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정식집들이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고 합니다.
유명 정치인, 고위 공무원, 언론인들의 단골집이었던 이곳은 주변의 주고객들이 떠나거나,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값비싼' 음식점으로 적자를 견디지 못할 것 같아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수많은 야사(野史)의 무대이자 맛과 멋과 추억이 깃들어 있는 음식점들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연배높은 협회원중에는 자주 가던 이 곳들의 폐업 소식은 또 하나의 추억이 사라짐에 씁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시네요.
※ 이 칼럼은 문화일보 [오피니언] '오후여담'을 옮긴 것을 밝힙니다.
 

 


 

 

<사진출처: 문화일보>
 

 

박현수 조사팀장

 

서울 시내 유명 한정식(韓定食)집들이 최근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조계사 옆에 있는 ‘유정(有情)’도 그중 하나다. 노태우·김영삼·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등을 비롯해 유명 정치인, 고위공무원, 언론인들의 단골집이었으나, 60년 만에 15일 간판을 내린다. 주 고객들이 세종시 이전 등 이런저런 이유로 떠나면서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는 9월 28일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적자 폭이 더 커질 것 같아 문을 닫는다고 한다. 리모델링 공사 후 아들이 다음달 중 베트남 쌀국수집으로 새롭게 문을 열 예정이다.

 

서울 종로구 일대에는, 일제강점기에는 ‘요정(料亭)’, 최근엔 한정식집으로 불리며 시대를 풍미한 곳이 많았다. 최근까지 이름을 날렸던 곳은 1958년 청진동에 문을 연 ‘장원’. 1970년대 말까지 정치인들이 막후정치를 펼쳤던 장소로 유명하다. 1960, 1970년대 주요 정치인들이 두루 찾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단골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금은 없어졌지만 ‘수정’ ‘인동초’ 등을 좋아했다.

 

1950∼1970년대 서울엔 이른바 ‘요정 3각’이라 불렸던 요릿집이 있었다. 청운각, 대원각, 삼청각이다. 효자동 산 중턱에 자리한 청운각은 자유당 때부터 이름만큼이나 야망이 있는 실력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고 한다.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 때 지어진 성북동의 삼청각은 권력층과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주영하, 음식전쟁 문화전쟁)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는 영업 부진을 겪다 서울시로 소유권이 넘어가 현재 세종문화회관이 음식점으로 위탁 운영하고 있다.

 

성북동의 대원각도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으로 사용됐을 만큼 풍광이 수려했던 곳. 3공화국 시절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과 재벌들의 비밀 회동 장소로 자주 이용됐다. 주인이던 김영한 여사는 천재 시인 백석과 가슴 아픈 사랑을 나눴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무소유를 실천하던 법정 스님에게 대원각의 모든 재산을 기부, 현재 길상사로 모습이 바뀌었다.

 

직장인들이 자주 찾던 서울 무교동과 청진동, 북창동의 유명 음식점들도 도심 재개발 등으로 사라지고 있다. 수많은 야사(野史)의 무대이자 맛과 멋과 추억이 깃들어 있는 음식점들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문화일보 2016. 7. 14. 30면2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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