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반란’ 경고메세지

 

 

 

▲ 이대현

 

2000만 마리. 올 겨울 찾아온 AI (조류 인플루엔자)로 살처분된 가금류의 숫자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는 사이, 우리나라 인구의 3분의1이 넘는 닭과 오리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농가와 식당들의 절망과 아픔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어마어마한 양을 땅에 묻었으니 환경오염은 또 어찌할꼬. 지금이야 겨울이어서 괜찮겠지만 여름이 되고 장마가 지면 2000만 마리의 썩은 닭과 오리가 토양과 지하수로 스며들 것이다.


 

< 출처 : SR타임스 >

 

 

조류독감으로 불리는 AI는 야생조류가 닭이나 오리에게 전파하는 급성 바이러스 질병으로 한번 유행하면 걷잡을 수 없다. 아무리 방제를 하고, 사전에 차단작업을 펼친들 어느 총리의 하소연처럼 “날아다니는 새들에게 가만히 있어” 라고 명령할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속수무책, 빨리 봄이 와서 철새들이 돌아가고 기온이 올라 바이러스가 저절로 죽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인가.


백신도 좋고, 울타리도 좋지만 역시 최선의 방책은 인간이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한 것처럼 닭과 오리들의 면역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최선의 방법은 말 그대로 옴짝달싹 못하는‘닭장’이 아닌 ‘자연’ 속에서 자라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소와 돼지 등이 걸리는 구제역과 함께 AI를 두고 인간이 탐욕으로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고 있는 것에 대한 동물들의 최후의 반란, 자신의 목숨까지 내던지는 항변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새>의 경고가 결코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AI의 창궐은 처음이 아니다. 3년 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위력으로 전국의 축산농가를 초토화시켰다. 그때에도 열악한 사육환경개선 정책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그러니 이번에 또다시 AI 폭풍을 맞을 수밖에.


자연이 이렇게 결사적으로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데도 이를 무시하면 어떻게 될까. 아직은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간에 옮겨지는 경우가 드물지만, 언젠가는 사람이 감염되는 유행성 독감으로 변이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지난해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단백질을 갖고 있어, 각종 독감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변종에 대해서는 전혀 저항력을 갖지 못한다.


이미 그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사람에게 전염되는 것으로 밝혀진 조류독감 바이러스 중에 H5N1는 1997년 홍콩에서 6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고, 이후 베트남, 태국 등지에서도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죽음으로 항거하면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데도 그것을 무시하고 탐욕은 버리지 않은 채 알량한 과학과 의학으로 그것을 막아보겠다는 인간의 오만함이 부른 재앙 AI. 어떤 일이 더 벌어져야 인간은 자연에 대한 겸손한 마음을 가질까.

 

<주필ㆍ국민대 겸임교수ㆍ前 한국일보 논설위원>
이대현 주필  guriq@naver.com

이 칼럼은 에스알(SR)타임스와 콘텐츠 제휴로 게재하는 것이며, 외부 칼럼은 본 협회의 공식 의견과 편집 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여러 블로그 독자들의 많은 구독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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