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사기자협회는 제4회 대한민국 신문논술대회 수상작중 부문별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부문별로 순차적으로 게재해, 신문 읽기·쓰기 문화 확산과 비판 지성을 바탕으로 창의적 글쓰기를 확산하기로 했다. <편집자 주>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우수상> ‘‘다운’보다는 ‘업’으로… 김영란법이 정말 ‘착한 법’이 되려면’

 

 

▲ 박병진 씨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이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 좋은 의도로 한 행동이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뜻의 영국 속담이다.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한국 사회는 그동안 부정부패도 많은 고통을 겪었다. 김영란법에 우려를 표하는 여러 언론인과 전문가에게 많은 국민이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김영란법이 반드시 ‘착한 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김영란법은 오히려 악법이다. 이 법의 입법목적인 부정부패 근절에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3·5·10’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김영란법은 현실성이 없다. 정확히는 시행령으로 3만원 이상의 식사, 5만원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요즘 연애하는 대학생도 기념일이 되면 여자친구와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3만원보다 비싼 밥을 먹고 5만원보다 비싼 선물을 준다. 그런데 김영란법으로 ‘갑’이라 불리는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접대문화를 근절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정말 바보처럼 순진한 것이다. 현실성 없는 악법에 눈치 보고 살아야 하는 애매한 ‘을’들만 손해를 보고, 결과적으로 서민경제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세상인데, 현재의 안으론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다.

 

김영란법이 의도가 좋은 건 알겠는데 입법을 강행할 만큼의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김영란법은 적용범위가 매우 넓고, 그만큼 중요한 법이다. 김영란법의 직접 대상이 되는 공무원과 그 배우자의 수가 4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들과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의 수까지 생각해보면 사실상 전 국민이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인 셈이다. 이렇게 중요한 법인데 2012년 8월 이래로 불과 4년 만에 발의·토론·의견수렴·계도기간 등 입법의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은 누가 봐도 성급하다.

 

김영란법의 도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국민권익위원회는 논란의 ‘3·5·10’ 룰에 대해서 “국민이 정한 것”이라며 문제될 것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권익위원회에 한 가지 묻고 싶다. ‘한우의 눈물’을 외치는 축산업계, 뮤지컬의 쇠퇴를 우려하는 공연업계 등 피눈물을 흘리며 김영란법에 반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김영란법의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반대하는 사람을 부정부패 매국노로 몰아가는 선악 프레임은 조금 치사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달러가 상한선인 미국 ‘뇌물죄’의 예를 들면서 한국도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치사한 논리다. 나라마다 환경이 다른데 반드시 미국법이라고 따라해야 하는가.

 

김영란법 논란을 보면 원래의 입법목적을 수행하는데 실패한 성매매특별법의 선례가 떠오른다. 물론 성매매특별법에는 긍정적인 부분도,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확실한 점은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근절이라는 입법목적을 전혀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과거 집창촌 위주의 성매매가 오피스텔·키스방 등 각종 업소로 변했을 뿐이다. 성매매특별법은 성판매자와 구매자를 구분 없이 포괄적으로 처벌해 오랜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역시 ‘3·5·10’이란 포괄적인 규정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김영란법은 성매매특별법의 선례에서 어떤 대안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한 가지 대안은 현재의 ‘다운(하향식)’ 규정을 ‘업(상향식)’ 규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3·5·10’법 대신 30만원 이상의 접대, 50만원 이상의 호화로운 선물, 10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 명목의 뇌물을 집중 단속하는 ‘3·5·10’룰은 어떨까. 얼마 이하만 허용하겠다는 현안에서 얼마 이상은 확실히 잡겠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지금보다 더 큰 국민의 지지를 얻고, 진짜 갑이 아닌 을만 잡는데 공권력이 낭비될 일도 없을 것이다. 지금의 김영란법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지만 착한 법은 아니다. 우리가 김영란법에 ‘좋아요’를 누르려면 부정부패 척결이란 원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많은 고민과 개선이 보태져야 할 것이다. <박병진, 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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