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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은 문화일보  [오피니언] '오후여담'을 옮긴 것을 밝힙니다.

 

 

출처: 문화일보

 

 

박현수 조사팀장

중국을 오늘의 경제 대국으로 만든 지도자는 덩샤오핑(鄧小平)이다. 150㎝ 남짓한 키 때문에 ‘작은 거인’으로 불렸다. 20년 전인 1997년 2월 19일 93세를 일기로 타계하기에 앞서 그는 유언을 남겼다. “장례식은 물론, 빈소도 차리지 마라, 각막은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고, 시신은 의학연구용으로 기증해라, 화장 후 뼛가루는 바다에 뿌려라.” 그의 유언은 대체로 지켜졌고, 무덤과 기념관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

중국 개혁·개방의 디자이너로 불리는 덩샤오핑의 경제 정책은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의미다. 그의 가장 중요한 사상적 특징인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잘 드러낸 말이다. 그는 공산권 지도자로서는 매우 독특한 리더십을 보였다. 당 간부들에게 “한 나라의 운명을 한두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집단지도체제를 통한 권력분립을 강조했다. 탄핵 정국을 맞은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비춰볼 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1982년 중국을 방문한 김일성에게 “대다수 인민이 빈곤에 처해 있는데 이것이 사회주의의 우월성이냐”며 개혁과 개방을 권유하기도 했다. 당시 김일성이 덩의 조언을 받아들였다면 지금의 북한과 한반도 정세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일부 당 간부가 자신들을 인민의 공복이 아닌 주인으로 착각하고 특권을 누린다면 반드시 부패한다.” 시진핑(習近平)이 가슴에 담고 있다는 덩의 어록 중 하나다. 시진핑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은 광둥(廣東)성 성장 시절 광둥성을 개혁·개방 특구로 지정할 것을 요구했고, 덩은 “혈로(血路)를 뚫으라”며 이를 승인했다. 그 결과 선전(深)은 중국 개혁·개방의 가장 큰 수혜지역으로 급성장했다.

덩샤오핑은 생전에 “미국과 반목하지 말고 서방에 대해 우호적으로 대하면서 내실을 다져라” “사회주의 이론과 핵무기를 만드는 사이 인민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배급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현실이 말이 되는가”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외교정책에서 주변 국가의 안정을 통한 경제 발전을 추구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사드 배치 문제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하는 시진핑, 걸핏하면 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김정은을 보면 덩은 뭐라고 할까.


문화일보 2017-02- 16 게재.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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