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한국조사기자협회가 미디어 관련 독자들을 위해 신문과 방송 7월호에 실린 박아란 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의 기고문 내용을 텍스트로 제공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편집,정리 / 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언론계 넷플릭스’ 꿈꾸는 프랑스 미디어 스타트업 ‘멀티패스(Multipass)’ .. 브랜드보다 뉴스 콘텐츠가 .. 중요한 독자층 공략

 

박아란 /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온라인에서 기사를 읽고 싶은데 원하지 않는 광고가 자꾸 뜨는 것이 짜증 난다’
‘이 사이트 저 사이트 옮겨 다니며 관심 있는 기사를 찾아 읽기가 귀찮다’
디지털 시대의 독자들이 종종 갖는 불만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앱이나 컴퓨터 웹사이트 한 곳에서 광고 없이 다양한 언론사의 기사를 골라 읽으면 어떨까?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현한 곳이 바로 프랑스 미디어 스타트업 ‘멀티패스(Multipass)’다.

출처: 멀티패스 / 한국조사기자협회

 

멀티패스는 새로운 유료 뉴스 콘텐츠 구독 비즈니스를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멀티패스에 가입해 매달 9.9달러(약 1만1,500원)를 지불하면 다양한 프리미엄 버전의 기사에 접속할 수 있으며, 광고 없이 자유롭게 기사를 읽을 수 있다.
멀티패스의 티보 드 라 빌라르무아(Thibaud de la Villarmois) 사장은 이러한 사업 아이디어를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에서 얻었다고 한다. 넷플릭스는 매달 일정액을 내고 영화와 TV프로그램 등 영상 콘텐츠를 맘껏 볼 수 있는 동영상스트리밍 서비스이며, 스포티파이는 음악을 제공하는 상업적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다. 유료스트리밍 서비스처럼 매달 소액의 구독료를 한 번만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매달 소액의 구독료를 한번 만 결제하면 다양한 뉴스 콘텐츠를 회원들이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멀티패스의 기본 아이디어다.

 

이러한 사업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멀티패스는 신문 독자에 대한 분석도 했다. 그 결과 프랑스 신문 독자의 10% 정도는 각 언론사의 속칭‘골수팬’으로서 자신이 좋아하는 언론사에 기꺼이 구독료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 수용자들이었다. 이러한 독자들은 언론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며, 그 언론사가 제공하는 광고에 대해서도 크게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당수의 신문 독자는 기존 언론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으며 자신들이 관심 있는 주제의 기사라면 신생 언론사나 소규모 언론사의 기사일지라도 기꺼이 구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멀티패스는 이러한 수용자를 타깃으로 삼았다. 기존에는 언론사에 대한 충성도는 낮으나 자신의 관심사인 콘텐츠를 폭넓게 접하려는 수용자를 위한 유료 뉴스 콘텐츠 구독 모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멀티패스의 사업 수익은 어떻게 배분되는 것일까. 구독자들이 각 언론사의 콘텐츠를 읽는데 사용하는 시간에 비례해 기사 제휴를 맺은 각 언론사에 수익을 분배한다. 즉 페이지뷰가 아닌 기사 열독 시간에 따라 대가를 지불하는 사업모델이다. 이러한 사업 모델을 택한 것은 기사 퀄리티와 연관이 있다고 멀티패스 측은 밝혔다.
각 언론사가 내용이 긴 기사를 쪼개어 올리면 언론사별로 페이지뷰가 늘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 페이지뷰보다는 열독 시간을 수익 배분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사를 읽기위해 독자가 들인 시간이야말로 수익 배분을 위한 제대로 된 척도라고 빌라르무아 사장은 주장했다.

 

이러한 멀티패스의 시도는 언론업계에서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지난 5월 뉴욕 맨해튼 타임스센터에서 열린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세계총회에서 멀티패스는 ‘수익 창출을 위한 신기술 이용 부문’을 수상했다. 하지만 새로운 뉴스 서비스모델을 구축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한다. 신문사들이 각각 다른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각 언론사의 온라인 기사 웹페이지에 대한 구독자의 체류 시간을 측정하는 솔루션 개발에만 4년여의 시간이 소요됐다고 했다.

현재 멀티패스는 프랑스 50여 개 언론사와 기사 공급 제휴를 하고 있으며, 향후 6개월내에 피가로나 르몽드 같은 유력 일간지와도 제휴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력 일간지들은 충성도가 높은 자신들만의 구독자를 유지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멀티패스 같은 사업자와 제휴하기를 선뜻 내켜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멀티패스는 유력지에 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다. 1인 미디어도 콘텐츠 제공 파트너로 삼고 있기때문이다. 전문적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개인 블로그와도 이미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언론사 및 통신사 공동위원회(CPPAP)에 등록을 마친 인터넷 언론사가 아닐지라도 멀티패스와 계약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멀티패스는 회원사인 언론사를 위한 티저 광고도 직접 제작해 제공하고 있다. 멀티패스가 제공하는 티저 광고는 단순한 언론 매체 홍보에 그치지 않는다. 구체적인 토픽을 보여준 뒤 “더 자세한 내용을 보고 싶다면 이 기사의 원문을 보라”는 문구를 덧붙여 기사 자체에 대한 관심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참신하다. 또한 회원사들을 위해 어떤 독자가 어떤 콘텐츠를 얼마 동안 이용했는지 등에 대한 이용자 분석 자료까지 제공하고 있다.

 

유럽 언론의 미래: 뉴스 유료화 “앞으로 뉴스 콘텐츠 제공 모델은 ‘프리’에서‘프리미엄’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뉴스 이용자들이 애드블록을 이용해 광고를 차단하여 언론사 광고수입의 지속적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뉴스는 더 이상 공짜로 제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멀티패스 담당자는 말했다. 이용자들이 적절한 가격을 지불하고 그 대가로 고품질의 프리미엄 뉴스가 제공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멀티패스는 새로운 유료 뉴스 콘텐츠 구독 비즈니스를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멀티패스에 가입해 매달 9.9달러 (약 1만1,500원)를 지불하면 다양한 프리미엄 버전의 기사에 접속할 수 있으며, 광고 없이 자유롭게 기사를 읽을 수 있다. "


최근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는 ‘가짜 뉴스’도 뉴스가 공짜로 제공되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라면서, 유료프리미엄 뉴스 모델을 통해 뉴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가짜 뉴스’에 대한 대응책이 될 것이라고 멀티패스 담당자는 말했다.


뉴스 유료화 사업은 최근 유럽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가령 노르웨이 미디어그룹인 쉽스테드는 INMA 세계총회에서 ‘다이내믹 유료화’라는 정책으로 주목받았다. 쉽스테드는 자주 방문하는 독자에게는 유료 콘텐츠 노출을 줄이는 대신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고, 가끔 방문하는 독자에게는 유료 콘텐츠 노출을 늘려 궁금증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독자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연예 기사를 많이 보는 사람에게는 스포츠 기사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주로 점심시간 이후 접속하는 독자에게는 오전에 무료 기사를 제공하는 등 독자별 맞춤 전략으로 수익을 증가시키고 있다.


독일 빌트는 웹에서는 무료 기사와 유료 기사가 혼재된 모델을 제공하는 반면 모바일 앱에서는 구독료를 결제해야만 기사를 볼 수 있는 완전 유료화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결국 철저한 독자 분석을 바탕으로 뉴스 콘텐츠를 탄력적으로 제공함으로써 뉴스 비즈니스 모델을 유료화로 전환하는 것이 앞으로 미디어 산업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유럽 언론은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멀티패스의 유료 뉴스 콘텐츠 구독 모델은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는 프랑스 언론 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프랑스도 신문 산업이 극심한 마이너스 성장을 겪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프랑스의 전국종합일간지는 마이너스 성장을 해왔으며, 전통적인 권위지인 르피가로, 르몽드, 리베라시옹 같은 신문도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신문의 위기는 여론 다양성을 저해하는 한편 정치적·사회적으로 중요한 판단을 내리는 데 바탕이 되는 양질의 뉴스 콘텐츠를 독자들이 접할 기회를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멀티패스와 같은 새로운 유료 구독 모델의 성공 여부가 프랑스 신문업계뿐 아니라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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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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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조사기자협회는 1987년 국내의 신문, 방송, 통신사의 조사, 정보, 자료, DB업무를 담당하는 조사기자들의 모임으로 출범하여, 2009년 회원들의 연구활동에 기초한 신문 및 방송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하였으며, 언론공익활동으로 신문논술대회, 조사연구 발간, 세미나·토론회, 보도연감 출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언론단체입니다

※ 이 칼럼은 문화일보  [오피니언] '오후여담'을 옮긴 것을 밝힙니다.

 

 

출처: 문화일보

 

 

박현수 조사팀장



유리천장이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깨기 어려운 장벽’이다. 특히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유리천장이 많이 극복됐다지만, 국내 30대 그룹 중 올해 임원 인사를 마친 18개 그룹의 여성 승진자는 2.4%에 불과하다.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유리천장지수’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4년 연속 꼴찌다. 115년 노벨상 역사에서도 총 881명의 수상자 가운데 여성은 약 5%인 48명뿐이다. 남성 우월주의가 뿌리 깊게 박힌 탓이다.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유리천장을 깬 인물로 박순천 전 민주당 총재가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으로 5선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야당 지도자로 맹활약했다.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빼놓을 수 없다. 비록 탄핵 사태로 빛이 바랬지만 민주주의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긴 미국과 비교해도 앞섰다. 미국의 경우엔 주요정당의 첫 여성 대통령 후보로 힐러리 클린턴을 배출했고,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첫 여성 국무장관을 지냈다. 영국에서는 유럽 최초의 여성 총리를 지낸 마거릿 대처에 이어 26년 만에 여성 총리가 등장했다. 4선에 도전하고 있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 시대 가장 탁월한 지도자로 꼽힌다.

세계적으로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국방부 장관에 여성이 기용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 국방부 장관에 여성이 발탁돼 화제가 됐으나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독일, 일본, 네덜란드, 스페인, 노르웨이 등의 국방부 장관이 모두 여성이다. 드론 등으로 전쟁 양상이 하이테크화하면서 근육을 쓰는 일보다 머리를 쓰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일까. 군인 출신 남성들보다 장관 직무를 더 잘 수행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견고하기만 했던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그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에 임명되면 외교부 역사상 최초의 여성 장관이 된다. 국가보훈처 사상 여성으로는 처음 임명된 피우진 처장도 있다. 이들이 성공해야 진정 유리천장을 뚫은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처럼 실패하면 안 된다.


문화일보 2017-06-01 게재.
 
(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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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없는(제로) 대한민국’을 위하여

 

 

▲ 이대현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으로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 기업에까지 정규직 바람이 불고 있다. 문 대통령이 현장1호로 찾아간 인천공항이 ‘올 정규직화’를 천명했고, 지자체들도 앞다퉈 정규직화 계획을 내놓고 있다.

 

 

< 출처 : SR타임스 >

 

정규직화 바람은 민간 기업에도 불어 닥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6월에 하청대리점 직원 5,2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고, 롯데는 ‘비정규직 1만명 3년 안에 모두 정규직 전환’ 계획을 앞당기겠다고 했다. 은행 등 금융권도 연내 비정규직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가지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공공기관, 지자체, 대기업, 금융권 할 것 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이 가능한 것이었다면 왜 지금까지 하지 않거나, 딴청을 부렸나 싶을 정도다. 그 사이 경제상황이 특별히 나아지거나 수익이 늘어나지도 않았는데. 결국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정과제 1호로 강력히 추진 의지를 밝히자 할 수 없이, 아니면 소위 ‘찍히기 싫어서’이거나 아부하려고 따라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실제로 이같은 분위기는 25일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 포럼 인사말에서 “회사의 특성이나 근로자의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치 않고 무조건 비정규직은 안 된다는 인식은 현실에 맞지 않다” 면서 정규직 과보호 문제가 비정규직 노동조건 개선 문제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기업들의 속내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애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즉각 일자리 문제를 정부ㆍ노동계와 함께 책임져야 할 경총의 성찰과 반성을 촉구하고, 국정기획위원회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가 경영계를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는 지극히 기업 입장에서 나온 아주 편협한 발상”이라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민간부문까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가기까지는 그 길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아닐 것이란 얘기다.

정권 초기니까 밀어붙이기가 가능 하겠지만 뒤따를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지속성을 갖기도 쉽지 않다. 물론 새 정부는 기업들이 지금까지 비정규직 보호법을 비켜가는 꼼수로 고용시장을 왜곡하고 자신들 배불리기에만 매달린 만큼, 이제부터라도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적극 따라야 한다는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다.

 

 

< 출처 : SR타임스 >

 

기업들도 비정규직 감소라는 정부의 고용정책 방향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비정규직 제로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생각과 비정규직 전환이 마치 고용불평등 해결의 ‘만능열쇠’처럼 여겨지는 정서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기업들은 “비정규직 전환에 앞서 비정규직의 기준, 전화가능 직업군, 노동계의 양보, 구체적 정책 등 선결과제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무조건 나쁜 일자리로 몰아붙이며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반기업 정서’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30일 정부와 노동계‧기업이 발표한 비정규직 통계만 보더라도 비정규직에 대한 기준이 ‘이어령 비어령’이다. 정부의 공식 비정규직 근로자는 한시적, 기간제 근로자, 단시간 근로자, 파견·용역·호출 등의 형태로 종사하는 근로자 등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여기에 무기(無期) 계약직이나 도급·하도급 업체에 고용된 직원, 정규직 근로자 중 상용직이 아닌 근로자까지 비정규직으로 포함해 그 수가 훨씬 많다.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이나 보험설계사 등 특수 고용 종사자들도 재계는 개인 사업자로,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으로 분류한다. 지난 정부에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도 노동계 기준으로는 정규직전환과 거리가 멀다. 따라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비정규직은 644만 4,000명으로 전체의 32.8%이고, 노동계가 발표한 지난해 비정규직은 873만명, 전체의 44.5%나 된다.

노동계의 기준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비정규직 비중은 높고, 그에 따른 차별과 양극화 갈등은 심각하다.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고용절벽과 불안, 불평등이야말로 단순한 소득격차를 넘어 사회 양극화와 저출산 등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들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편으로는 공공부분 일자리 창출로 청년실업 문제의 돌파구를 찾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고용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새 정부의 결단은 마땅하면서도 옳은 일이다. 다만 성급하게 윽박지르기 식이어는 곤란하다. 정부와 기업과 노동계, 국민이 함께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강압보다는 인내심으로 재계와 노동계를 설득시켜야 한다. 아무리 공공부문으로 물꼬를 터도 민간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결과를 더구기 어렵기 때문이다. 꼼꼼한 태조사와 로드맵으로 단계적으로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해결해 나가야 한다. 공기업들에게 이익을 남기는 것만이 선진화, 개혁의 전부인양 강요해 비정규직으로 임금만 줄이도록 만들게 해서는 안 된다.

민간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질 좋은 일자리 문제에 깊이 고민하고, 수용하는 적극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해고가 편하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관행처럼 비정규직을 고용해오지 않았는지, 대기업의 경우 오만한 갑질로 중소기업에까지 고용구조를 악화시키게 만든 것은 아닌지 정말 뼈아픈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 정규직 노조들도 마찬가지다. 집단이기주의에 사로 잡혀 비정규직의 설움을 외면한 것을 반성하고 ‘귀족노조’ ‘세습노조’란 오명에서 벗어나 기꺼이 고통분담과 양보에 동참해야 한다.

이렇게 노사정이 기꺼운 마음으로,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할 때, 정말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비정규직 없는(제로) 대한민국’은 올 것이다.
이대현 주필 ·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guriq@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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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한국조사기자협회 취재팀 press@jo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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