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승건 부장 / 한국소비자원

 

빚 권하는 사회
 
소비환경은 달콤한 마시멜로 천지다. 먼저 소비하고 나중에 벌어서 갚으라고 난리다. 늘씬한 모델들이 광고하는 신차도 가져가 타고고 할부로 조금씩 갚으라고 유혹한다.
 
할부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타는 것이다. 원금은 물론 고금리의 이자가 붙는다. 직장을 잃으면 할부금을 제때 갚지 못해 연체이자가 눈덩이처럼 붙는다. 악순환의 수렁에 빠진다.
 
신용카드 남용으로 촉발된 과소비는 ‘몸꽝’의 상징인 비만과 공통점이 있다. 점차 신용이 불량해지고, 조금씩 비만에 이른다는 것이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카드빚이 늘어나 갚을 힘이 없어지고, 세월이 흐른 뒤 어느 순간 허리를 만져보면 ‘배둘레햄’이 잡힌다.
 
먹는 것보다 소비하는 열량이 적으면 몸에 축적된다. 잠시 방심하는 순간 허리에 잡히는 살이 주간지에서 월간지로, 월간지에서 전화번호부로 바뀐다. 이렇게 살이 붙기 시작하면 거실 소파의 옵션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체중이 늘어난 뒤 다이어트 하는 것은 뼈를 깎는 노력이 요구된다. 죽기 살기로 비장하게 각오하고 행동에 옮겨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당겨쓰는 소비습관을 고치는 것은 다이어트보다 더 어렵다. 이 자라는 족쇄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습관은 거미줄이다. 한두 번 반복될 때는 쉽게 벗어날 수 있지만 세월 속에 친친 감기면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
 
운동하는 좋은 습관이 몸짱을 만들 듯 합리적인 소비가 신용짱을 만든다.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달라지고, 행동을 바꾸면 습관이 달라지고, 습관을 바꾸면 성격이 달라지고, 성격을 바꾸면 운명이 달라진다”는 명언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미국·영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재테크 조기교육이 붐이다. 어릴적부터 경제마인드를 갖게 해 좋은 투자습관을 갖게 하는 것이 자라서도 행복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악순환의 소비습관을 예방하고 선순환의 투자습관을 기르는 것이 건강백세 시대의 필수요건이다. 지금 당장 나쁜 습관은 버리고, 좋은 습관에 발을 디뎌라.
 
불편한 소비가 인간을 자유롭게 하리라
 
신용사회는 뒤집어 이야기하면 빚 권하는 사회다. 카드빚을 갚기 위해 강도·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빚 권하는 신용카드가 넘친다. 사람들은 신용카드를 너무 쉽게 만들고, 만만하게 여겨 흥청망청 사용한다. 하지만 신용카드는 쉬운 것도 아니고 만만한 것도 아니다.
 
잘 드는 칼일수록 잘못 사용하면 크게 다치는 것이 세상 이치다. 사용하기 편리하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낭패를 보는 것이 신용카드다. 현금을 빌려주고, 할부구매가 가능하고, 포인트 적립 등으로 현금보다 더 혜택을 준다. 그러나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신용카드사는 그냥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다. 현금서비스를 받게 해주는 대신, 할부구매를 하게 해주는 대신 이자를 받는다.
 
미국의 유명한 재정설계사이자 변호사인 스테판 폴란은 그의 저서 ‘다 쓰고 죽어라’에서 잘 살려면 현금으로 지불하라고 강조했다.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이 유명한 재정설계사가 왜 그런 주장을 했을까?
 
소비는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이루어져야 하는데, 신용카드는 무한정 소비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소비를 불편하게 만들면 충동적으로 돈을 쓰기 전에 이것이 과연 내게 정말 필요한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몇 년 전 신용카드대란 때 분수를 넘어 신용카드를 사용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신용불량자로 편입돼 고생깨나 했다. 편리한 것이 사람을 구속하고, 불편한 것이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 신용카드를 무서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이 몹쓸 사회가 왜 빚을 권하는고!”라고 중얼거리는 사람들이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
 
 
#오승건은 누구?

20여 년에 걸쳐 소비자 분야와 미디어 부문에서 일했다. 현재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소비자문제 전문가, 시인, 칼럼니스트, 유머작가, 리더십강사, 재테크전문가 등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생생한 현장체험을 바탕으로 딱딱한 소비자문제를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로 가공·확산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인터넷이 걸음마를 시작하던 2000년부터 'a-player', 'clicat', '한국소비자원 이메일링 서비스' 등 각종 인터넷매체에 칼럼을 연재해 소비자주권시대를 여는데 일조했다. 저서로는 ‘소비상식사전 정말 그런거야?’ ‘소비자가 상품을 바꾼다’ '나보다 더 힘겨워하는 한 사람을 위해' 등이 있다.
 

이 칼럼은 에스알(SR)타임스와 콘텐츠 제휴로 게재하는 것이며, 외부 칼럼은 본 협회의 공식 의견과 편집 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여러 블로그 독자들의 많은 구독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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