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사기자협회는 제4회 대한민국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중 부문별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부문별로 순차적으로 게재해, 신문 읽기·쓰기 문화 확산과 비판 지성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글쓰기를 확산하기로 했다. <편집자 주>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대학·일반부 우수상>  ‘새 희망의 출생(出生)에는 진통이 따른다

 

 

▲ 이유미 씨 

 

 

‘인심사철(人心似鐵) 관법여로(官法如爐)’라고 했다. 사람이 쇠철처럼 굳게 마음을 먹어도 관직으로 나아가는 길에 놓인 유혹들이 용광로와 같아 금세 녹아버린다는 의미다. 고려 말의 무신(武臣) 최영 장군은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굳센 다짐을 후세에 남겼으며, 조선조의 관료들도 ‘나랏녹을 먹는 선비로서…….’ 청렴함을 미덕으로 여겼다. 권력이 모이는 곳에 온갖 청탁과 부정(不正)한 물질적 유혹이 따라드는 것은 예로부터 권력이 지배해온 인간 사회의 자연한 이치였던 까닭이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현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익을 중대하고 불합리한 비용을 제거하기 위한 최소한의 합의점이다. 모두가 만족할 수 없고, 법안이 잉태되어 빛을 보기까지 지지부진한 과정을 거쳐 여러 차례 공방과 손질을 거쳤으나 김영란법의 도입 취지에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뿌리뽑고,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염원하는 것은 반박의 여지가 없다.

 

입법 절차에서부터 진통을 겪은 김영란법이 헌법재판소에까지 가서 가려야 했던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었고 둘째, 언론·사립학교 등 민간 영역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공방과 셋째, 본 법안의 발효로 인해 야기되는 관련 산업의 피해 문제였다.

 

공직자를 비롯한 공공부문 종사자와 그 가족들만 헤아려도 수십만에 달할 정도로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은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며, 제재하고 감시할 이녁과 자원이 부족하고, 그 기준 역시 칼로 베듯 기계적 정확성과 일관성이 있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른 판단과 적용이 필요해 모호하다는 점을 일각에서는 비판한다. 또한 언론인과 사립학교 종사자는 공직자가 아닌 만큼 제재의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었다. 일명 ‘3·5·10’ 규제로 식사와 선물, 경조사비 액수를 제한하면 관련 산업이 위축되고 소상공인과 서민 경제의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보도도 잇따랐다.

 

하지만 헌재의 법리적 판단은 사익 침해에 대한 우려보다 공익 우선이었고, 경제적 논리로 자원과 비용을 저울질하는 것 또한 이와 마찬가지여야 한다. 제재와 법 적용을 위한 감시망의 그물코가 크고 헐겁다면 이를 법안 파기의 명분으로 삼을 일이 아니라 보다 촘촘하고 세세한 후속 법안을 짜면 될 일이다. 본 법안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으로 첫 걸음을 뗀 김영란법의 실효성 논란을 부채질하는 것은 첫 술에 배부르고 싶어 하는 조급한 성미다.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와 배경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를 살려 어떻게 해야 이 법안이 유명무실해지지 않을지 발전적 방향으로 공론을 이끌어야 한다.

 

언론인과 사립학교는 크게 보면 공공부문의 역할과 상이하지 않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언론과 교육은 비록 그 기반이 사재(私財)라 하더라도 제공하는 서비스의 성격과 역할의 책임에서만큼은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다. 청탁과 부패가 끼어들 만한 힘과 영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만큼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억지는 아니다. 헌재도 합헌 결정을 내린 만큼 이에 따르되 다만 국가권력이 본 법안을 통제 도구로 남용할 여지가 생기지 않도록 후속 조처로 사회적 감시망과 법안 등의 장치가 필요하다.

 

공공기관 근처의 한정식 집, 화훼업자, 한우 축산농가 등 고가의 외식산업과 답례품 관련 종사자들의 타격은 일상의 표피 뒤에 숨어있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과정에서 불가항력적으로 수반되는 진통이다. 고액의 식사와 뇌물 뒤에 숨어있을 부정한 청탁과 은밀한 거래를 원천 근절하기 위해서는 현행 가격정책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관련 산업은 가격대 조정으로 이와 같은 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 불필요한 포장이나 내용물의 구성을 줄이고, 기존보다 간소화해서 새롭게 상품을 개발하면 김영란법에도 맞고 상품자체에 대한 수요가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변곡점을 지나 유연하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사익과 개개인의 지갑 속 돈은 가시적이고 즉각 셈이 가능해서 변화를 타격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하지만 대중이 인지하지 못하는 공익의 손실은 일부 그릇된 부정부패로부터 야기되며 전사회적으로 불신을 조장한다. 누군가는 부담해야 하는 공익의 손실을 진정한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유미,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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