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돈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다


 

 

<오승건 부장 / 한국소비자원>

 

 

술을 많이 마시면 숙취로 고생하게 되고, 음식을 많이 먹으면 뚱뚱하게 된다. 버는 것이 쓰는 것보다 많으면 살림이 늘어나고, 쓰는 것이 버는 것보다 많으면 시나브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 쉽다.
 
소비생활의 인과법칙에서 자신은 예외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단기능력을 과대평가해 당장 돈이 없더라도 너무 쉽게 신용카드로 빚을 낸다. 한번 늘어난 소비는 웬만해서는 줄어들지 않는다.
 
작은 빚은 큰 빚으로 이어진다. 신용카드 돌려막기로 해결하다가 이자에 이자가 붙어 큰 빚을 부르고, 결국 사채를 사용하게 된다. 사채를 쓰면 비싼 이자에 이자가 붙어 더 이상 자력구제가 힘들어진다. ‘과소비→카드빚→사채→신용불량자’의 악순환에 들어서게 된다는 뜻이다.
 
통계와 수치가 그것을 증명한다. 몇 년 전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사금융 이용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사금융 이용자의 85%는 통상 2년 이내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참여자 중에는 신용불량자가 75%로 2002년 설문조사 당시의 34%, 2003년 당시의 33%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이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데다 신용카드 연체대금결제를 위한 급전수요 등으로 인해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52%)이 2002~2003년 중 사금융을 이용하기 시작했으나, 대부분이 돌려막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용불량인 상태에서 처음 사금융을 이용한 사람은 9%에 불과하다.
 
응답자 중 65%는 카드깡 이용경험이 있고, 변칙융통한 자금의 81%는 기존 부채를 갚는데 썼으며, 카드깡 이용자의 과반수 이상(57%)은 카드깡이 불법인 줄 알고도 자금조달수단으로 이용한 자발적 수요층이었다.
 
카드깡 이용자는 1인당 평균 3.4매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약 720만원을 조달하고, 조달금액의 17%를 수수료로 지급했다. 카드깡에 주로 이용하는 물품은 가전제품(37%), 상품권(23%) 등 일부 업종에 집중됐으며, 할인유통매장(20%)등을 이용한 오프라인 현물깡도 성행했다.
 
돈 없었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빚의 수렁에 빠지기 가장 쉬운 길은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다. 카드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현금서비스를 받는 대가로 내야하는 비용은 연리 10.8~33%정도다. 할부수수료는 9~22.9%, 연체이자율은 15~29.9%다. 이자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대범하게 여긴 상당수의 사람들은 나중에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몰랐다’고 후회한다.
 
아주 급한 일로 400만원의 현금서비스를 받아 단 하루만 사용해도, 갚을 때에는 402만 2190원이다. 원금 400만원과 하루치 이자 2190원에 취급수수료 2 만원(0.5%)이 추가되는 것이다. 취급수수료는 현금서비스를 받는 금액에 따라 달라진다.
 
빚은 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빚이 좋아 빚지는 사람은 없다. 빚은 대부분 잘못된 습관에서 비롯된다. 돈이 들어올 것을 예상해 돈을 쓰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세상에 확실한 것 같지만 허상인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내 주머니에 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지출해도 늦지 않다.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어야 한다. 괜히 술맛 낸다고 요릿집으로, 룸살롱으로 다니면 빚지지 않을 수가 없다. 돈을 번 뒤 술을 마셔라. 돈은 없는데 술 마시고 싶다면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집에 소주를 박스째 사놓고 마셔라. 최소한 술값으로 빚지지는 않을 것이다.
 
돈이 사람을 속이지, 사람이 돈을 속이지 않는다. 사람을 믿고 돈 거래를 하면 십중팔구 돈 잃고 사람도 잃는다. 남의 돈을 빌려 거래하면 자신의 상황이나 의지에 상관없이 빚더미에 올라앉는 일이 생긴다. 내 삶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처럼 무모한 행동은 없다.
 
빚에도 등급이 있어 빚내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대출이자는 은행이 가장 싸다. 대출은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받더라도 제도권 금융기관만 이용하는 것이 좋다. 사채를 쓰기 시작하면 헤어나기 힘들다.
 
대출받을 때를 대비해 이자를 줄이는 빚테크도 알아둬야 한다. 주거래은행을 만들어 싼 대출금리를 받을 수 있도록 신용을 쌓아야 한다.
 
대출금리는 ‘담보대출→마이너스통장→신용대출→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순으로 높아진다. 상환방법에 따라 이자부담이 줄어들기도 하므로 총이자부담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신용조회는 오히려 신용을 떨어뜨리므로 삼가야 한다.
 
“남의 돈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다”는 말은 한때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쩐의 전쟁’에 나오는 대사인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은행권의 대출이든 고리의 사채든, 차이는 나지만 날카로운 이빨이 숨겨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오승건은 누구?

20여 년에 걸쳐 소비자 분야와 미디어 부문에서 일했다. 현재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소비자문제 전문가, 시인, 칼럼니스트, 유머작가, 리더십강사, 재테크전문가 등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생생한 현장체험을 바탕으로 딱딱한 소비자문제를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로 가공·확산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인터넷이 걸음마를 시작하던 2000년부터 'a-player', 'clicat', '한국소비자원 이메일링 서비스' 등 각종 인터넷매체에 칼럼을 연재해 소비자주권시대를 여는데 일조했다. 저서로는 ‘소비상식사전 정말 그런거야?’ ‘소비자가 상품을 바꾼다’ '나보다 더 힘겨워하는 한 사람을 위해' 등이 있다.
오승건 위원  osk@kca.go.kr

이 칼럼은 에스알(SR)타임스와 콘텐츠 제휴로 게재하는 것이며, 외부 칼럼은 본 협회의 공식 의견과 편집 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여러 블로그 독자들의 많은 구독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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