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 최우수상>

나는 사실을 존중한다

 

김미림 연세대학교

 

 

9•11 테러의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은 필시 많은 이들의 가슴에 애도와 연민 환호와 감사라는 상반된 감정을 자리하게 했을 것이다. 인류애적 측면으로 본다면 수많은 것들을 등에 지고 살아야 했던 나약한 한 인간의 최후가 안타까웠다. 비무장 상태의 인간을 무참히 사살한 미국의 행위가 과도한 처분이었다. 보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지난 2001년 그 끔찍했던 순간으로 기억을 되돌려 볼 필요가 있다. 테러집단에 의해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죽었다. 직접적 피해자는 아닐지라도 소중한 가족을 친구를 이웃을 잃어야만 했다. 심지어 그들이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이는 사건의 본질이자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임에 주목해야만 한다.

 

간혹 이 사실을 외면한 이들은 범죄자의 인권을 논하고 범죄자에 대한 처분을 가리켜 명분 없는, 과도한 보복행위 정도로 그 가치를 폄하해 버리는 우를 범하곤 한다. 범죄자의 인권을 논하기 이전에 그 범죄자로 인해 무참히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을, 그들의 인권에 대해 더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한 언론에서는 “비무장 상태의 빈 라덴을 현장에서 사살한 것은 ‘정의’라 할 수 없다“ 라고 했다. 이 대목 앞에 “아무리 테러범을 응징하는 게 당연하다 해도” 라는 전제가 붙는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테러범을 응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가 충분한 무장을 하고, 자신의 요새를 강화시킨 후 만반의 준비를 끝낸 후라면 그의 응징은 정당했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이는 비판을 위한 비판에 지나지 않을 뿐 만 아니라 사실을 정확히 보려는 시도마저 회피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각 국가에는 대 테러범에 대한 처분 및 대응에 대한 원칙이 있다. 누가 보아도 죄질이 나쁜 자, 명백한 죄인인 경우 생포가 아닌 사살이 원칙일 수 있다. 자그마치 10년을 기다렸다. 빈 라덴 한 사람을 잡기 위해 국가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들였고 피해자의 가족들은 슬픔을 억눌러야 했으며 그 당사자들은 영혼의 위로도 받지 못했다. 이 모든 손실을 빈 라덴 한 사람의 죽음보다 가치 없다 할 수 있는 것인가? 어느 나라도 국제법을 국내법에 준하는 위치에 두지 국내법보다 우위에 두는 국가는 없다. 국제법 위반 행위라 할지라도 국내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면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로 치부할 수는 없다.

 

우리는 사실이라는 것을 중심에 놓고 좌우를 살펴 보아야 한다. 테러행위는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행위다. 피해자들은 어떤 무장도 할 수 없으며 자신이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조차 할 수 없다. 이미 테러범들은 이 사실을 알고 실행에 옮긴다는 점은 명확한 사실이다. 이마저 눈을 감을 것인가? 그러므로 테러행위는 그 어떤 이유에서도 용서 받을 수도, 선처를 구할 수도 없는 행위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표현이 조금은 강하게 다가올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대 테러범들의 행위를 인권이라는 보기 좋은 이유로 옹호해 버린다면, 오히려 테러집단, 자신들만의 시각으로 정당성을 찾아 국제사회를 불안과 혼란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을 가능성이 있음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정의’란 테러를 자행한 이들을 사랑과 관용으로 안을 것이 아니라, 그 끔찍한 행위의 끝은 더욱이 끔찍함을 알리고, 너와 나 우리 모두의 목숨이 숭고하고 소중한 것임을 일깨울 때 실현되는 것이다. 시대는 빈 라덴의 죽음을 놓고 이런저런 평가로 사실의 가치를 흐리게 만들지만 분명 역사는 기억할 것이다. 과거 일제의 카미가제와 같이 국가에 충성하는 길이자 명예로운 죽음처럼 포장된 헛되고 부질없는 죽음이었음을.. 어쩌면 빈 라덴의 대의라는 것을 위해 스스로의 목숨을 내 놓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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