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징후’도 함부로 무시하지 마라

 

 

 

▲ 이대현

 

 

 

모든 일에는 징후가 있다. 대형 참사가 일어나려면 수백 번의 작은 사고가 앞서고, 심한 병을 앓기 전에 신체에 작은 이상들이 나타나듯이.

때론 영화의 상상이, 아니면 과거 사건에 대한 재조명이 그 징후를 일려주기도 한다. 그 상상과 재조명은 일종의 ‘예감’이다.

 

 

▲ 영화 '빅 쇼트'의 한 장면. ⓒ SR타임스

 

 

아담 맥케이 감독의 영화 <빅 쇼트>는 어떤 이유로든 우리가 그 징후를 무시하면 얼마나 끔찍한 일을 만는지 알려준다. 2008년 미국의 경제붕괴를 가져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의 결말은 끔찍하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몰락, 5조 달러 증발, 800만 명의 실업자, 600만 가구의 주택상실. 미국 월가의 대형은행들과 신용평가사들, 정부와 언론의 부도덕과 불감증이 가져온 결과이다.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로 시작하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2008년 서브파라임 모기지론의 부도로 미국의 주택시장이 붕괴할 때 ‘빅 쇼트’로 대박을 터뜨린다. 캐피털 대표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 펀드매니저 마크 바움(스티브 커렐), 도이치방크의 트레이더 제러드 배넷(라이언 고슬링), 전 트레이더 벤 리케르트(브래드 피트)와 그의 도움으로 떼돈을 버는 신참내기 자산관리사 찰리와 제이미가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부실을 예상하고, 역발상으로 은행과 CDO (주택담보부증권)에 대한 CDS(신용부도스와프)를 맺는다. 모두 어리석은 투자라고 비웃었다. 리먼 브라더스는 횡재를 했다고 생각했다. 모두 주택시장은 안정적이고, 주택대출을 안 갚는 사람은 없다고 믿고 있었으며, 주택가격은 계속 상승했다. 신용평가사들은 CDO에 계속 최고등급(AAA)을 매기고, 튼튼한 월가의 채권부도지불능력을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엄청난 자료 분석과 현장 확인을 통해 월가와 은행 신용평가사들의 거짓말을 꿰뚫어 보았으며, 주택구입을 부추기면서 국민을 속이고 있는 사회제도의 모순을 간파했다. 집주인이 개 이름으로 대출을 받고, 집은 100채나 되는데 텅 비어 사는 사람은 겨우 네 명뿐이고, 무직장 무소득 대출이 판을 치고, 스트리퍼가 치료사로 신분을 속이고 담보대출로 집을 다섯 채나 샀다.


그들은 알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대출이, 그것의 연체율이 600만 가구에 육박하는데도 등급가게로 전락한 신용평가사들이 경쟁사에 고객(은행)을 뺏기지 않으려 AAA등급을 고집해 오히려 CDO 채권가격이 상승하는 기현상을 만들고, 이미 서브프라임 손실이 5%를 넘어섰는데도 증권화포럼에서 은행들은 모기지사업 번창을 떠들고, 친구인 기자는 월가와 유착한 언론에 물들어 “예감에 인생을 걸 수 없다”며 진실보도를 외면한다는 사실을.


마크 바움이 “이건 사기야”라고 외치지만,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다. 영화 <빅 쇼트>가 꼬집은 대로 사람들은 나쁜 일에 대해 생각하기를 꺼리거나, 그것을 축소한다. 진실은 시와 같은데 대부분 사람들은 시를 혐오한다. 불법과 사기로 징후가 명백히 보이는데도 사람들은 불감증과 외면으로 재앙을 불러들인다.


징후를 무시한 재앙의 댓가는 대부분 아무런 힘없는 국민, 즉 우리 신이 치러야 한다.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의 ‘한한령’이 본격화한 느낌이다. 한국으로의 여행금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대한 압박을 넘어, 노골적인 반한 감정이 중국인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그것이 자연발생적이든, 중국 정부의 은밀한 지시에 의해서든 사드배치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한류와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고, 화장품과 유통업으로 번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이 북한을 껴안으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너 자칫 안보를 위해 선택한 사드로 ‘게도 잃고 구럭도 잃는’ 최악의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을 상징하는 ‘한한령’도 징후가 있었다. 지난해 한류의 중국유입을 비공식적으로 막을 때였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어떻게 했나. 근거 없는 것이라고 호도하거나 별 것 아니거나 일시적 현상이라며 무시하고, 외면했다. 그래놓고 둑이 터지자 지금에야 허둥대지만 쏟아지는 물에 속수무책이다.


어디 이런 징후를 무시한 일이 한 두 번이었나. 이 정부를 무너뜨리고 있는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에도 숱한 징후가 반복됐지만 권력에 아부하는 인간들에 의해 무시됐다. 아무리 작은 징후도 무시하지 마라. 그때부터 준비하고 대비하라.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막는 정도가 아니라, 들판 전체가 절단나지 않게.


 

이대현 주필 guriq@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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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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