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글은 조선일보 2016년 2월 10일자  A27면3단 에 실린 글임을 밝힙니다.


 

도서관은 대통령이 필요해


유종필 관악구청장·전 국회도서관장
 
대통령과 도서관, 어울리는 조합일까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면 해외에서는 어울리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어쩐지 생경한 느낌을 준다.

먼저 외국의 예를 보자. '도서관 공화국'으로 불리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 후 '오바마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10억달러를 목표로 모금하고 있으며, 이미 절반을 넘겼다는 소식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도서관 마니아다. 그가 처음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필자가 만난 미 의회도서관 간부들은 "새 대통령에게 도서관에 대해 특별히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인식이 잘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상원 의원 시절 전미도서관대회에서 4만여명의 도서관인을 상대로 기조연설을 하여 기립 박수를 받았고, 도서관협회 기관지인 '아메리칸 라이브러리스'의 표지 모델로 선정됐다.

세계 최대·최고의 도서관인 미 의회도서관은 주요 건물의 명칭부터 애덤스(2대), 제퍼슨(3대), 매디슨(4대) 등 대통령의 이름에서 따올 정도로 초기 대통령들이 큰 관심을 갖고 국가 도서관 발전의 초석을 놓았다. 영화배우 출신 레이건 전 대통령은 그 바쁜 취임 첫해에 본관도 아닌 매디슨관 준공식에 참석했다. 대통령이 도서관을 중시하지 않으면 잡을 수 없는 일정이다.

프랑스는 20층 건물 4개가 연결된 초대형 국립도서관을 신축하고 '미테랑 도서관'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도서관 건립에 정성을 쏟았던 대통령에게 헌정하는 의미라고 한다. 미테랑 전 대통령은 신축 계획부터 부지 선정, 설계 당선작 선정 등 전 과정을 주도하면서 국무회의 때 직접 챙기고, 무려 40여회나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고 한다.

러시아에서 추앙받는 표트르 대제는 최초의 서구식 도서관인 과학아카데미도서관을, 에르미타주박물관을 있게 한 예카테리나 2세 여제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도서관을 설립했다. 푸틴 대통령은 2007년 연례 국정 연설을 통해 전국 도서관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될 현대식 디지털도서관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러시아 국가도서관은 권력의 심장부인 크렘린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있다. 권력과 지식 정보가 공존한다는 상징이다.

우리나라 대통령들과 도서관의 관계는 어떤가. 유감스럽게도 재임 시 도서관에 큰 관심을 나타낸 분은 눈에 띄지 않는다. '김대중도서관'에 이어 '김영삼도서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는 것은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친(親)도서관 행보를 하지 않은 것은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급했기 때문으로 이해하고 싶다. 그러나 현대는 지식 정보 사회이기 때문에 더 잘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도서관 기능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요즘 부쩍 강조하는 문화 융성, 창조경제, 인문학 진흥, 국민 행복을 위해서도 도서관이 중요하다. 도서관 발전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최고 지도자의 관심이다.

올해는 윤년이라 하루 더 있다. 366일 가운데 이 여분의 하루, 아니 한두 시간만 우리 대통령이 도서관에 할애해주기 바란다. 대통령이 어느 날 예고 없이 동네 작은 도서관에 들러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대화하면서 도서관과 독서의 가치에 대해 한말씀 해주기를 기대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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