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사기자협회는 제4회 대한민국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중 부문별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순차적으로 게재해, 신문 읽기·쓰기 문화 확산과 비판 지성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글쓰기를 확산하기로 했다. <편집자 주>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 이푸르메 (향일고)

 

 

 

<고등부  최우수상> 건국절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려 하지 마라.

 

모든 역사의 시초를 흔히들 건국이라 한다. 건국은 말그대로 나라를 세운다는 의미이며, 이 시점을 기준으로 역사와 선사가 나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역사의 시발점으로 기원전 2333년에 건국된 고조선을 내세운다. 그리고 그 이전의 시기를 역사가 없었던 시절, 즉 선사라고 부른다.

이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망국이 있다. '원래 있던 나라가 사라짐'의 의미를 갖고 있는 망국은 모든 역사의 종말이다. 국가가 소멸한 것이기에 망국 이후의 역사는 역사라고 할 수 없다. 법도 역사도 없는 망국 이후의 세상은 그야말고 초자연적이다. 

국가가 있을 때는 법으로 제약됐던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자연법칙이 세상에 정착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일부인사들이 주장하는 '건국설'은 가당치도 않은 것이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국호가 대한민국이고, 국기가 태극기인 오늘날에는 말이다.
 
1897년, 고종은 기존의 모든 봉건적 질서를 혁파하고 대한제곡을 수립한 뒤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고종과 대한제국은 열강이 침노하는 당시 상활을 극복하려 하였지만, 결국 1910년 경술국치를 당한다. 경술국치의 다른 이름은 한일병학, 즉 대한제국이 강제적으로 일본과 나라를 합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불명예스럽게도 한반도는 '대일본제국'의 치하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일제에 적극 항거하였고, 그 결실로써 마침내 3·1운동으로 폭발한 전 민족적 열기에 힘입어 서울에 한성정부라는 국치 이후 최초의 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훗날 한성정부는 국내의 타 민족정부를 통합하여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되었으며, 일제의 탄압을 피해 상하이로 옮겨가 망명정부를 건설하였다. 이 과정에서 임시정부는 국호를 대한민국, 국기를 태극기로 하였는데, 그 이유는 1910년 없어진 대한제국의 족적을 계승하여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임시정부는 뒤이어 민주공화국의 원칙을 담은 임시헌법을 반포하고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할 것과, 주권이 광복운동자에게 있음을 천명했다. 그리고 헌법에 따라 임시국회(의정원), 임시정부(국무원), 임시법원을 설립하였으며, 임시정부를 세운 1919년을 대한민국 원년으로 선포하였다. 이때부터 대한민국은 이미 역사에 존재했던 것이다. 

 

광복 이후 정식 정부수립에 관여했던 요인들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들이 주축이 되어 작성한 제헌헌법의 전문을 보면 '국가를 재건'한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재건의 사전적 정의는 '원래 있었던 것을 다시 일으켜 세움'이다. 과연 그들이 재건하려 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임시적이나마 수립되었던 대한민국 정부이다. 따라서 1928년 8월 15일의 사건은 원래 있었던 정부를 정식적으로 선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날의 일을 '건국'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라 부르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만약 이날을 건국절이라 참칭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일제 치하 35년 동안 초자연적 사회를 경험했다는 오명의 역사를 뒤집어 쓰게 된다. 더불어 대한제국,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한민국 정부로 이어지는 정통성 역시 부정하게 된다. 

 

이와 관련된 예로 북한이 있다. 우리나라가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선언하고 헌법에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겠다고 하자, 북한은 한달 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건국'하기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정부수립이라 하면서 북한은 건국이라 하는 것은, 북한이 역사의 정통을 이은 우리와는 달리 세상에 아예 없던 나라를 세웠다는 역사적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화만 봐도 법통을 계승하며 '정부수립'을 단행한 우리나라가 '건국'된 북한보다 훨씬 정통성있는 정부임을 실감할 수 있다.

 

건국이라는 비정통적 역사보단 정부수립이라는 자랑스럽고 떳떳한 역사를 후손들에게 가르쳐 그들로 하여금 선조들이 피로 쓴 역사 앞에 전율케하라. 암울한 어둠의 시대를 걷어내고 이 땅에 마침내 태극기를 다시 꽂은 선조들의 애국정신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정부수립이라는 명칭은 꼭 지켜져야만 할 것이다. <이푸르메, 향일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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