 본선진출자 신청서를 보고 데이터를 엑셀 시트에 입력했다. 입력된 미가공 데이터(raw data)를 평균분석과 R통계분석 프로그램을 통한 빈도수 측정으로 분석을 할 수 있었다.

 

=앞으로 편집국과의 협업이 계속될 것 같은가. 협업을 위한 조건이 있겠는가.
도움을 주고 싶은데 대상이 없으면 DB컨텐츠부는 편집국에 큰 의미가 없겠죠. 기획이나 취재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하려면 그 상대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편집국과 원할한 소통창구가 마련되어야하고 그것이 자연스러워야겠죠.

 

=끝으로 한국일보는 ‘조사기자’를 당당히 밝히고 일을 한다. 조사기자로서 앞으로 포부가 있다면.
조사기자라는 신문을 만드는 기자들에게 필요한 자료를 조사하거나 데이터를 분석해 신문제작에 필요한 기초를 탄탄하게해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우선 기본은 편집국과 원활한 소통이며  그 기초를 튼튼히 하기 위해 많이 고민과 노력을 하고 싶다.

 

<한국일보 DB컨텐츠부 한켠 최신 발행신문 보관함>

 

한국일보 회원들의 노력이 지면으로 결실을 맺기까지 밤낮으로 고생을 했을 모습이 상상된다. 이러한 노력은 인터뷰에서 늘 강조했듯 편집국과 원활한 소통을 하는 것, 신문 제작에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점이다.

 

전화 인터뷰를 끝내고, 며칠 전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협회가 단체관람하면 좋겠다”는 연배 있는 선배의 제안이 떠올랐다. 그 영화 주요장면에 2000년대 미국 신문사내 조사부와 조사기자가 일하는 모습이 나온다고 했다. 곧장 집에서 영화클립을 다운로드 받아 PC앞에서 보았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보스턴 글로브 내 ‘스포트라이트’팀의 가톨릭 보스턴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하는 내용이다. 일반인은 성역이었던 가톨릭교회를 고발했다는 사회정의에 박수를 보냈겠지만, 영화속 15분간 나오는 조사부와 조사기자의 좁거나 너른 역할과 과거, 현재, 미래를 나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가장 협소해 보였던 역할은 기자가 요청하는 자료 리스트를 받아 관련 자료를 검색하고 출력하거나 복사해서 한꺼번에 북트럭에 담아 전달하는 것이었다. ‘소극적’인 영역이며, ‘익숙한’ 영역이다.

 

<장면1 . ‘스포트라이트’팀 맷 캐롤 기자가 조사부 자료실로 자료 리스트를 들고 와 관련 자료 수집을 요청하고 있다. 출처: 영화캡쳐>

 

 

<장면2 . 자료담당 직원이 신문 스크랩함에서 관련 기사를 손으로 직접 찾고 있다. 기사DB가 없던 시절에는 신문사의 조사기자는 ‘칼’과 ‘자’로 스크랩을 해왔었다. 일종의 아날로그식 주제별 클러스터링인 것이다. 출처: 영화캡쳐>

 

 

<장면3 . 기자의 의뢰로 관련 자료를 기사 주제별 스크랩함에서 수집하는 과정. 출처: 영화캡쳐>

 

<장면4 . 마이크로필름으로 보관된 신문지면 속 관련 기사를 찾는 모습. 요즘 PDF로 저장이 전부라고 할지 모르지만 마이크로필름으로 보관의 장점은 아직도 유효하다. 출처: 영화캡쳐>

 

<장면5. 자료실에서 찾은 방대한 관련 자료를 북트럭에 모아 한꺼번에 전달하는 모습. 출처: 영화캡쳐>

 

다음에 설명할 장면은 조사기자로선 변곡점이다. 보스턴교구 내 성추행·성폭행으로 문제가 된 사제를 찾아내는 결정적 단서를 조사기자와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다. 인터넷으로 전혀 공개되지 않는 데이터를 문헌자료실 내 보관된 ‘교구청 발행 연감’을 통해 찾는 모습이다.
인터넷으로 공개된 데이터는 전체 데이터의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비저블(invisible) 데이터로 출판물이나 전문DB를 통해 찾아야 한다. 언론사내 정보전문가인 조사기자가 이 분야에선 최고로서 전문가 역할을 해야 한다.

 

<장면6. 이 장면은 보스턴교구 내 문제의 사제를 찾아내는 결정적 단서로 활용된 교구청 발행 연감을 문헌자료실에서 조사기자가 찾아 주는 모습이다. 출처: 영화캡쳐>

 

<장면7. 문헌자료실 한 구석에서 연도별 연감을 넘겨보고 흥분을 감추지 않는 ‘스포트라이트’팀 기자들. 출처: 영화캡쳐>

 

<장면8. “Sick Leave”라는 단서를 교구청 발행 연감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 이와 유사한 단어도 영화 속에선 기자들이 찾아낸다. 결국 인비저블(invisible) 자료에서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는 전쟁이 시작된다. 출처: 영화캡쳐>

 

영화속에서 중요하게 봤던 건 결국 뉴스룸 내 기자와 조사기자간의 커뮤니케이션, 협업을 통해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기자들이 파트너로서, 가이드로서 조사기자와 리서치를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미리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소통이 중요하다.

 

마지막 영화 속 장면은 ‘스포트라이트’팀이 연감을 통해 찾아낸 문제가 된 사제들을 찾아서 엑셀 시트에 하나씩 입력해 나가는 모습이다. 이는 심층적 탐사보도 기법인 CAR(Computer-Assisted Reporting)를 활용하는 데이터 작업이다. 단언컨대 뉴스룸내 기자와 조사기자의 협업의 정점은 데이터저널리즘일 것이다. 단순히 북트럭에 한꺼번에 싣어 요청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분석해서 새로운 가치를 담은 데이터를 뉴스룸에 전달하거나, 직접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기사로 작성하는 영역까지 이 영화가 보여준 15년 전의 모습에서 15년이 지난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매김 되어야 하는게 아닐까.

 

 

<장면9. 엑셀 시트에 문제가 된 사제들을 데이터로 입력하는 과정. 이때는 CAR기법에 엑셀을 가장 많이 활용했다. 출처: 영화캡쳐>

 

<장면 . 연감속 내용을 엑셀로 입력하고 있는 맷 캐롤 기자 모습. 출처: 영화캡쳐>

 

위 장면의 맷 캐롤 기자는 조사기자로 활약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15여 년 전에 보여지는 조사기자의 역할은 데이터의 수집과 가공 작업의 전문가였다. 현재 데이터저널리즘으로 이어지는 탐사보도에서 ‘의미있는 사실’을 찾아내는 중요하는 역할을 담당하길 기대하고 있다.

 

끝으로 우리 협회는 오래전부터 정보전문가로서 언론사 조사기자는 정보를 분석하고 의미 있는 결과를 추출해 편집국·보도국에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굳이 뉴스룸내 기자들의 정식 요청이 없다고 수동적 입장이 아니라, 뉴스룸내 최고의 정보전문가인 우리가 새로운 뉴스콘텐츠 제작 과정에 참여할 일은 없는지, 편집국·보도국 기자와 우리가 협업할 것은 없는지 적극적으로 조직과 소통해야 한다. ‘사일로(silo)’란 단어가 있다. 회사 안에 성이나 담을 쌓고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부서를 일컫는다. 언제부터 우리 조사기자들이 스스로 그러하지 않았는지 자문해 보자.

 

(취재/정리=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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