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전 노리면 그 인생 여전하다

 

 

 

▲ 오승건 부장/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팀 ⓒSR타임스

 

로또복권은 번호를 선택할 수 있는 맞춤식 복권이다. 여섯 개의 숫자를 맞춰 1등에 당첨되면 인생을 역전할 수 있는 금액인 수십억원의 당첨금을 받는다. 꿈에 숫자가 보이거나 좋은 꿈을 꾸면 로또복권을 사는, 자나깨나 인생역전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

초창기에는 추첨일이 가까워지면 복권판매소 앞에 줄을 서야할 정도였다. 1등 당첨자가 나온 곳은 당첨기운을 받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 로또복권이 불티나게 팔렸다. 한때는 1등 당첨금으로 수백억원을 지급한 적도 있지만, 복권가격을 1천원으로 내린 뒤 10억~2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대박의 환상에 젖어, 토요일 저녁이 되면 분주하게 이 가게 저 가게를 기웃거리며 복권을 산다.

로또복권의 1등 당첨확률은 미미하다. 814만분의 1이다. 골프에서 홀인원을 확률은 2만분의 1, 화재로 사망할 확률은 40만분의 1, 벼락을 맞아 사망할 확률은 50만분의 1이다.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는 것은 벼락을 맞아 사망하는 것보다 16배나 어렵다. 몇 천원으로 인생역전을 꿈꾸고 ‘혹시나’하고 기대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시나’로 끝난다.

주말마다 인생역전을 노리는 복권맨 중에서 실제로 인생을 역전시키는 사람은 매회 한두 명뿐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난주와 비교해 다를 바 없이 여전하다. ‘인생역전’이 아니라 ‘인생여전’이다. 인생역전을 꿈꾸다 여전히 인생을 역전에서 보내는 사람도 있다.

신기루 같은 복권, 가볍게만 즐겨라

인생을 역전 시킬 수 있는 액수의 당첨금이 걸린 복권이 가장 장점도 있다. 고단하고 팍팍한 현실을 지탱하게 해 주는 한 줄기 희망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갑 속에 든 복권 한 장이 일주일을 움직이게 하는 힘의 원동력이라는 사람도 있다.

복권은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사막의 신기루와 닮았다. 다른 점은 복권은 비용이 들지만 신기루는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복권을 인생역전의 기회로 여기고 수입에 비해 매회 과다하게 구입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신기루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보더라도 효용측면에서 차이가 없으나, 복권은 1등 당첨자가 많으면 당첨금을 나눠야 하므로 액수가 줄어든다.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복권을 산 사람은 모든 사람이 같은 번호를 선택하고 그 번호가 뽑히면 복권을 구입한 액수만큼도 돌려받지 못한다. 추첨방송이 진행될 때 수백만명이 “대~한민국!”을 외치겠지만 당첨금의 액수를 알고는 화병을 앓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누구나 백만장자가 되기를 원하면서도 자신과는 거리가 먼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확률 없는 게임에 참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복권을 사는 것이고, 돈을 벌기 위해 경마장을 기웃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사행산업이 호황을 누리는 것이 좋은 현상은 아니다.

복권은 사행심을 조장하기는 하지만 순기능도 있다. 수익금 일부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회사업에 사용된다. 복권을 레저로 생각해 되면 좋고 ‘꽝’ 되면 사회에 환원한 셈이라고 유쾌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인생이 즐겁다.
인생은 타인과의 경기가 아니다. 인생은 자기와의 싸움이고 자기와의 대화다. 복권 광고의 문구처럼 인생을 역전시키기 위해 복권을 사는 사람은 누군가와 비교해 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아니겠는가.

헛된 희망은 관성적이다

스탠리 밀그램 박사가 실험한 세 그룹의 감금된 쥐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을 쥐에 비유해 유쾌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지렛대와 보상이 상징하는 것을 다양하게 적용해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 그룹의 쥐들은 지렛대를 누를 때마다 맛있는 알약을 보상으로 받는다. 두 번째 그룹의 쥐들은 지렛대를 누를 때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다. 세 번째 그룹의 쥐들은 지렛대를 누를 때 간헐적으로 알약을 받는다.

감금된 쥐들은 맛있는 알약의 보상을 기대하며 지렛대를 눌러댄다. 얼마 후 쥐들에게 알약 공급을 중단했다. 세 그룹의 쥐들에게 각각 어떤 일 이 일어났을까?
원래 맛있는 알약을 받지 않았던 두 번째 그룹의 쥐들은 전혀 문제가 없다. 변화가 없는 일상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지렛대를 누를 때마다 꼬박꼬박 보상을 받았던 첫 번째 그룹의 쥐들은 지렛대를 열심히 눌러도 알약이 나오지 않자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지렛대 누르는 것을 중단했다.

한편 간헐적으로 알약을 받았던 세 번째 그룹의 쥐들은 알약을 받기 위해 계속 지렛대를 누르고 또 눌렀다. 첫 번째 그룹의 쥐들이 재있게 놀 때도 알약을 보상받기 위해 지렛대를 열심히 눌렀다. 마침내 쥐들이 지렛대 누르기를 중단한 것은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였다.

#오승건은 누구?

20여 년에 걸쳐 소비자 분야와 미디어 부문에서 일했다. 현재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소비자문제 전문가, 시인, 칼럼니스트, 유머작가, 리더십강사, 재테크전문가 등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생생한 현장체험을 바탕으로 딱딱한 소비자문제를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로 가공·확산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인터넷이 걸음마를 시작하던 2000년부터 'a-player', 'clicat', '한국소비자원 이메일링 서비스' 등 각종 인터넷매체에 칼럼을 연재해 소비자주권시대를 여는데 일조했다. 저서로는 ‘소비상식사전 정말 그런거야?’ ‘소비자가 상품을 바꾼다’ '나보다 더 힘겨워하는 한 사람을 위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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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건 위원  osk@k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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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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